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알맞은 단어
등록일 2019.04.19 10:48l최종 업데이트 2019.04.20 12:24l 유지윤 편집장(jiyounu@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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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 마감은 유독 길었습니다. 학기와 함께 준비를 시작한 탓입니다. 2주 내내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떤 날들은 글만 보다 하루가 다 가기도 했습니다.

  대여섯 번씩 한 기사를 탈고하다 보면 가끔 의문이 들곤 합니다. 알맞은 단어를 고르고, 서술어를 깔끔히 하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따옴표의 모양새를 고민할 시간에 현장을 한번 더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목표는 좋은 '글'을 쓰는 데에만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좋은' 글은 뭘까요.

  꼬리를 무는 고민 속에서도 다시 과월호 한 권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들여다보면 고심했던 단어들이 일정한 방향을 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했다, 전했다, 강조했다. 더 가까이서 듣고 싶은 <서울대저널>의 기사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일 것입니다. 지적했다, 비판했다, 꼬집었다. 꽤 자주, 문장들은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제기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다, 요구한다,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누군가의 생각을 담고자 합니다.

  커버스토리 '좋은집 나쁜집 이상한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첫 문단에 쓰인 단어들은 우리의 주거권이 나아갈 방향을 그리는 듯합니다. 첫 기사에선 주거형태로부터 비롯되는 부담을 '들어'봤고, 두 번째 기사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지 탐색했습니다. 다시 주거 안정을 향한 노력을 '들어'보고, 주거 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거듭해 고른 단어들이 그리는 상이지만, 충분히 분명하고 명쾌한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하면 154호에 실린 기사들은 다소 산발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느 하나 같은 주제 아래 묶일 수 있는 기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각각이 가리키는 방향에 독자분들이 함께 해주신다면, 글에 대한 저희의 고민도 조금은 덜어질 것 같습니다. 듣는 데에, 날을 세우는 데에, 해결을 고민하는 데에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알맞은 단어들이 모여 만든 방향이, 더 널리 더 깊이 닿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