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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소통 앞세운 ‘파랑’, 학생사회 통합할 수 있을까 학생사회 고충 반영한 공약들 눈길 끌어… 본부와의 협력, 학생사회 갈등 해결과 소수자 문제에는 명확성 요구돼
등록일 2017.11.14 09:07l최종 업데이트 2017.11.14 09:07l 임소연 기자(xotmxod@snu.ac.kr), 김종현 기자(akdtkd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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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0대 총학생회 선거에 ‘파랑’ 선본이 단독 출마했다. ‘파랑’의 신재용(체육교육 13) 정후보와 박성호(자유전공 13) 부후보는 ‘모두의 잔물결이 하나의 큰 물결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학생 개개인의 복지 실현과 학생사회 내 신뢰회복이 ‘파랑’의 핵심 목표다. 지난 11월 9일 열린 정책간담회와 정책자료집을 토대로 ‘파랑’의 주요 공약과 쟁점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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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파랑’의 박성호 부후보(왼쪽)와 신재용 정후보가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소통으로 풀겠다는 시흥캠, 의견수렴은 어디까지?

  ‘파랑’은 시흥캠퍼스(시흥캠)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더불어, 복지사업 실현을 위해 본부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시흥캠과 총장선출제도를 두고 본부와 전면 대립해온 현 총학의 기조에서 크게 선회한 태도다. 먼저 ‘파랑’의 자체적인 대응 방향은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추진위)’ 참여다. 학생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추진위원 절반 이상을 학생으로 구성 ▲추진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의결, 두 조건이 충족된다는 전제 하에 추진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장직선제 또한 점진적으로 이뤄가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신재용 정후보는 “본부·직원·학생 간 1:1:1 비율로 총장선출제를 개정해야 하지만, 이를 당장 관철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여타 대학법인 학생회와 연대해 법인화법을 개정함으로써 총장직선제를 얻어 내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파랑’은 시흥캠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신뢰회복과 소통을 강조하며, 그 첫 단추로 심층 설문조사를 제시했다. 단과대별 인원에 맞춰 학생 30~50명을 임의 선정, 시흥캠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를 거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시흥캠 대응 방향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책간담회에서는 심층 설문조사가 기층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의가 쏟아졌다. 〈서울대학교 방송(SUB)〉은 “(임의 선정된 학생 중에서도) 30분이 넘는 인터뷰에 응하는 학생은 이미 학생사회에 관심 있거나, ‘파랑’의 기조에 동의하는 편향된 표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신문〉도 심층 설문조사 결과가 전체학생총회(총회) 의결 결과에 우선할 수 있는지, 또 기층 의견의 변화는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물었다. 신재용 정후보는 “인터뷰 사례를 지급함으로써 (설문 표본의 편향성을) 해결할 수 있다”며, 나아가 “설문조사 결과를 시흥캠 대응방향 논의에 적극 반영하겠지만 최종 결정은 전학대회에서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총학과 학생 간 소통을 위해서는 기층 학생들이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있었다. 정책간담회 방청자 허지원(자유전공 15) 씨는 “학생회에 참여하지 않는 입장에서 시흥캠에 관한 자세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허 씨는 “시흥캠 심층 설문조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시흥캠 문제에 생소한) 일반 학생들을 위한 공개토론회와 같은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부점거로 정학 처분을 받았던 학생 12명의 징계 철회에 관한 입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 10월 말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기 내에 징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랑’도 성 총장이 징계 철회를 이행하도록 연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본부가 징계 ‘해제’가 아닌 ‘철회’를 하도록 힘을 쏟진 않겠다고 밝혀 비판받았다. ‘서울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공공모임)’ 소속 황운중(자유전공 14)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은 “부당 징계임을 인정하는 징계 ‘철회’와, (그렇지 않은) 징계 해제는 분명히 다르고 징계 학생들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파랑’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징계 12인 연대체와 협력해 징계 철회 투쟁을 돕겠다”고 표명했다. 


이모저모 살핀 복지공약, 논란 인 소수자 정책

  생활 및 안전 관련 복지공약들은 ‘파랑’의 주안점이다. 정책자료집과 인터뷰, 여러 유세에서 ‘파랑’은 “시흥캠이나 총장직선제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업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파랑’의 복지공약은 ‘생활밀착’, ‘단과대 숙원사업’, ‘안전·인권’으로 세분화된다.  

  실제로 ‘파랑’ 정책자료집의 절반 이상에 대학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공약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관악사 합격률 100%’ 공약은 본부와 협력해서 기숙사 구관 재건축 비용을 교육부에 요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사 중인 글로벌생활관에 더해 구관까지 재건축된다면, 현재 기숙사 지원자 약 7,500명 중 탈락할 수밖에 없는 2,500여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고 ‘파랑’은 주장한다. 정방향·역방향으로 이원화된 교내 순환셔틀을 일원화해 배차간격을 줄이겠다는 공약도 있다. ▲계절학기 신청학점 증가 및 전공과목 추가개설 ▲예비군 훈련 출석보장 ▲군 원격강의 확대 ▲교환학생 학점 인정 개선 ▲근로장학생 선발 투명화 등도 학생들의 만성적인 불만을 반영한 공약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소수자 정책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크다. 먼저 무슬림 학생을 위한 기도 공간 마련 요구가 있었지만 학내 기독교 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박성호 부후보는 어제(13일) 열린 2차 유세를 통해 “한 식사 자리에서 공약으로 넣기는 어렵다고 말한 적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학내 공간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기도실 마련에 대해서는 아직 공론화를 거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며 그럼에도 특정 종교를 언급하며 배제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정책간담회 이후 ‘파랑’ 측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슬람교 학생을 위한 공간을 당장 배정하기엔 (학생 공간의) 여석 부재 문제가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론화 및 추가 논의를 거쳐 무슬림 공간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에 대해 뚜렷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윤민정(정치외교 15) 사회대 학생회장 정후보는 “(몰카 방지 공약에서 나아가) 더 성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고 반성폭력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파랑’이 여성주의를 기조로 택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파랑’은 “(학내 성차별·성폭력에 대해) 유명무실한 인권 교육, 피해자 구제 및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체의 노력에 관해 깊이 재고해야 한다”면서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는 것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파랑’의 문제의식을 잘 대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내 노동자와의 연대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서울대저널〉은 사회대 및 43-1동 개방시간 연장, 휴게실 관리 인력 충원, 통학셔틀 증차 등을 위해 학내 노동자의 노동 강도 강화가 수반될 수 있다고 질의했다. 이에 ‘파랑’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본부와 교섭해 노동강화에 따른 반대급부를 얻을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돕겠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한편 학내 비정규직의 총장선출제 참여 여부에 대한 〈대학신문〉의 질의에도, ‘파랑’은 “정규직(법인직)과 비정규직 간 의견 차는 직원 내 문제”라며 총학의 입장 표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대학노동조합’ 등 비정규직 노조가 학생들의 시흥캠 투쟁에 연대해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파랑’은 “총학이 지금까지 비학생조교 투쟁에 연대해왔듯이 학내 노동자의 부당한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흥캠과 복지 모두 파랑이 넘겨받을 과제

  일각에서는 ‘파랑’이 복지에 방점을 뒀지만, 학생권리 투쟁과 복지 사업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공공모임 고근형(조선해양공학 15) 회원은 “(학생들은) 시흥캠 사업이 곧 피부에 와 닿는 복지 문제라고 봤기 때문에 총회와 본부점거가 이뤄진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상연(사회 12) 씨도 “‘파랑’이 말하는 총학의 역할이란 학생의 요구사항을 본부에 대신 전하는 것뿐”이라며 “학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는 소통은 공허하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에 ‘파랑’은 눈앞의 문제들을 우선 해결해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와 관심을 되찾겠다고 답한다. 신재용 정후보는 “가시화된 복지 문제에 중점을 두고, 당장 다루지 못한 (거버넌스 관련) 사안은 그 후 (장기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운위 실시간 방송 및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전학대회 운영 전자화를 통해 기층 단위 학생들의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라고도 덧붙였다. 

  ‘파랑’의 복지 공약들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본부의 행정적, 재정적 협조가 크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제59대 총학이 공약했던 안전벨 확충, 몰카 방지, 생리대 자판기 설치 사업들은 교육환경개선협의회 안건으로 제안됐을 뿐, 아직 본부 주무부처들과의 실무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파랑’은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본부와 소통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복지 사업의 확대를 위해 본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방향을 강조했다. 학생 복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파랑’의 기조에 대해서 학생사회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기조에 찬성하고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 있는 한편, ‘파랑’만의 철학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시흥캠 대응 방향 및 복지 사업 비중에서 이전 총학과 다른 방향을 설정한 ‘파랑’이 과연 어떤 선택을 받을지, 제60대 총학생회 선거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