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 사회
심리상담서비스, 우리도 관리가 필요해 높은 비용 혹은 인력난으로 흔들리는 심리상담의 현재를 돌아보다
등록일 2017.04.24 18:58l최종 업데이트 2017.05.12 17:35l 이하영 기자(heavenlee6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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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정신건강’은 대한민국의 주된 화두 중 하나다.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자살생각률은 2015년을 기준으로 5.1%에 달하며,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 2016).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듯 마음에 이상이 생기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설 심리상담의 비용은 만만치 않고 정신보건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시설은 상담사들의 고충 속에 유지되고 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금, 심리상담 서비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사설 상담서비스, 부담되는 가격과 의심스런 전문성

  일반적으로 가장 떠올리기 쉬운 심리상담 서비스는 사설 상담서비스다. 그중에서 규모가 큰 상담서비스는 기업형 상담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한국상담심리학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나 경영자가 운영하는 기업형 상담센터는 대체로 50분 회기당 10만 원에 달하는 상담비를 요구한다. 상담자의 숙련도와 유명세에 따라 상담비가 시간당 2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상담이 10-20회기에 걸쳐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상담자가 전문성을 얻기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공인 1급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조영은 박사는 “장기간의 무급수련과 월급 200만 원이 안 되는 고된 박봉 생활, 수년간 위와 비슷한 상담비를 지불하며 교육 분석을 받았다는 점이 (상담비 책정에) 반영됐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1 - 심리상담 전문업체 A사의 비용 안내.png

▲심리상담 전문업체 A사의 비용 홍보. 많은 이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상담비용의 부담은 심리상담이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데서 가중된다. 상담영역의 전문가가 의료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상담서비스도 의료서비스로 간주되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와 약물처방, 기타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상담은 제외되는 것이다. 이에 강상경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상담은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나 예방 모두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상담에 대한 접근성이 약물치료나 다른 병원치료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사설 상담서비스에는 서비스 이용자가 상담자의 전문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자격증을 갖고 사업자등록을 하면 누구나 사설 상담기관을 개소하고 운영할 수 있다. 상담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일원화돼있지 않은데다 상담·상담자·상담기관을 통제하는 법규가 없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서 각종 자격증을 판매하다시피 발급하기도 한다. 수강자가 자체 시험에 합격하면 아동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부모상담전문가 등의 자격증을 발급해준다고 광고하는 회사는 물론, 학습과 시험, 과제 제출의 과정만 거치면 아동심리상담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준다고 홍보하는 홈페이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상담 관련 자격증은 추적할 수 없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를 규제할 아무런 법 조항이 없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담서비스 이용자가 상담자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손은 달리고 직원은 고달픈 정신건강증진센터

  이런 사설 상담서비스의 대안으로 운영되는 것이 공공상담서비스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지역주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지자체 및 지역보건소와 협력해 전국 225개소에 달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공공상담서비스는 상담인력이 부족하고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이 안전하지 않아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인력은 센터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기 충분하지 않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만성, 중증정신장애인이나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사례관리와 함께, 각종 사건사고나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까지 담당한다. 세월호 침몰이나 메르스 파동 때도 피해자(생존자, 유가족, 격리감금 당사자 등)를 위한 심리적 지원에 센터 직원들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신건강증진센터 한 곳에서는 많아야 14명의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이 근무한다. 이들이 자살 고위험군 환자 관리, 중증정신장애인 진료, 재해 심리지원 등을 모두 책임지다보니 지역주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에는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 고진선 정책부장은 “센터 예산을 50:50으로 지원하는 지자체와 보건소가 인력을 위한 예산을 잘 늘리지 않아 인원 확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 4 - 10만 명당 정신보건인력.png
ⓒMental health Allas country profile WHO, 2015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위험한 근무환경도 공공상담서비스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다.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환자들의 폭행, 언어폭력, 성적 수치심 유발행위 등 잦은 신체적·정신적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환자가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거나 자신이 사례관리를 하던 환자가 자살로 사망하는 경우, 담당요원은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고진선 정책부장은 “현장에서의 위험을 대비해 2인 1조 출동이 필요하지만 인력부족으로 그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해 만삭인 여성 상담자가 흡연 중인 환자와 혼자서 응급상담을 한 일도 있다”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한편 정신보건전문요원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자체와 보건소가 직접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직영형과 정신병원 등 민간시설에 운영을 맡기는 위탁형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위탁을 받는 기관이 바뀌거나 위탁형에서 직영형으로 전환이 이뤄질 때 직원들의 고용승계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위탁형의 경우 위탁을 받은 민간기업이 센터장을 파견하는데, 이 센터장이 센터 직원들의 사용자가 되고 위탁기관은 센터에 대해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센터장은 길어야 2-3년 단위로 교체되고, 이에 따라 보통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센터 직원도 함께 대량 교체된다.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근무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38개월에 불과하다. 직영형 역시 지자체가 직영을 지속할지 위탁으로 전환할지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 업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일례로 2016년 말 강북구 정신건강증진센터는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의 전환 계획을 갑작스럽게 취소하면서 기존에 근무 중이던 모든 직원을 계약 만료 사유로 해고했다. 당시 인력 공백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이뤄져있지 않아 3개월간 자치구 내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고 해고 후 직원들은 실직수당을 받으며 자원봉사를 해 줄 것을 권고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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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정신보건지부는 정신보건전문요원들의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



  이런 상황에 대해 조영은 박사는 “상담자의 전문성을 인정해 적정 수준의 임금을 주고 좋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충분한 상담자를 뽑아야 한다”라며 상담자가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인력, 열악한 근무조건, 적은 예산으로는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상경 교수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도 병원보다는 지역사회 공동체안에서 공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지역 내 정신보건 서비스 전달체계가 보완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리상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공공영역에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도 낮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이 사설 영역에 남길 선택하는 상황이다. 이에 상담서비스를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으로 편입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신상담 서비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설상담에 보험이 적용되면 내담자가 지불해야 하는 상담비용이 줄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가 인력도 자연스럽게 공공영역으로 유입되리라는 입장이다. 강상경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상담을 포함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지만 이제는 국민소득도 높아지고 상담에 대한 사회적 욕구도 많아져 어느 정도는 제반 요건이 갖춰졌다고 봐야한다”라며 상담을 보험 대상으로 편입하는 방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먼저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사설 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규정하고 상업적 성격을 띤 부실자격증을 철저하게 규제할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조영은 박사는 “심리상담에 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학회의 자격증을 인정해야 할지, 누가 심리상담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할지, 무엇을 심리상담이라고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신보건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발전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강상경 교수에 따르면 건강의 상대적인 개념은 질병(치료)·예방·증진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증진모델은 아플 때 치료하거나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부가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를 의료서비스의 목표로 설정하는 모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증진모델이 세계적 정신보건 서비스의 동향이 되도록 권장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강상경 교수는 “여전히 한국 정신보건 영역의 대부분은, 증진모델과는 반대로 사회적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만 치료 등의 조치를 취하는 선별주의적 질병모델 중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5 - 치료, 예방, 증진모델 비교(일부).png

ⓒ사회변화와 정신보건 사회복지서비스의 방향성:

생애주기 맞추형 융합 서비스, 강상경(2014)



  한국에서 아직은 부족한 증진모델은 2017년 5월부터 시행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도입이 시도될 예정이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에 개입하는 조치가 부족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 증진의 장을 신설하고 일반 국민 대상 사업을 마련하는 ‘전 국민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증진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증진모델을 강화하는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 관리를 담당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중요성이 커진다.

  하지만 정신보건법 개정안에도 아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다. 의료계의 예측에 의하면 정신보건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기존에 입원해 있던 8만 명의 정신질환자 중 4만여 명이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의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기존 입원 환자에 대한 입원적합성 재평가가 이뤄지고 입원 조건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입원환자의 수를 줄이는 대신 환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관리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지역시설을 확충할 방안 없이 복지 확대를 내세우며 법부터 개정하는 것은 선후관계가 뒤바뀐 조치라는 비판이 강하다. 퇴원 환자들의 사후관리를 아직 인력이 부족한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가 맡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 고진선 정책부장은 “일은 늘어나는데 병행돼야 하는 재원마련 계획은 전혀 없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구체적 대안도 부재하는 상황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사진 3 -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jpg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 ⓒ의료정보



  국민소득은 높아지고, 정신건강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커지는 가운데 심리상담 영역은 아직 안정적으로 운영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강상경 교수는 “국민 정신건강의 최종적인 목표는 각자가 사회적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기능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라며, 하루빨리 상담서비스 체계가 보완되고 일상화돼 서비스가 필요한 이들의 마음을 돌봐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