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호 > 기고·칼럼 >데스크칼럼
"우리는 종이 아니다"
등록일 2018.09.10 16:06l최종 업데이트 2018.09.10 23:14l 김건우 기자(kon9511@snu.ac.kr)

조회 수:60

  말 그대로 살인적인 더위였다. 작업 중 열사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속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급히 사업장 전반과 휴게시설에 대한 감독을 지시했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학교 안 육체노동자는 안전할까? 학생식당에선 에어컨을 마주한 채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조리실 내부 끓이고, 튀기고, 굽고, 찌는 틈바구니에서 뜨거운 물로 식판을 닦아내고 있을 노동자들은 얼마나 더울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이 혹여나 미끄러질까 꼭두새벽에 나와 청소하신다는 여사님들이 잠시 두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휴게실은 과연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궁금증에 돌아온 건 “우리는 조선시대로 치면 종”이라는 한 청소 노동자의 울분 섞인 외침이었다. 222동 지하주차장 내 벽을 뚫어 만든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실에서는, 반지하방 거주자라면 익숙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막 주차한 자동차 보닛에서 옮겨왔는지 푹푹 찌는 열기도 휴게실과 비좁은 복도를 메우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 대신 스팀 솥 열기를 쐬다 몸져누웠다는 생협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보여준 흉측하리만큼 시뻘겋게 달아오른 땀띠와 마디마디 휘어진 손가락은 그들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짐작케 했다.  

  기관장 입김이 세다는 학교 문화, 무기직 전환 이후 분산돼버린 책임소재, 줄어만 간다는 학교 예산까지. 학내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 참 많다. 그러나 “(본부가) 노동문제를 의사결정의 우선순위에 둔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노학연대를 이끌고 있는 한 학생대표는 말했었다. “노동문제는 자원의 문제이긴 하지만, 인간의 삶이 결합된 문제인 만큼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조금도 주기 싫어 전전긍긍하는 누군가와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종이 아니다"고 외치는 이들 중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노동환경과 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이들의 절박한 요구에 본부는 지금보다 귀 기울여야 한다.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맞는 최소한의 기준을 단과대 및 기관에 제시하고, 점검을 통해 이를 강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단과대 및 기관의 예산 조정이 필요하다면, 민감한 사안이더라도 본부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생활협동조합에 대해서도 행사하고 있는 권한만큼 뚜렷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열악한 노동환경, 그럼에도 최저에 가까운 임금과 노동조건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영화를 감행해야 한다.

 합리적 판단과 균형감각을 강조하던 어떤 전 총장후보자의 말처럼 노동문제에 대해 마냥 순진해서만은 안 될 것이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해 타협할 부분은 타협해야 한다. 비판 받아야할 부분이 있다면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진보정치인이 평소 강조했듯, 현실을 직시하자는 그 다짐은 어디까지나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임을 잊어선 안 된다.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세상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