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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바꿔나가는 일
등록일 2018.03.07 22:11l최종 업데이트 2018.03.07 22:11l 이아영 기자(luna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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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은 마음편한 일이다. 주변의 사람이나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그에 대한 생각이 평가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학에 와서의 나는 듣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왜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읽었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노동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학교 안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이런 문제가 생기는 곳은 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취재를 하며 만난 한 활동가 분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다 보면 여성으로서 본인이 사회에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에 대해서 떠올리게 된다고 말씀 하셨다. 그 활동가 분은 단순히 학생들을 돕고 싶어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장실습생의 어려움은 사회 속에서 본인이 겪는 어려움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에 관심을 쏟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남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이 겪고 있는 문제가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의 문제, 너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 문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이야기해야 한다. 현장실습생이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맞닿아 있고, 현장실습생의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은 노동환경이 좋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현장실습생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에,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은 마음은 편하지만 속 시원하지는 않은 일이다. 속 시원히 나의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할 때, 결국 우리의 문제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함께 바꿔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