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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자취에는 향긋한 온기가 남는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을 만나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가해 기자 (observance@snu.ac.kr), 문지선 기자 (mnjs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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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이 좋았던 대학생, 영화를 위해 펜을 들다
여행지에서 모아온 기념품들. 소소한 것을 좋아하는 이동진 씨의 취향이 나타난다.


고등학교 시절, 한 교수의 책을 읽고 ‘종교학과’를 선택했다는 이동진 씨는 종교학에 심취했던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제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 후반은 다들 전공공부를 소홀히 하던 때였어요. 그때는 종교학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저는 비교적 전공에 애정이 있는 편이었죠.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전공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어요.”(웃음)

어떻게 영화평론가가 되었냐는 질문에 그는 졸업예정학기에 보게 된 조선일보 입사시험에서 운좋게 합격했기 때문이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개인적인 이유로 종교학 공부를 포기하게 됐을 때, 글 쓰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영화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구요.”

사실 신문사에서 신입기자가 문화부에 배정받는 일은 드물다. 그는 대학교 때 썼던 영화 관련 책 덕분에 자신이 원하던 문화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이후 14년 동안 문화부 기자로 지내면서 그는 주로 영화관련 기사를 담당하며 영화평론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촬영지를 여행하고 쓴 책들도 그가 기자시절부터 애정을 가지고 기획한 것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책 는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저보다 영화 테마여행을 더 많이 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인구가 200명 밖에 되지 않았던 그리스의 한 섬은 첫 여행지였던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제 나는 ‘날림’으로 하지 않는다

재작년 그는 신문사에서 독립해 자기 혼자만의 공간을 꾸렸다. 1인 미디어 ‘이동진닷컴’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때문에 더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사에 다닐 때는 제가 배우나 감독으로서 존경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도 인터뷰를 해야만 했어요. 하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회사일도 처리해야만 했구요. 그 당시 인터뷰들을 보면 제가 봐도 부끄러운 게 많아요. 하지만 최소한 작년과 올해는 인터뷰를 날림으로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인터뷰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웃음)

요즘 그는 네이버뉴스의 ‘이동진의 영화풍경’ 섹션에 ‘부메랑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부메랑 인터뷰’ 시리즈는 모든 질문이 그가 인터뷰하는 감독의 영화 속 대사나 자막에서 빌려 오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한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본 후 특징을 잡아 인터뷰하기 때문에 기사자체가 일종의 ‘감독론’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 형식은 그가 전부터 하고 싶던 것이었지만 지면이 한정돼 있는 신문에서는 시도할 수가 없었다. 질문을 위한 대사 인용만으로도 분량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구애받는 것이 없는 지금, 그는 하고 싶던 ‘부메랑 인터뷰’에 정성을 다한다. “질문을 준비하는 데만 최소한 일주일이 통으로 걸려요. 일주일이 걸린다는 건, 일주일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이 아니고 말 그대로 일주일이 다 걸린다는 거예요. 러닝타임이 2시간인 영화를 대사를 적고 분석해가며 보면 4시간에서 6시간이 걸려요. 그 사람의 세계관이나 스타일을 추측하는 시간은 그것보다 더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질문 배치까지도 신경을 쓰고요.” 이렇게 준비된 그의 인터뷰는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이 걸린다. “이제는 감독님들도 각오를 하고 오죠. 그렇게 해서 인터뷰를 끝마치면 저도 초주검이 돼요.”

그동안 ‘부메랑 인터뷰’를 거쳐간 감독들은 사실 그가 좋아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공을 들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가 택한 작품 가운데는 물론 그가 좋아하는 감독들의 실패작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영화들조차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 감독이 ‘옛날엔 저랬구나’하는 생각에 그런 영화를 보는 것도 즐거워요. 지금은 거장으로 인정받는 사람도 첫 영화는 이상했던 경우가 많거든요. 누구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요.”(웃음)

영화로 이뤄진 세상, 그에게 영화를 다시 묻다
그가 뽑은 올해의 영화 ‘밤과 낮’(왼쪽)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오른쪽)

스스로 ‘영화인’은 아니었지만 영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이동진 씨. 그가 바라본 영화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 “저는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신문사에서 처음 영화를 담당하게 된 1995년부터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였거든요. 사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한국영화는 저평가돼 있었어요. 한국영화를 안 본다는 것이 영화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처럼 여겨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는 기자로서 그러한 변화를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10여 년 동안의 신문사 생활이 준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는 일반 영화평론가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을 쓴다. 비판이 주를 이루는 대다수 평론가들의 글에서 볼 수 없는 그만의 따뜻한 시선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여성 팬도 많은 편이다. 스스로를 ‘영화 보는 눈높이가 좀 낮다’고 겸손하게 평가하는 그는 거의 모든 영화를 즐긴다. 물론 그도 글을 쓰기도 전부터 애정 어린 시각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지는 않는다. 재밌게 본 영화에 대해 자신의 정직한 느낌을 적다 보니 그만의 스타일이 생겼다는 것. 영화에 대해 주로 비판을 많이 하는 평론가들에 대해 그는 “1% 정도의 즐거움밖에 느낄 수 없는 매체에 대해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영화를 좋게 바라보는 것은 비평가로서 축복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영화를 즐기는 그에게도 ‘짜증나는’ 영화는 분명 있다. 그는 판에 박힌 표현을 무감각하게 사용한 영화들을 특히 싫어한다. “바닷가에서 연인들이 뛰어 노는 장면은 매력적이죠. 그렇지만 그 장면이 잘못됐다고 하는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썼다는 거예요.” 물론 이런 장면도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영화는 조롱하려고 상투적인 장면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에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같은 영화는 조롱하는 의미로 코믹하게 쓴 거잖아요.” 이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이런 고민 없이 상투적인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표현을 적게 쓸 수록 좋은 감독이라 생각한다고.

영화평론가로 불리는 그가 사람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어 하는 영화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이동진 씨는 ‘미안해서’ 고르지 못하겠다며 운을 뗐다. “사실 영화를 몇 편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추천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들을 배신하는 느낌이 들어서 뽑을 때마다 괴로워요.” 그렇다면 올해 봤던 영화들로 한정시키면 좀 낫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게 된 그는 최근 미국영화들은 아찔할 정도로 좋았다며 상대적으로 한국영화가 예전에 비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 최고의 영화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