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호 > 기고·칼럼 >데스크칼럼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
등록일 2018.06.07 22:32l최종 업데이트 2018.06.07 22:32l 이가온 TV부장(rylix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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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찍고 무엇을 쓸지 생각하는 일은 활동 기간 내내 나를 괴롭혔다. 정해진 출입처도, 소식을 전해주는 이도 없는 학내언론의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기사와 영상의 소재를 정하는 것은 동료 기자들과 머리를 맞대도 어려웠다. 새로운 소재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기성 언론을 모니터링했다. 활동 첫 학기를 그렇게 검색하고 참고하며 보냈다. ‘이러려고 들어왔나’ 자괴감이 들었다.


  두 번째 학기에는 운이 좋았다. 동료 기자를 통해 해외입양인연대를 소개받아 해외입양인들을 만났다. 기성 언론에서 그들에게 씌운 ‘불쌍한 입양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형식의 기사와 영상을 구상하는 것은 어려웠다. 휠체어 사용자인 친구와 5시간째 오지 않는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다 그 자리에서 두 번째 기사 취재를 시작해버리기도 했다. 장애인콜택시의 문제, 특히 운전원들의 노동실태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 막연한 추측만으로 이용자와 운전원들을 찾아 나섰다. 


  이번 호에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았다. 광주 출신의 동료 기자가 던진 한마디로 호기롭게 취재를 시작했지만, 전남도청 복원 농성에 관한 정보도 거의 없어 농성 여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광주로 무작정 내려갔다. 다행히 농성은 진행 중이었고, 농성장을 지키는 유가족들은 부족한 사전조사가 죄송스러울 정도로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유가족들은 “더 이상 눈물도 안 나온다”며 덤덤하게 그날의 기억을 꺼내보이다가도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5·18이 1980년에 끝나지 않았다고, 전남도청은 지금까지도 모든 기억을 끌어안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일 년 동안 사진으로, 글로, 그리고 영상으로 남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전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중인 해외입양인의 집에서, 취재 온 기자가 나뿐인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의 집회에서, 5·18 즈음에만 반짝 관심받는 전남도청 농성장에서 카메라와 펜을 잡았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홀로 보고 들었다. 이 고독이 조명조차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간 수많은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