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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필름, 이 실재하는 것의 광채 메이킹 필름의 세계와 가치를 지지하며
등록일 2016.03.13 03:04l최종 업데이트 2016.03.13 03:07l 윤서용(미학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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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영화예술의 힘을 신뢰하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게 다 ‘허구’라는 사실에 허무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카메라에 찍힌 인물들이 예상치 못하게 하는 말,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들.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과 옷,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분위기는 적어도 실재(實在)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다큐멘터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 특히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메이킹 필름’이다. 어떤 것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아름다움과 존경심을 동반하는 시청 경험이었다. 메이킹 필름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메이킹 필름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은 ‘만들어가는 과정’과 ‘만드는 것을 둘러싼 것’이다. 우선 그 전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 왜 감동을 주는 걸까.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는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사물들조차 어떤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무지해지면서 갖게 되는 근본적인 호기심에서 그 가능성을 찾은 바 있다. 나는 그녀의 지적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특별한 기술과 재능을 펼쳐 보이는 제작 과정은 ‘호기심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지적인 쾌감과 연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카 후겐데이크 감독의 ‘레이크스 미술관의 새 단장’은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오래된 국립 미술관이 10년 간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미술관이 어떻게 조직되고 구성되는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측면으로만 이해를 하는 것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영상으로 만든 제작 매뉴얼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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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스 미술관의 새 단장’ 스틸 사진, 레이크스 미술관이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영화



  그러므로 이제 ‘만드는 것을 둘러싼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선 전문가들의 프로 의식이 주는 경건한 마음이 있다. 우리는 한 분야의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을 프로 정신이라고 말한다. 프로들은 ‘좋은 것을 만들자’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치고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고 명확하게 수행해낸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보기 위해 메이킹 필름을 본다, 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프로 정신을 보고자 하는 것이며, 그것을 왜 아름답게 느끼는 걸까. 그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야심 가득한 게으른 사람이다. 마음만큼은 우주를 바라보지만, 현실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들여다본다. 겁은 많아서 꿈꾸는 것에 쉽게 도전하지도 못한다. 그런 내가 동경하고 닮고 싶은 모습이 바로 프로들의 묵직한 성실함의 세계이다. 그들은 하루의 시간을 조금씩 쌓아, 높은 경지로 올라선 사람들이다. 이들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든, 프로이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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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올 앤 아이’ 스틸 사진, 라프 시몬스 디자이너가 자신의 의상을 바라보는 모습. ⓒ네이버 영화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던 실재하는 것을 담아낸다는 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물론 이건 메이킹 필름만이 가지는 특성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관객이 지켜본 제작과정, 프로 정신과 결합되면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물에 대해서. 메이킹 필름은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고 살아온 인물이 보여주는 행동과 감정들을 담아낸다. 예를 들어 프레데릭 청 감독의 ‘디올 앤 아이’속 한 장면.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컬렉션 당일, 쇼가 시작되기 전 잠시 옥상에 올라온다. 긴장감이 묻어나는 얼굴.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숨을 계속 내쉬던 그는 동료와 대화를 하던 도중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따뜻한 위트와 친절에는 인색했던 차가운 미니멀리스트 라프 시몬스의 눈물은 영화 속의 위대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눈물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감동적이다.


  인물뿐만 아니라 그 인물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도 중요하다. 여기서 공간은 사람이 머물고 있는 건물, 사용하고 있는 책상과 도구들, 읽고 있는 책, 마시고 있는 공기와 내리쬐는 햇빛, 인간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분위기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다. 나는 프로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프로들의 세계, 프로들의 공간에 대해서도 감동한다. 마미 스나다 감독의 ‘꿈과 광기의 왕국’은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애니메이터들과 직원들의 정성스러운 손길들을 차분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종종 다른 곳에 관심을 보인다. 스튜디오 정원에 핀 나무의 연두색 잎들이 햇빛을 받으며 흔들리고 있는 모습, 하야오가 바라보는 붉은 노을과 빨갛게 물든 구름들, 애니메이터들이 쓰다 버린 연필 뭉치, 애니메이터들이 퇴근해서 비어버린 작업실 등을 비추는 것이다. 마치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간에 어떤 풍광, 어떤 공기, 어떤 분위기, 어떤 기분이 그 공간을 휩싸고 있었는지까지 포착해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기에, 메이킹 필름은 더욱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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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광기의 왕국’ 스틸 사진,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네이버 영화



  요즘 들어 메이킹 필름의 소중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 영상 속의 모습이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과 가까운 지점에 놓여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자신이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좋음’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모습. 그 와중에 드러나는 진실된 감정과 생각들. 그런 장면들을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고 갑갑하니 원.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지금 전 세계의 수많은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을 엿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에게는 무척 많다. 더 많은 메이킹 필름이 세상의 빛을 보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윤서용(미학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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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전, 최근 들어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