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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m의 자전거 통학에 도전하다 둔치를 달리고 언덕을 오르며
등록일 2016.09.17 21:22l최종 업데이트 2016.09.18 10:36l 한민희 기자(obtusefo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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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녹색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전거이용시설의 정비 및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리를 도모하는 등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교통수단보다는 여가수단에 더 가깝다. 과연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는 어떨까? 기자가 직접 자전거 통학을 시도해봤다.

1) 기자의 자전거 통학 시 모습.JPG

▲기자의 자전거 통학 시 모습 ⓒ박나은 사진기자


자전거 통학을 시작하다

  자전거 통학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는 여러 장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통학을 위해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진 않다. 기자도 집에 있던 트레이닝복과 자전거를 그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안전에는 따로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자전거 동아리 ‘파아란’의 회장 임형주(화학생물공학 12) 씨는 “동아리에도 헬맷 덕에 목숨을 구한 사람이 많다”며 안전 용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전한 야간 주행을 위한 전조등도 필수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 자전거수리점을 방문해 점검을 받는 것도 좋다. 브레이크의 고장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점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이외에도 짐받이를 달거나, 운동하기 편한 복장을 입는 등 자잘하게 신경 쓸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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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소모와 운동 정보를 기록한 ‘핏빗’ 앱과 주행 정보를 기록한 ‘오픈라이더’ 앱

  자전거 통학 경로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네이버지도’, ‘오픈라이더’ 등의 서비스는 자전거 경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제공된다. 기자는 안양천과 도림천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주행하다 신림역에서부터 도로를 따라 주행하는 경로를 택했다. 또한 이용자의 신체 상태를 기록하는 스포츠 트래커와 자전거 주행 속도, 경로 등을 기록하는 앱 등을 이용했다. 기어, 애플워치와 같은 스마트워치류와 미밴드, 핏빗 밴드 등 최근의 스포츠 트래커들은 이용자의 체중, 맥박수, 움직임 등의 신체 정보를 측정한다.

  자전거 동아리에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운동을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될 뿐 아니라 정보를 구하기에도 좋다. 기자는 자전거 동아리 ‘파아란’의 모임에 참석해 자전거를 타는 노하우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자전거 통학은 즐거웠다

  기자는 자전거 통학 이전에는 통학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통학을 하면서부터 통학 시간이 보다 즐겁고 유익해졌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운동을 하니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저녁 시간에는 하교하며 하천을 따라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자전거 통학을 하며 매일 일정량 이상의 운동을 하게 되니, 등하교할 때마다 무언가 해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3) 야간 주행 시의 풍경 .JPG

야간 주행 시의 풍경 


  기자는 운동을 하기 위해 수영장이나 헬스장에 회원권을 등록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곤 했다. 운동을 하러 가서도 열심히 하지 못하고 금방 그만뒀었다. 반면 자전거 통학의 운동 효과는 확실했다. 기자가 이용한 스포츠 트래커의 정보에 따르면, 기자는 한 번 통학하는 동안 약 18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했고, 약 700칼로리를 소모했다. 하루에 1400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던 셈이다. 자전거 주행은 그 자체로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도 강했다. 한 번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등하교가 끝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타야 했기 때문에 끈기가 약한 기자도 많은 운동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자전거 주행은 운동뿐만 아니라 등하교라는 목적도 있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기에 유리했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는 동안은 대중교통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통학하는 아침과 저녁 시간은 교통 정체가 심할 뿐 아니라 ‘지옥철’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교통에 많은 이용객이 몰린다. 그러나 자전거 통학을 하는 동안에는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전거 통학의 경우 교통과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예기치 못한 지각과 같은 일을 피할 수 있다. 다만 우천 시나 기온이 높은 대낮에는 주행이 힘든 등 기상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자전거 통학은 힘들었다

  자전거 통학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안전이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는 자전거도로로 주행해야 하며, 자전거도로가 없을 시에는 자동차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자전거도로는 보행자겸용도로이기 때문에 자전거 주행이 어렵다. 서울대입구역과 신림역 사이의 자전거 도로 구간의 경우 보행자가 많아 주행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보행자 도로와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도로 우측 가장자리는 버스 전용 차로인 경우가 많아 자전거 주행이 힘들다. 또한 기자가 주행하는 속도가 평균 시속 20킬로미터 정도였는데, 시내에서 자동차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속 30~40킬로미터의 속도가 돼야 한다. 숙련된 주행자가 아니면 자동차 도로에서의 주행은 힘들다.

4) 봉천역 부근의 자전거 도로. 보행자도로와 구분하기 힘들고 위로 많은 보행자가 다닌다..JPG

▲봉천역 부근의 자전거 도로. 보행자도로와 구분하기 힘들고 위로 많은 보행자가 다닌다.


  자전거 관련 시설도 부족했다. 자전거거치대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고, 설치된 곳도 도난의 위협에 쉽게 노출돼 있었다. 심지어 학내 자전거 거치대에 세워둔 자전거의 부품을 도난당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 파아란 동아리원들의 공통적인 증언이었다. 또 자전거를 타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었다. 주말에는 자전거를 소지하고 전철을 탈 수 있지만, 이때도 전철의 엘리베이터 이용은 금지된다. 따라서 자전거를 소지하고 전철을 이용하기 위해선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또 기자의 경우 자전거 바퀴가 전철의 자전거 거치대보다 넓어 거치할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이렇듯 여러 자전거용 시설은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전거 시설 관련 문제는 대부분 예산 문제로 인해 개선이 더딘 편이다.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 자전거활성화팀장 김장오 행정사무관은 자전거 시설 문제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개선이 힘들다고 밝혔다. 한국 교통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자전거는 자동차와 보행자에게 우선순위가 밀리며, 관련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의 경우 땅값이 비싸고 주택이 많아 자전거도로를 확장하기 어려워 자전거도로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 시외의 경우 자전거 도로 확충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아 시 외곽 지역이나 시외의 자전거 도로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 후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일이었다. 기자는 학생회관 6층의 남자 샤워실을 주로 이용했다. 샤워시설은 쾌적했지만 매번 샤워용구와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다. 파아란의 김경회(생명과학 12) 씨는 자전거를 타는 것도 결국은 운동이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축구를 하고 땀 흘리는 것이 당연하듯, 자전거를 탈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김 씨는 자전거 주행의 목적이 운동인지 교통수단인지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강도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 통학은 할 만했다

  기자가 자전거 통학을 한 것은 7월에서 8월로, 폭염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이 때문에 자전거 통학이 힘들 때가 많았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많은 불편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기자는 날씨가 시원해지면 다시 자전거 통학을 시작할 생각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 자전거 통학은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시설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김장오 사무관은 한국의 자전거 이용율이 보급률에 비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관련 업무 담당 부처에서 자전거 이용환경을 개선하려 해도 실제 이용률이 높지 않다보니 자전거 관련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고, 또 다시 자전거 관련 정책이나 시설이 부족하니 이용률이 높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전거 이용자가 많아지거나, 정부가 앞서서 자전거 진흥 정책을 펼쳐야 악순환이 끝날 수 있다. 자전거 이용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것이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