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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게 서울대생이란: S-CARD, 등록금, 시흥캠퍼스
등록일 2017.03.11 11:55l최종 업데이트 2017.03.29 22:59l 연창기(영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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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고는 2016년 11월 문화관에서 개최된 <시흥캠퍼스 긴급 공개 토론회>에서 필자가 마지막 학생 청중으로서 발언했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2010년에 서울대학교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부터 제가 ‘서울대생’으로서의 소속감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11년 2학기 우연한 기회에 중앙선관위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저는 총학생회와 2만 학부생의 집단에 대해 느낄 수 있었고 ‘서울대생’으로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즈음, 저는 ‘운동권’ 출신의 총학생회 간부들 대신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사이의 실무협상 채널이자 총학생회 복지사업의 총책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경험: 2012년의 S-CARD


  2012년의 일입니다. S카드 개편에 대한 학생의견 수렴을 위해 학생대표를 파견해달라는 연락이 총학생회로 왔습니다. 총학생회에서 학생복지에 관한 실무 협상은 기본적으로 제가 책임지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기에, 제가 파견되어 갔습니다.

  학생증 어플을 만들고 SNS, 커뮤니티 기능을 넣으시겠답니다. 학생 입장에서 쓸 메리트가 없다고 솔직하게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비판뿐만 아니라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Login with SNU ID’기능을 어플이 수행한다면, 또는 학교의 알림문자가 SMS 대신 학생증 어플을 통해 전달된다면 활용도가 높아지고 학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SNU머니라는 전자화폐를 만드시겠답니다. 생협 기프티콘이나 장터 결제 등 참신한 사용처를 다수 확보하지 않는 한 이 역시 메리트가 없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때도 이미 S카드에 연동된 K-Cash 전자화폐가 생협 결제 및 식권 구매에 사용 가능한 상태였지만, 활용빈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경험: 2013년의 등심위


  이번에는 2013년의 일입니다. 등록금심의위원을 결정해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어서, 전임 집행부 자격으로 또 제가 파견되어 갔습니다. 

  2012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은 총학생회의 보이콧에 대해 본부가 일반 학우 직권 선발로 맞서 파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원의 임기가 2년이라서, 이 파행상태에서 총학생회의 동의 없이 선임된 분들이 학생 추천위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올해는 그분들이 용퇴하시는 것으로 하고, 1년 중임가능으로 규정을 개정해 앞으로는 매년 위원을 뽑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예산을 얼마나 계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부풀린 것은 없는지 검증하기 위해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것은 등심위의 업무영역이며, 등심위원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대학본부는 파일 제공도, 외부 반출도 허락할 수 없으니 6,000억 원이 넘는 예산에 대한 도표들을 행정관에서 눈으로만 보라고 했습니다. 공강시간마다 행정관 3층에 가서 손으로 타이핑해가며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항목들을 찾아냈습니다. 각 항목에 대한 해명을 모두 받아냄은 물론, 내년부터는 자료를 더 일찍, 제대로 제공하겠다고 약속받았습니다.

4년 후: 2016년의 서울대


  결국 제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채로 대학본부가 원하던 대로의 S-CARD 어플이 출시되었고, SNU머니도 개발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S-CARD 어플에 SNU끼리라는 학과 SNS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몇 명이 알고 있을까요? SNU머니로 캐논 프린트나 생협 식당을 이용하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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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D' 어플에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기능들이 있다. ⓒ신일식 기자


  학교 예결산 관련 자료제공과 등심위 조기개최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학생대표가 항의한 흔적 또한 매 등심위 회의록마다 남아있습니다. 특히 위원 선출에 대해서 등심위 운영규정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2013학년도 회의록에 명시된 약속임에도, 2016년 11월 긴급 토론회에서 총학생회장님과 보직교수님들은 해당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학생이 충언으로 말하는 것, 전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서울대학교. 

  그래서 잘 되면 몰라, 실패하기까지 하는 서울대학교. 

  서면으로, 회의록에 약속한 것조차 안 지키는 서울대학교.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경험이 아닙니다. 서울대생으로서의 ‘우리’와 우리의 선배들에게, 대학본부가 지난 30년간 갚지 않고 쌓아오기만 했던 과오와 부채(負債)의 단면입니다. 

  학생이 학교를 왜 믿지 못하느냐는 질문은 잘못되었습니다. 학생이 학교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의 믿음을 저버리고 배신한 것입니다. 

세 번째? 2017년의 시흥캠퍼스


  시흥캠퍼스 대화로 해결하자더니, 발표 3분 전에야 실시협약 체결을 통보하는 서울대학교.

  그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데, 3개월의 시간과 본부점거가 필요한 서울대학교.

  그 잘못에 대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학생들은 징계해야 한다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는 대외적 신뢰 추락과 막대한 배상책임을 불러오기에 못한다는 본부의 반발은 실시협약 졸속체결로 과오는 더 쌓아놓고 이를 갚을 생각은 없다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른바 ‘대타협안’이 제시되긴 했지만, 이 역시 대부분 가능성의 영역에 걸쳐있는 공약이거나 이전에 시도되었던 (그리고 본부가 배신했던!) 수준의 내용입니다. 지금까지의 무시와 배신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또다시 학생을 배신하지 않도록 어떤 안전장치를 설치할 것인지, 안전장치마저 실패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시된 바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에게, 서울대생이란 무엇인가?’ 서울대학교 역사상 최장기록의 행정관 점거의 끝은 이 질문에 대한 본부의 해답과 맞닿아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게 서울대생은 권리와 책임을 공유하는 소중한 구성원입니까,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졸업장을 받아 나가면 그만인 소비자이자 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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