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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힘
등록일 2017.03.13 19:20l최종 업데이트 2017.03.13 22:07l 박주평 기자(pjppjp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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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협 노동자들을 처음 만난 건 학생회관 스낵코너의 폐점을 소재로 첫 기사를 쓰면서다. ‘스낵코너 없어지면 클럽샌드위치는 어떡해?’로 시작한 취재는 ‘140만 원 받으면 노동자는 어떡해?’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 됐다. 1년이 지나 이제 학원부장이 돼 준비한 첫 특집으로 노동자들을 다시 만났다. 1년 전보다 더 무거운 짐들이 노동자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지만, 동지들, 식구들과 함께이기에 그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 사는 어머니가 자식의 행복 때문에 불행한 아이러니처럼,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생협은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이용했다. 모든 문제는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도 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위해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귀결됐다.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12년간 동결된 식대가, 식당사업의 적자가 저임금의 이유였다. 생협이 지향하는 가치인 평등과 협동을 차별과 희생이 대체했다.
  사무처 측은 생협노조가 민주노총 대학노조에 가입해서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별다른 문제 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안타깝다는 의미다. 영락없이 왕따의 가해자가, 피해자가 때린 따귀를 맞고 당황하며 내뱉는 말이다. 만약 ‘이렇게까지’가 약자들이 서로 기대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일이라면, 그것은 ‘이렇게까지’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다. 천만 시민들이 시나브로 광장에 모였듯, 생협의 노동자들은 행동에 나섰다.
  취재로 만난 어느 노동자는 “인간답게 대우받으며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 일한 수당을 받고 싶다, 자신의 월급명세서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다, 관리자에게 반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2월 9일 생협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학노조의 노동법교육 질의응답 시간에 쏟아져 나온 이야기다. 노동자들은 ‘복지’의 문제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이 소망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해 속으로, 속으로 욱여넣고 있다가 동지들과 ‘함께’일 때, 비로소 털어놨다.
  함께 밭을 일구고 얻어낸 열매는 메마른 다른 땅에 뿌려질 씨앗이다. 작년 12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는 비학생조교들의 동지가 되어 함께 투쟁했고, 본부로부터 고용 안정 약속을 받았다. 이번에는 비학생조교들이 생협 노동자들의 노동법교육에 함께 참여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미 ‘함께’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새로운 동지들에게 함께하는 우리, 앞으로도 함께일 우리를 보여준 것이다. 불가능이라 믿었던 일이 실현되는 기적을 ‘함께하는 힘’은 해낼 수 있고, 해냈다. 생협 노동자들의 작은 소망도 함께하는 힘으로 크게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