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가치로 남겠습니다
등록일 2019.02.27 20:51l최종 업데이트 2019.02.28 20:34l 유지윤 편집장(jiyounu@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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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사진으로 보다’에는 노들장애인야학을 담았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권이 제한되는 현실에 맞서 투쟁해온 곳입니다. 야학의 홈페이지 인사말은 어느 멕시코 원주민 여성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이어 인사말은 이야기합니다. 노들야학의 존재 이유가 단순히 장애인을 ‘도우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시혜’와 ‘기능’의 껍질로만 남는 것이라고요. 그러나 야학이 꿈꾸는 것은 일회적인 ‘동정’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가치’로 남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난 겨울에도 <서울대저널> 기자들은 부지런히 학교 안팎을 돌아다녔습니다. <서울대저널>이 소외된 목소리를 담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타인의 문제가 놀랍게도 우리의 문제와 닮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기계전기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학생들의 연대가, 결국 타인의 삶을 지탱하게 될 ‘우리’의 노동을 존중하자는 의미였던 것처럼요.

  커버스토리에서는 반복되는 재개발의 폭력성을 파고들었습니다. 높이 쌓아올린 자본의 ‘성공’ 밑에는 누군가의 퇴거가 가려져 있습니다. 청계천·을지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생존보다 이윤이 중시되는 도시에서, 쫓겨나는 것은 언제든 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언어교육원 강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와, 워싱턴 D.C에서 인권을 말하는 여성들의 외침을 들었습니다. 가깝고 멀지만 모두 우리와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서울대저널>이 짚었던 문제들 중에는 시간이 지나 해결되는 것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시혜와 기능의 껍질을 쓴다면 시간과 함께 관심의 끈도 놓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가치로 남는 길을 택하겠습니다. 이번 학기 진심으로 취재하는 <서울대저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