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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 비정규직 = 0?
등록일 2019.03.04 22:36l최종 업데이트 2019.05.23 21:29l 강경희(사회복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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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많은 이들이 ‘글사공’으로 줄여부르는 기관의 정식 명칭은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이다. 2013년도에 만들어져 벌써 햇수로 6년차에 접어든 이 기관은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대로 “글로벌한 비전을 가지고 대학 사회공헌의 선도적 모델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출범했다. 신생 기관이던 글로벌사회공헌단은 지난 4,5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매 방학마다 국내외 각 지역으로 학생들을 파견하는 공헌유랑단부터, 매년 두 차례 개최하는 사회공헌주간, 매 학기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만드는 동아리 학생사회공헌단, 수업과목과 연계시킨 사회공헌형 전공교과목, 내리사랑멘토링, 스마트 사회공헌 경진대회, 적정기술 아카데미, 공유창고 프로젝트, 착한 공방 프로젝트, 응답하라 서울대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만 다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요컨대,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사회공헌활동은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프로그램들 각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온 덕분에 글로벌사회공헌단은 대내외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매년 더 많은 학생들과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프로그램들은 누가 다 만들었을까? 5년 간 쏟아져나온 이 활동들을 기획하고, 지원하고, 실천하고, 평가하고, 보완하는 일은 누가 다 했을까? 한 해에도 천 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공헌활동을 돕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의 직원 17명, 그 중 회계업무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담당하는 16명은 전부 비정규직 노동자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성’은 글로벌사회공헌단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가치이지만 이 조직을 움직여나가는 직원들만큼은 여기서 예외다. 공헌단은 “서울대의 사회공헌은 단순 일회성 봉사가 아닌, 현지에 적용한 적정기술력이 자리 잡을 때까지 꾸준히 방문하는 지속가능한 활동”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업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1년 짜리 계약직 신세다. 그마저도 2년을 초과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2년마다 기존 직원을 내보내고 ‘같은’ 사업을 담당할 ‘다른’ 노동자를 뽑는다. 대학의 사회적 실천을 공언하는 단체가 사실은 나눔과 협력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해고와 채용의 무한한 굴레 속에 갇힌 모습이라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사실이 정녕 믿기시나요?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받았던 교육에서, 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원받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국립대 학생으로서 받는 많은 혜택만큼, 그 빚을 사회에 갚아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봉사에 임하기를 바란다.” 

  아무렴, 국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성을 촉구하는 백번 옳은 말씀이다.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활동했던 친구들의 이후 행보를 보면 교수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정도로 교수님의 바람을 저마다 소신껏 실천해 나가고 있다. 우선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다시 활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많다. 어떤 친구들은 공헌단에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구호단체나 국제협력활동에 지원해 6개월, 1년, 더 오랜 기간 봉사활동에 전념하기도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꾸리고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 재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일의 가치를 느끼고 실천해본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에게 나눔의 사회적 가치와 베푸는 삶의 숭고함을 알려준 공헌활동과 그 활동들을 하나씩 만들어온 선생님들 앞에서는 글로벌사회공헌단이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성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명백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조차 한 번 열지 않고 ‘계약만료’ 딱지를 붙여 해고하는 이 곳에서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지 묻고 싶다.

  거칠게 말하면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만든 조직이, 조직을 움직여나가는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을 착취해 또 다른 빚을 만들고 있는 것이 ‘대학사회공헌의 선도적 모델’을 지향하는 이 기관의 현실이다. 2년 짜리 계약직으로 고용돼 2년이면 교체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없으면 글로벌사회공헌단이 하는 모든 사업과 행정이 마비되는 것이 ‘글로벌한 사회공헌’을 내건 이 기관의 민낯이다.

  이 모순된 현실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힘을 보태주기를 바란다. 내가 글로벌사회공헌단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 까닭은 글쓴이 본인이 정의감에 불타오르거나 노동자 단결의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학생들을 믿고 학생들과 언제나 함께 해준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애초에 공헌활동도, 활동을 통해 깨달은 나눔과 연대의 가치도 배울 수 없었을 것임을 너무 잘 알기에, 정작 우리가 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마련해준 선생님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학교 앞에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일은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용기를 준 당신들도 함께 살 만한 세상이 되어야 하는 게 너무도 당연해서, 그래서 선생님들과 함께한다.

  노동 이야기가 나오면 불의를 참지 못하고 우직한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노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기거나, 혹은 반대로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정의감에 불타오를 거라고 보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도서관을 가는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나의 일상은 다른 이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지며 나 자신 역시 멀지 않은 날에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부당함에 저항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글로벌사회공헌단 선생님들과 연대하는 일은 선생님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실천이다.

  오늘도 글로벌사회공헌단 선생님들은 공헌단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나누는 행복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기를 마음깊이 바라며 일하고 계신다. 사회공헌이 타인의 어려움을 우리의 문제로 함께 고민하며 더불어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글로벌사회공헌단 선생님들의 정당한 요구에 연대하는 일은 어떤 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공헌활동이 아닐까. 공헌단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가끔 내게 ‘나의 멋진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실 때가 있다. 이번엔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 서로를 믿고,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용기 내어준 저의 멋진 친구, 글로벌사회공헌단 선생님들께 이 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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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사회복지 16)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겐 현재를 이야기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은 외로운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놓지 말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산다. 외로운 희망을 붙잡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희망 덕에 살아나가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까.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