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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홈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르코미술관 'New Shelters', '홈리스의 도시'
등록일 2016.09.17 10:34l최종 업데이트 2016.09.17 22:50l 박윤경 기자(pyk94111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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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5년 말까지 누적된 국내 난민신청자 수는 1만 5천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난민의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이번 전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시에서는 ‘난민’의 의미를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로 넓혀 난민 문제를 우리 주위의 문제로 환기하고자 한다.


  ‘홈리스의 도시’ 전시는 ‘홈리스(homeless)’ 상태에 주목한다. 이때 ‘홈리스’는 단지 집이 없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에서 밀려나 정주하지 못한 채 좌표 위를 떠도는 존재들을 은유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페루 백인 엘리트들의 SNS를 통해 수집된 일상 사진들이 나열돼있다.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사진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의 모서리, 혹은 초점이 흐린 뒤편에서 유색인종의 팔이나 머리가 발견된다. 배경처럼 보이는 백인 가정의 유색인종 가정부와 노동자의 모습은 그들이 백인과 같은 공간에 거주하면서 어떻게 그 공간의 삶에서 배제되어 ‘홈리스’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에 거주하면서 낯선 주방용기와 재료로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타지에서 고향요리를 만드는 행위는 작가가 과거를 추억하고자 하는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함을 의미하고, 이때 만들어진 불완전한 김치는 ‘홈리스’ 상태를 대변한다.


  ‘New Shelters’ 전시는 탈북자, 농촌 여성, 심지어 유기 동물과 잡초까지, 한국 사회에서 밀려나 폭력에 노출된 존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건축 시스템을 제시한다. 전쟁 난민을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 유기동물을 위한 목재조립 입양소, 예비군 훈련장을 활용한 탈북민 임시거처 등,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문제의식과 해결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존재들”이 격리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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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의 도시' 전시작 중 Jaye Moon의 '함께 만드는 집' ⓒ아르코미술관


  한편 ‘홈리스의 도시’ 전시작품 중 하나인 Jaye Moon의 ‘함께 만드는 집’은 전시에서 나열하는 다양한 홈리스의 상황이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함께 만드는 집’은 관객들이 직접 레고를 조립해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집을 만들어나가는 진행형 설치 작품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이 레고라는 규격화된 법칙에 근거하고 있는 상황을 통해, 작가는 홈리스 역시 기본적으로 구조화된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발생함을 말한다. ‘New Shelters’와 ‘홈리스의 도시’ 전시는 결국 난민과 홈리스의 문제가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난민 행렬을 계속 도외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과연 우리가 홈리스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자꾸만 캐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