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 특집
평행선 달리는 본부와 점거본부, 접점은 있을까? 이준호 학생처장, 윤민정 본부점거 본부장 인터뷰
등록일 2016.12.13 15:18l최종 업데이트 2016.12.15 12:55l 박주평 기자(pjppjp2@snu.ac.kr)

조회 수:944

  지난 10월 10일, 2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성사된 총회에서 학생들은 본부의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실시협약 전면철회’와 ‘본부점거투쟁’을 선택했다. 이후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은 종강이 머지않은 지금까지 본부를 지키고 있지만, 본부점거를 둘러싼 학생들과 본부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대저널>은 11월 셋째 주 이준호 학생처장과 윤민정(정치외교 15) 본부점거본부 본부장을 각각 만나 본부점거 사태에 대한 인식과 해결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사진2.jpg

▲이준호 학생처장은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대화를 통해 본부점거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이준호 학생처장


본부 측은 현재 학생들의 본부점거 사태를 얼마나 무겁게 인식하고 있나?

  본부점거는 10월 10일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이다. 2천여 명의 학부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현실 자체를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 학생들 마음속에 맺혀있는 걸 풀어주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1년여간 열리지 않았던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와 실시협약 기습 체결 등 본부가 시흥캠퍼스 추진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개선할 계획인가?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2013년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가 구성되고 2014년 6월까지 교수협의회 파견위원으로 대화협의체에 참여했는데 가끔 대화협의체가 열려도 많은 내용이 오가지 않았다. 대화협의체가 열리지 않은 1년 동안 총장님이 시흥캠퍼스 논의 자체를 덮어버렸고, 심각한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 8월 30일에 있던 총장실 점거 시도와 연좌농성 당시 총장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 있었는데 내용을 보니 말이 안 되는 게 많아서 내가 폭파시켰다’고 했다. 총장님은 시흥시 사람들이 서울대를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을 가지셨던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가 시흥캠퍼스 추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돼 실시협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흥시와 문구조정 작업을 놓고 계속 부딪혔고, 시흥시가 RC(Residential Campus)와 병원 설립 등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 기획처는 이에 대응해 반박자료를 내는 등 실무에서 어려움이 많았고, 실시협약을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학생들을 속인 모양이 됐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서울대의 대외적인 신뢰가 너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철회는 가능하지 않다. 결국 (본부점거 사태는)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문제인데, 학생들에게 본부가 약속을 지키리라는 확신을 어떻게 줄지가 제일 고민이다.

  지난 11월 16일 오전 11시에 교수회관에서 총장님, 평의원회 의장, 교수협의회장, 총학생회장, 대학원 총학생회 사무국장, 노조위원장 등 학내 대표자 6명이 모여서 간담회, 일명 ‘6자회담’을 진행했다. 총장님은 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모두 소통 부족의 문제를 지적했고, 총장님도 이를 인식했다. 간담회 결과 ▲학내 대표 6인 간담회를 매월 1회로 정례화 ▲학내 의사결정구조 개선 위한 법인화법 개정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들 요구사항을 총장이 문서로 약속하고 세 가지 사항을 실시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총장과의 대화 및 토론회를 열기로 총학생회와 합의했다.


사진4.jpg

본부는 홈페이지에 ‘시흥캠퍼스 자료실’을 만들고 전체 학생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섰다.



학생사찰문건, <서울대저널>에서 보도한 RC논의 및 교무처장 인수인계 문건 등 학생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본부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RC 논의가 나왔던 자리는 처장, 국장급이 모여 진행하는 월요간담회다. RC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기로 한 교수들 사이에서는 RC를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논의가 아니라 결론이다. RC는 본부 차원에서 정책화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만 1기 집행부에는 RC를 원한 처장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무처장 인수인계 문건도 그런 의미일 것이고, 김기현 교무처장은 아마 그런 문건이 있었다는 걸 전혀 기억을 못한 것 같다.

  사찰문건은 총장님이 시흥캠퍼스 반대 피켓에 ‘사회변혁노동자당’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그게 학생들인지 아닌지 알아보라고 지시해서 학생처가 보고한 것 같다. 학생들이 맞다는 확인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소속이나 지도교수 등 불필요한 정보를 덧붙여서 아쉽다. 학생들은 총장이 학생들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사실 자체만으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지만 총장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흥캠퍼스는 시흥시와 민간사업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만큼 캠퍼스 운영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대학기업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대학기업화는 내 직을 걸고 반대할 만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산학협력은 대학이 기업으로부터 용역을 받아서 연구하는 형태가 아니라 대학이 새로운 지식을 자체적으로 창출하고 그 결과물이 기업과 연결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미래를 책임지는 지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조 원이 넘어가는 캠퍼스 조성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이해는 한다. 국립대학을 키우는 것이 대한민국의 책무이기 때문에 국고를 확보하는 계획이 첫 번째다. 서울대의 훌륭한 연구자원을 유인으로 삼아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마스터플랜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영 교수(영어영문학과)의 시흥캠퍼스 RC 연구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학생사회의 요구가 있었지만 8월에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10월에는 RC가 백지화돼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공개가 거부됐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원래 이 연구가 8월 전에 끝나기로 돼 있었다. 내가 듣기로는 5월에 RC 반대 입장이 나왔고 이재영 교수가 연구를 하다가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일단 8월에는 연구가 형식적으로 끝난 게 아닌 상황이었고, 지금은 기초연구는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결과물인 보고서가 없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알고 있다. 본부에서 연구비를 지급받고 진행한 연구인데 연구비를 회수할 단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시협약 철회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나? 본부점거가 지속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여건상 실시협약을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 점거는 신뢰가 쌓이면 풀릴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총장과의 대화다. 시흥캠퍼스 추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고 그 이면에는 더 근본적으로 의사결정구조에서 학생들이 소외됐다는 인식이 있다. 학내 의사결정구조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그를 위한 법 개정안도 총장 임기 내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방법을 잘 몰라서 헤매고 있었는데 학생처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


사진1.jpg

윤민정 본부점거본부장은 본부가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윤민정(정치외교 15) 본부점거본부장


실시협약을 철회해야 하는 이유를 간명하게 설명해달라.

  실시협약은 시흥캠퍼스 추진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계약이고 체결 이후에는 가부를 논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실시협약을 철회해야만 시흥캠퍼스가 학생들이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가거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판단됐을 때 원점에서부터 재논의가 가능하다. 

  또한 시흥캠퍼스는 한라건설이라는 지역특성화사업자가 서울대에 부지를 무상으로 기부하고 시설지원금을 제공한다. 한라건설은 시흥시와의 관계 아래에서 신도시 개발을 통한 부동산 이익을 얻는다. 이처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흥캠퍼스는 공공재원이나 자체 재원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정치권의 신도시 개발이권이 핵심이기 때문에 실시협약을 철회해야 한다.


본부가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는 논리는 관악캠퍼스의 공간 부족과 국제화캠퍼스·산학협력 연구단지 조성이다. 이러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는가?

 먼저 관악캠퍼스의 공간 부족은 정당성이 없다. 캠퍼스 공간이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있지만, 이는 절대적인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시아연구소로, 건물이 거의 비어있지만 학생들에게는 공간이 할당되지 않고 있다. 또 많은 학교 건물이 기부체납 형식으로 운영되다가 민간업체에 양도되는 등, (공간 이용에 대해) 학생의 자율권이 없다. 새로운 캠퍼스를 이야기하기 전에 관악의 공간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국제화캠퍼스는 과연 새로운 공간에서 이뤄져야 하나? 관악에서도 국제화와 교육의 질적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본부는 지금 산학협력 클러스터와 연구공간 확충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나중에 덧붙여진 내용이다. 만약 연구공간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있는 평창캠퍼스를 활용해야 한다. 1조 8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시흥캠퍼스 건설비용을 마련하려면민간자본이 필요한데, 그에 따라 산학협력에 있어서도 대학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연구를 수행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자유롭게 공공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일단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시흥캠퍼스의 정당성 자체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본부가 그간 진행한 소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요한 건 면담을 진행한 횟수가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고 학생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가의 문제다. 그동안의 대화 자리에서는 본부가 추진한 사항에 대한 보고나 총장의 변명 또는 입장 표명만 있었기 때문에 소통하겠다는 진실성이 의심됐다. 본부의 기만적인 소통은 두 차례의 본부문건 보도로 입증됐다고 생각한다. RC나 단과대 및 학년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현재 본부의 공식입장이 끝까지 관철될 수 있을지도 문제다. 거짓말이라기보다 이해관계가 얽힌 실질적 조건 때문에 RC가 하나의 카드로서 존재할 수 있다.


사진3.jpg

<서울대저널>이 보도한 본부의 RC 논의 진행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문건 ⓒ서울대저널



점거가 기한 없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시협약 철회를 양보할 수 있는가?

  본부와의 협상은 마지막 출구전략이고 결국 문제는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으로 귀결된다. 설령 시흥캠퍼스 추진으로 총의가 모이더라도 그것은 굉장히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새롭게 (계약을) 맺으면 ‘의무RC는 하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지만, 학생사회 역량의 문제로 실시협약을 용인하고 세부조건을 협상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약속이 뒤집힐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그래서 협상은 마지막 출구전략이다.


본부점거를 유지할 동력을 어떻게 모색하고 있나? 방학에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일단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에 학생들이 참여를 거부한 탓에 본부가 혼자 추진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시흥캠퍼스 추진에 대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추진을 중단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본부점거만으로 얻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점거 동력을 유지하면서도 (대응 방안을) 가능한 한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 실질적 문제는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여론이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해 본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전술을 모색해야 할 때다. ‘본부스탁’이 (학생들의) 지지를 확인하고 높여나가는 기획 중 하나였는데 요즘 시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취소됐지만, 앞으로 이와 같이 대중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이러려고 본부점거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