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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사회적 경제 조직, 그리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등록일 2017.03.11 11:18l최종 업데이트 2017.03.14 00:49l 이건민(사회복지 박사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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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Jared M.Diamond는 《총, 균, 쇠》(2004) 9장 “선택된 가축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서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과 실패한 동물의 차이를 비교하고, 유라시아 대륙이 타 대륙에 비해 가축화에 성공한 동물의 수가 훨씬 많은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요약하면, 가축화에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기준들(criteria)이 있는데 그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 동물은 가축화에 실패하며, 그러한 기준들을 충족함에 있어서 동서방향의 유라시아 대륙이 남북방향의 아메리카 대륙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사회적 경제 조직의 성패를 설명하는 데에도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 생산양식 하의 일반적인 기업들도 현상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실패하는 기업은 자본주의적 경쟁의 압력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산하는 것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반면 사회적 경제 조직은 다양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한다. ‘사회적 목적의 달성’, ‘구성원 간 신뢰’, ‘지향하는 가치관의 공유’, ‘구성원의 자발성과 개방성’, ‘조직의 민주적 통제’, ‘자생적 역량의 강화’, ‘이윤의 달성’, ‘이윤의 공유 및 순환’ 등등. 영리기업의 생리와 결정적으로 구분되는 점은 사회적 경제 조직은 ‘최적화(optimization)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다양한 기준에서의 ‘역치(threshold) 넘기’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역경 극복의 문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조직이 처하는 생존 문제는 일반 기업의 생존 문제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만약 ‘이윤의 달성’을 최적화 문제로 인식하여 일반 기업으로의 동형화(isomorphism)를 추구하는 경우, 나머지 기준들은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되어 결국 해당 사회적 경제 조직은 와해되거나 또는 영리기업과 다를 바 없는 조직적 특성을 갖게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1년 12월 28일, 그 날은 바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법인 설립일이다. “서울대 법인화는 각 대학원의 재정지원을 축소해 프로젝트 수주를 중심으로 한 연구환경을 조장할 것이고, 국공립대 법인화와 전체 대학들의 시장주의적 대학 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한국대학신문>, 2011년 6월 21일)이라는 당시 우리들(학부생들, 대학원생들, 교수님들 등)이 제기했던 우려는 무시되었고, 서울대 법인화는 졸속으로 강행되었다. 그리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본격적인 출범을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3년 만에 이뤄낸 “결실”로 평가하면서, 서울대는 다음과 같이 약속하였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는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들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창의적 글로벌 리더 육성, 선도적 학문가치의 창출, 공생발전을 위한 사회기여 등의 미션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서울대는 대학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보여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변함없이 이어갈 것이다”(서울대학교 홍보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출범”, 2012년 3월 28일).

  박근혜-최순실-재벌의 삼각동맹과 국정농단에서도, 고 백남기 님의 사인 규명과 부검 필요성에 대한 논란에서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보고서 조작 문제에서도, 더 멀리는 ‘황우석 사태’에서도, 서울대는 불명예스럽게도 그 중심에 있었다. 공직자로서의 윤리와 국민에 대한 책임, 연구자로서의 윤리와 학문에 대한 공정한 태도는 (거의 또는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고, 자신의 과오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진상에대한 투명한 공개 역시 실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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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한 징계와 처벌, 경고와 책임? 누가 누구를? 소통과 신뢰, 학내 민주주의는 어디로? 

ⓒ신일식 기자


  ‘창의적 글로벌 리더 육성’, ‘선도적 학문가치의 창출’, 그리고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라는 미명(美名) 하에 ‘국립대학법인 서울대’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들을 보면 향후 이러한 참담한 일들이 더 많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하게 된다. ‘시흥캠퍼스 졸속 추진’, ‘비학생조교 대량해고 예고’, ‘코어(CORE) 사업 시행’, 학과사무실 통폐합 등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출범 당시 서울대가 약속했던 ‘자율과 책임의 운영체제’, ‘공생발전을 위한 사회 기여’가 그저 공약(空約)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리고 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기업화, 시장화가 고삐 풀린 채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은 서울대가 ‘이윤의 달성’과 ‘세계일류대학으로의 도약’을 최적화 문제로 풀면서, 마치 영리기업화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한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에 대해 ‘법인화 이전’에 제기되었던 다양한 우려들과 ‘현재’에도 여전히 지목되고 있는 여러 가지 우려들에 대해 서울대는, 그리고 총장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책임 있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총장은 이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그리고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면서,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무시하거나 생략한 채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거나 구성원 일부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 우리는 외부 평가, 양적 지표 관리에 연연하기보다는,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을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들을 창출해나가는 새로운 ‘지식공동체’ 상의 조성을 진지하게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식공동체’의 창조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불안정성, 불확실성, 위험이 전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서울대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진정으로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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