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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와 업무 방기 등 이어져
등록일 2017.03.16 13:11l최종 업데이트 2017.05.15 14:48l 한기웅 기자(surfpengu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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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신문>은 지난 13일(월) 1면을 백지로 하는 호외를 발행했다. 1면 백지 발행 사태는 <대학신문> 창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학신문> 기자단은 지난해부터 약 1년간 이어진 임경훈(정치외교학부)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호외는 <대학신문> 전·현직 기자들이 사비로 제작해 배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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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사비로 발행한 1면 백지 <대학신문> ©최한종 사진기자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와 독단적 운영방식이 낳은 백지발행

  <대학신문> 기자단은 임경훈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와 독단적인 운영에 문제를 제기했다. 기자단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해 조직된 ‘반올림’ 취재 기사의 게재 불허 ▲기자단에 알리지 않고 개교 70주년 기획기사 작성을 조건으로 한 독단적인 지원금 사업 체결 ▲<대학신문> 1933호(10월 17일 자) 제작 과정에서 특정 방향으로 1면 편집 요구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최예린(정치외교 14) 편집장과 오세훈(자유전공 12) 부편집장은 ‘10.10 학생총회’ 이후 발간한 1933호 제작 과정이 가장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기자단은 학생총회와 시흥캠퍼스 문제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자 했으나 임 전 주간은 개교 70주년 행사를 비중 있게 다룰 것을 주장했다. 임 전 주간은 1면에 개교 70주년 사진을, 전반부에 개교 70주년 기념식사를 실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조판에 참여해 기사의 제목을 직접 지으려 했다. 최 편집장은 “임 전 주간이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밤새 비정상적이고 강압적으로 개입을 계속했고, 인쇄소 마감이 다가와서야 제목을 원안으로 결정하는 합의 아닌 합의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주간은 “최종 편집권은 학생이 아니라 발행인에게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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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교수의 개입 배경에 대학본부가 있음을 암시하는 협력부처장의 메모



  임 전 주간의 독단적인 운영도 문제가 됐다. 최예린 편집장은 “평소에도 임 전 주간의 독단적인 운영방식이나 기자단을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기자단 내부에서 불만이 많았다”라고 토로했다. 최 편집장은 백수향(미학) 간사의 재임용 거부를 독단적인 운영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백수향 간사는 작년 7월 정당한 사유 없이 재임용이 거부됐다. <대학신문> 사칙에 따르면 대학원생 3명으로 구성되는 간사단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임용 권한은 전적으로 주간에게 있다. 하지만 관행상 간사 대부분은 최소 2년의 임기를 채웠고, 5-7년 근무한 경우도 있다. 간사로 임용되면 후임을 추천하며 2-3년 뒤에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백수향 간사는 이례적으로 1년 만에 재임용이 거부된 것이다. 

  이에 백수향 간사가 재임용이 거부된 사유를 밝혀달라고 주간과 운영위원회에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백 간사는 "'석사생이 아닌 박사생을 뽑기로 했다'라는 이유를 구두로 들었지만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백 간사는 “내규에 석·박사의 차별이 없고 재임용 시점에 뒤늦게 문제를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내 후임으로 뽑힌 간사 또한 석사생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편집장은 “백수향 간사가 <대학신문> 편집장을 했던 경력이 인정돼 채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재임용이 거부됐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신문>의 운영 파행과 기자단의 불가피한 결정

  기자단은 <대학신문> 1933호(10월 17일자) 제작 과정에서 일어난 임 전 주간의 지나친 개입을 계기로 성낙인 총장과 운영위원회에 임 전 주간의 사임과 기자단의 편집권 보장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4개월 동안 운영위원회로부터 의미 있는 답변은 오지 않았다. 최예린 편집장은 “항의서한은 보낸 절차나 태도가 무례하다는 교수들의 질책만 돌아왔다”라며 교수들과 운영위원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기자단이 항의 서한을 보낸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학신문>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항의 서한 발송 이후 임 전 주간은 사표를 제출했고, 총장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약 5개월간 그는 업무를 방기했다. 임 전 주간이 광고대행사와의 재계약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2017년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대학신문>은 작년 예산으로 발행됐다. 광고대행사가 통상적인 1년 단위 계약이 아니라 월 단위의 계약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임 전 주간은 재계약을 승인하지 않았다. 

  자문위원단과 간사단, 업무국 직원 등 구성원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대학신문>의 운영은 공백인 상태다. <대학신문>의 회계와 사무를 담당하는 업무국 직원 두 명이 모두 사의를 표명했고, 이상혁(언론) 간사도 사표를 냈다. 올해 2월에는 배하은 간사의 재임용이 거부됐고, 4명의 교수로 구성된 자문위원단도 항의서한 발송 등 기자단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전원 사임했다. 여동하(사회복지) 간사는 “(내가) 현재 <대학신문>의 거의 유일한 직원이다”라며 “업무국이 없이는 신문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간사임에도 업무국 일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예산 미집행, 직원 채용 문제 등의 문제로 3월에 정상적인 발행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기자단은 3월 6일(월) 전체기자단회의에서 1면 백지발행을 결정하고 전·현직 기자단에 모금과 기고를 요청했다. 기자단은 8일(수)에 간사를 통해 학교 당국이 4개월 동안 사표가 수리되지 않던 임 전 주간을 면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9일에는 신종호 교수(교육학과)가 새로운 주간으로 부임했다. 신 주간은 10일 편집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백지발행을 결정한 기자단은 이를 거부했다. 

  12일에 기자단은 호외를 학교에 배포했고 <대학신문>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내부 절차를 밟지 않은 호외 기사를 공식 채널에 게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신종호 신임 주간의 지적에 따라 몇 시간 후 기사를 삭제했다. 대신 ‘서울대 대학신문은 백지발행 중’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신설해 호외 기사와 기성언론의 관련 보도를 게재하고 있다.

  한편 <대학신문> 운영위원회는 3월 10일에 임 전 주간의 편집권 침해를 주장한 항의서는 명예훼손이라는 입장을 기자단에 통보했다. 운영위원회는 “학생기자단 항의서는 사실관계의 왜곡 또는 미확인을 통해 주간단과 간사, 직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학생기자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무단녹취 등 집단적인 인권침해 행위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발생했다”라며 “기자단이 자문위원들과 운영위원회의 질책을 거부하고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나 답변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중략) 객관적이고 엄정한 조사와 처리를 위해 이 사건을 인권센터에 즉시 신고하겠다”라고 통보했다. 

  신종호 주간은 “운영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 사안이고, 결국 인권센터에는 임경훈 교수 개인의 이름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신문사 차원의 행동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또 “부임 이후 계속해서 기자단과 대화하면서 서로 오해를 풀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예린 편집장은 “<대학신문> 1933호를 제작하기 위한 편집회의에서 녹취를 한 것인데, 당사자 간의 대화인 동시에 공식적인 자리였다”라며 “또한 1933호 발행 시기는 제작 과정에서 임 전 주간이 비정상적인 개입을 일삼았던 때였다”라고 녹취 문제를 해명했다. 최 편집장은 나아가 “기자단이 편집권 침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지엽적인 부분만 문제 삼으며 정작 편집권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학신문>의 편집권 갈등, 이번엔 해결될 수 있을까?

  <대학신문>의 편집권을 놓고 학교 당국과 학생기자들이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 이창복 주간은 <대학신문>에 총동창회 광고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자단은 광고의 형식이 기사와 흡사하고 대학문학상 광고가 더 시급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대했다. 이에 이 주간은 인쇄중지를 명하겠다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기자단은 사비로 11월 15일자 <대학신문>을 제호를 지워서 발간했다. (<서울대저널>, “학보사 학생편집권은 '그림의 떡'? - 대학신문 백지제호 발행, 그 속이야기”)

  <대학신문>의 편집권이 계속 문제가 되는 이유는 최종 편집권이 사칙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사 사칙 제8조는 “주간은 발행인을 보좌하여 본사의 신문 편집, 인쇄, 발행, 제작 및 신문사 운영과 관련한 전체사무를 통할(한다)”라고 명시한다. 반면 제 10조에 의하면 “편집국은 편집계획, 취재, 조사 및 신문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편집장은 편집국의 사무를 통할”한다. 관행적으로 간사와 업무국 직원 임용, 광고사 계약 등 신문사의 운영은 주간이 담당하고 신문의 최종 검토는 편집장이 해왔지만 임 전 주간이 이 관행을 깨면서 문제가 됐다.

  1면 백지발행을 계기로 기자단은 학생기자들의 편집권을 보장하는 사칙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기자단은 <대학신문>이 언론으로서 기능하기 위해 기자들이 발행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편집국장의 최종 편집권이 인정되는 중앙대 학보사 <중대신문>과 이화여대 학보사 <이대학보>의 예를 들었다. 

  오세훈 부편집장은 운영위원회의 구성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는 <대학신문>의 예산 결정과 사칙 개정 등이 이뤄지는 의사결정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학생기자단은 회의록 열람이나 참관조차 할 수 없다. 오세훈 부편집장은 “아직 기자단 사이에서 운영위원회 참여 문제는 논의 중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사나 예산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는 자리에 신문사의 주체인 학생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자단의 입장에 대해 신종호 주간은 “구체적인 약속을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의 모든 요구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 <대학신문>이 학내 공식 언론기관으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주간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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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발행_3면.jpg▲<대학신문>의 성명서와 지난 1년에 대한 설명 ©<대학신문> 기자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