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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람
등록일 2019.02.25 17:09l최종 업데이트 2019.02.25 17:09l 최재혁 기자(coliu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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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의 회의 끝에 커버스토리 중에서도 재개발 현장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야 하는 첫 기사를 맡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할 수 있을까?’였다. 평기자로서 첫 참여라는 중압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는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다른 기사를 위해 처음 뵀던 분께 “활달하신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기자를 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받았으니 믿어도 좋다. 을지로에 처음 들어섰을 때 걱정은 배로 늘었다. 모두들 바쁘게 일하고 계셨다. 사전 약속도 잡지 않은 인터뷰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공사현장 건너편에 있는 청계천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농성 천막으로 들어섰다. 공장에 계신 분들보다는 인터뷰 성사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천막 안에 계셨던 강문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걱정은 사라지지 않고 ‘이 기사를 써야 할까?’는 보다 근본적인 것으로 변했다. 이미 다른 언론에서 몇 번이고 인터뷰를 하고 간 뒤였다. 사장님께서는 몇몇 언론들은 상인들의 입장을 제대로 실어 주지 않는다며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같은 주장을 반복해야 하는 피로와, 그마저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후 찾아뵌 이원일 사장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기사가 하나 더해진다 해도 무슨 차이가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무사히 기사를 마무리한 지금도 해방감보다는 무력감이 앞선다. 지난 2월 2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보존연대) 페이스북에는 ‘광성레이저’라는 공장이 이사도 가기 전에 철거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1월 31일에 마지막으로 취재를 갈 때까지만 해도 골목의 중심 도로변에서 멀쩡히 영업하던 곳이었다. 물론 내 취재가 끝났다고 공사가 끝날 리 만무하지만, 이제야 눈에 익어가던 가게들 중 하나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담담하게 넘기기는 어려웠다.

  글쓰기라는 행위가 본래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안다. 글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직접 그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만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커버 기획이 우리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변화를 가져오길 소망해 본다. 보존연대가 전해오는 소식에 꾸준히 주목하고, ‘재개발’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주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