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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현실로, 김효진 교수를 만나다
등록일 2017.04.26 13:19l최종 업데이트 2017.05.13 17:09l 김지숙 기자(okn70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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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교수의 연구실에는 그의 수집품이 정리돼 있다. ⓒ황태희 사진기자


  자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있을까? 화창한 봄날, 관악에서 덕업일치를 실현하고 있는 일본연구소 김효진 교수를 만났다. 김효진 교수는 일본 만화와 동인지의 애호가이자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강했던 수집욕은 지금의 김효진 교수를 만든 원동력이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종로와 명동으로 알음알음 만화책을 사러 다녔다. 한국 순정만화부터 보기 시작한 그는 당시 구입한 김동화의 《내 이름은 신디》를 여전히 소장하고 있다. 만화광이었던 김 교수는 즐겨보던 만화의 원작이 일본 만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라라》나 《리본》 같 은 일본어판 만화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일본 문화를 연구하게 된 계기도만화였다. 김 교수는 고등학생 때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겐지 모노가타리》를 읽으면서 일본의 결혼 제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일본 문화 자체에 흥미를 느낀 김 교수는 서울대 인류학과에 진학해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쳤다. 


  김효진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는 동인지다. 그는 2000년도에 ‘강철의 연금술사’ 동인지를 접하며 동인지의 매력에 눈을 떴다. 김 교수는 동인지가 아마추어들이 프로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표현욕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이기 때문에 “참 소중하다”라고 말한다. 동인지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소위 ‘동인’들이 함께 창작하는 아마추어 자주(自主) 출판물이다. 김효진 교수는 동인지가 대중의 생각과 달리 남성들의 동성애를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인’이라는 형식 안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빌려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매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효진 교수는 한국인이 보는 일본상은 제한적이며, 특히 현대 일본 사회 전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굴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당신은 당신이 안다고 믿는 것만큼 현대 일본을 잘 알지 못 한다”라는 것이다. 또 김 교수는 오타쿠 문화도 사실 폭넓은 일본 대중문화 중 한 부분이고 그 안에 다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일본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일 때 좀 더 일본 사회의 내부적인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교수는 빽빽하게 연구실을 채운 만화책 가운데 요시나가 후미의 《오오쿠》, 《제라 르와 쟈크》를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오오쿠》는 에도 시대에 여성이 대를 잇고 쇼군이 된다는 창작 만화로, 현대 여성의 아픔과 공명하는 작품이다. 《제라르와 쟈크》는 남녀를 아우르는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요시나가 후미 특유의 통찰력을 통해 묘사한 다. 김 교수가 ‘차애’ 캐릭터로 꼽은 캐릭터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등장인물 ‘로이 머스탱’ 이었다. 그는 여기에 “흑발 남캐는 사랑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또 ‘로이 머스탱’은 국가의 명령과 개인의 양심 사이에서 고뇌하고 권력 을 죄악시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양심적인 군인상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최애’ 캐릭터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라고 수줍게 덧붙인 김효진 교수에게서 진정한 ‘덕심’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