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등록일 2016.06.13 16:51l최종 업데이트 2016.06.13 16:51l 안미혜 편집장(algp143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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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사람이 죽었다. 또 죽었다.’ 한동안 이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또 누군가가 원통하게 죽었습니다. 죽어도 괜찮은 생명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도무지 이들이 불행을 당해야만 했던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운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으니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요. 매일 조심할 수도 없는 것을 조심하며 불행이 나를 택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운으로 포장된 것 뒤에는 명백히 약자에게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가 있습니다.


  더 분이 나는 일이 곧 일어납니다. 여성혐오가 있다는 절규를 장애인혐오로 덮으려 하는가하면, 구조의 결함이 앗아간 청년의 목숨을 개인의 과실 탓으로 떠넘기려 합니다. 이쯤 되면 걱정되기까지 합니다. 죽음에 무디어질까봐, 운이 나쁘면 일하다, 길가다, 죽을 수도 있다고 당연하게 느끼게 될까봐. 다행히 슬픔이 조금은 다르게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 슬픔에서 추동되는 힘이 비극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로 나아가는 걸음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에는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노조 파괴의 실상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법도 있고 제도도 있지만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은 말뿐인 허상이 되고 마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드리려 했습니다. 특집으로는 프라임·코어사업을 다뤘습니다. 세상을 내다보고 변화를 선도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차야 할 대학에는 취업의 각박함이 덮여 버린 지 오랩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먹고 살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하며 무뎌진 곳에 잘 벼린 칼처럼 무엇이 문제인지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어느덧 학기의 끝에서 마지막 호가 나왔습니다. 다행히도,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온전히 학부생들만의 힘으로 한 학기 세 호의 시사 잡지를 꾸려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진보를 일구는 참 목소리’, 이 모토는 항상 더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채찍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너무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더 과감히 비판했어야 하는데.’ 우리가 내는 이 목소리가 변화를 불러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한 호 한 호가 켜켜이 쌓여갑니다. 한 학기 동안 부족한 편집장과 함께 고생해준 기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