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호 > 사회
'로켓'처럼 빠른 배송에 '총알'처럼 잊혀지는 것들 추락하는 택배단가 속 무너지는 노동권
등록일 2016.11.17 15:31l최종 업데이트 2017.03.10 01:18l 송재인 기자(gooay@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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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남편은 택배기사입니다." 7월 4일 모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열 시간도 안 돼 6만 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된 글의 제목이다. 작성자는 어느 택배기사 남편의 아내로, 앞서 같은 사이트에 게재된 '택배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고 싶다'는 내용의 글에 대한 답으로 해당 글을 작성했다. 남편의 고된 하루를 상세히 묘사한 글은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글이 올라간 같은 날, 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도한 배달물량을 처리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난 6월 4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한지 정확히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택배 전쟁 중이다. 매년 8% 가량의 지속적인 택배물량 증가와 온라인 시장 규모 확대로 택배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택배 물량은 18억 1,596만 박스로 전년도에 비해 11.87% 증가했고, 총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9.26% 증가했다. 여기에 해외 직구 및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 물량이 매년 증가하면서 택배시장의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4년 3월 소셜커머스 '쿠팡'이 24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티몬', '예스24', '이마트몰' 등의 업체도 유사한 서비스를 들고 나오며 배송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처럼 속도를 앞세운 택배 전쟁은 여러 택배기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속한 배송에 대한 기대와 압박은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빠른 택배 서비스의 이면에 자리한 구조적 모순과 희생을 짚어봤다.


"저는 안타깝게도 몸이 한 개입니다" 택배기사의 24시간

  광주광역시 서구 담당 우체국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철수 씨(가명)의 하루는 오전 6시에 우편집중국으로 출근하며 시작된다. 김 씨는 이곳에서 2-3시간 동안 택배박스를 배송 순서대로 정리한 후 배송자료를 만든다. 업무에 있어서 우체국택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우체국택배는 우편물을 분류하는 자동화시스템을 택배에도 적용하지만 일반 택배회사의 경우 컨테이너 벨트를 타고 쏟아져 나오는 모든 택배박스를 택배 기사들이 달라붙어 지역별로 일일이 분류하고, 자신이 담당할 물량을 정리한 뒤 차에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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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가 하루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배달을 서두르고 있다. (연출) ⓒ박나은 사진기자

  

  김철수 씨는 오전 9시를 전후로 배송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김 씨의 핸드폰은 하루 종일 불이 난다. 고객들이 자신의 일정을 앞세워 김 씨에게 배달을 독촉하는 탓이다.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독촉에 점심 식사는 거르는 게 예사다. 먹더라도 운전 중 다음 배송을 갈 곳에 전화를 하며 샌드위치, 김밥 등으로 대충 해결한다. 부실한 한 끼니지만, 고객들의 배달 독촉 전화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독촉전화 이외에도, 폭언으로 김 씨를 다그치거나 업무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택배 일을 시작하기 전엔 고객들의 폭언과 무리한 요구에도 민원이 터질까봐 무조건 참는 것이 일상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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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의 휴대전화는 하루종일 재촉, 문의들로 불이 난다. (연출) ⓒ박나은 사진기자



  오후 6시경 배송업무를 마감하고 나면, 김 씨는 착불 요금 및 반송요청 건 처리를 위해 우체국으로 돌아온다. 우체국에 돌아와 모든 업무를 마감하고 나면 늦은 저녁이 된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일주일 중 쉴 수 있는 날이 일요일 하루뿐이다. 그마저도 주중의 업무 때문에 파김치가 돼 그야말로 쉬기에만  급급하다. 김 씨는 “안타깝게도 나는 몸이 한 개고, 이 하나의 몸으로 하루에 최소 150명, 많게는 300명을 만나봐야 한다. 초조하고 급하더라도 차분히 기다려 주면 좋겠다. 어쨌든 당일에는 도착하지 않나”라고 씁쓸히 말했다. 


피튀는 저단가 경쟁과 특수고용직 지위가 열악한 노동 환경 만들어

  김 씨와 같은 택배기사들이 겪는 노고의 이면에는 낮은 택배단가가 있다. 공격적으로 단가를 낮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택배회사들의 결단 속에 산업 구조의 말단에 있는 택배기사들이 그 피해를 모두 짊어지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심동진 전략국장은 “택배회사들의 저단가 출혈경쟁이 택배업계 전체에 전가된다”며 저단가 경쟁이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했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고정된 월급없이 택배 배달 건당 수수료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단가가 낮아질수록 택배기사들은 생업을 위해 고된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2,300원 정도의 택배단가 중 택배기사에게 떨어지는 몫은 700원 정도에 그치는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다보니 택배기사들은 자연히 고강도 노동에 노출된다. 
  
  저단가 경쟁은 택배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대기업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택배단가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심동진 국장은 “제일 큰 문제는 택배단가가 계속 인하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지속적인 단가 인하가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는 매년 약 1%씩 감소하고 있으며, 그 결과 1997 년에 4,732원이었던 단가는 2016년 2,308원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저단가 경쟁의 핵심에는 대기업이 있다. 상위 5개 택배회사(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 로젠, 우체국)의 평균 택배단가는 2015년 기준 시장 전체평균인 2,392원에 비해 100- 200원가량 낮고,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하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경우가 2,075원으로 300원이나 낮다. 인하 대학교 김용진 교수(아태물류학과)는 대기업들이 저단가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규모의 경제’에 있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택배산업은 생산에서 큰 규모의 설비나 장치가 필요한 ‘장치 산업’으로, 택배터미널이나 분류장치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대기업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더구나 택배산업은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단가가 감소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산업’이다. 이 경우 일단 대규모 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배달물량이 늘어도 추가적인 생산비용 없이 기존의 노동력으로 그를 감당할 수 있다. 즉, 장치에서 우위를 차지한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경우 택배단가 가격 인하에 있어 훨씬 적은 부담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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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위 5개사의 평균단가 추이 ⓒCEO스코어

 

  화주(판매자)들의 최저입찰제 또한 택배단가 인하를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화주들은 배송의 정확도나 서비스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만으로 택배회사를 선정한다. 김용진 교수는 “택배회사는 화주에게 마케팅을 하기 위해 엄청난 저단가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화주들의 최저입찰제에 있다”고 말했다. 심동진 국장 역시 “대기업 택배회사들의 경쟁과 화주들의 최저입찰 요구가 맞물려 상승작용하며 저단가 경쟁을 만든다”라 고 강조했다.

  더구나 택배기사들의 고용 형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의 직원이 아니다. 택배회사들은 각 지역 영업소와 외주형식으로 개별적인 계약을 맺어 배송을 의뢰하고, 택배기사는 배달하는 건마다 수수료를 받는다. 운송시장에서는 이 같은 간접고용을 ‘지입제’라 부른다. ‘가지고 들어온다’는 뜻의 지입제는, 본인의 화물차를 보유한 화물차주가 본인 차량의 명의를 운송사에 위탁하고 일감을 배당받는 형식이다. 현재 택배기사의 97%는 이렇게 지입제에 따라 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취급된다. 화물차라는 개인 재산을 가지고 물류업체 또는 대리점 사장과 또 한 명의 ‘사장’으로서 계약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택배기사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사측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무리한 수준의 지입료 요구에도 단체교섭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기름값, 보험료, 식비, 차량구입 및 유지비, 통신비 등의 비용을 영업소에 요구할 수도 없다. ‘고용’된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송 물품의 분실, 파손에 대해서도 사측에 배상비를 요구할 수 없다. 김철수 씨는 “이 세계에 노동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역시 인정받기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도 산재보험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특례조항이 있지만 이는 여전히 ‘선택사항’으로 남아있다. 더불어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각각 반 씩 나눠 부담하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가입률이 낮다. 실제로 택배기사가 속한 특수고용직 6개 직군의 평균 산재보험 가입률은 2013년 기준 9.8%에 그쳤다. 심동진 국장은 “산재보험이 임의가입으로 돼있는데, 이를 공지 받은 사람조차 거의 없다”며 특수고용직종에 대한 산재보험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로켓배송'이 가져온 역풍,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부터 개선돼야
 
최근 소셜커머스 쿠팡이 불러온 ‘로켓배송’ 바람은 택배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쿠팡은 2014년 3월부터 연봉 4천 여만 원의 정규직 ‘쿠팡맨’을 앞세워 광고하며 자체배송,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9,800원 이상의 상품을 주문할 시 24시간 내에 쿠팡맨이 직접 배달을 한다는 것이다. 쿠팡맨은 기존의 지입제 를 통한 위탁계약이 아니라 쿠팡과 직접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다. 신속하고(로켓배송) 친절한(감성배송) 서비스로   택배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쿠팡은 이내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택배업계에서는 쿠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초기 채용 광고와 달리 쿠팡의 정규직 전환은 ‘하늘의 별따기’ 며, 현재 3,600여 명의 쿠팡맨 중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또한 고객들이 ‘감동’이라 인식하는 손 편지 배달, 문자 서비스 등은 쿠팡맨들의 감정노동으로 연결된다.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고객만족 설문조사와 규정준수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감성배송’에 위배되는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다. 이에 더해 24시간 내 로켓배송은 하루 12시간 근무라는 고강도 노동으로 이어지고, 고강도 노동 속 감동을 전달하기 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업무의 위험성이나 고강도 노동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쿠팡이 큰 적자를 극복하고 로켓배송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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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서비스'를 강조하는 소셜커머스 쿠팡의 구직광고 ⓒ쿠팡 홈페이지



  쿠팡이 택배업계의 경쟁을 심화시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진 교수는 “쿠팡이 시장에 서비스 바람을 불고 들어와 노동자들이 과한 서비스를 강요받고 있기도 하다”며 “쿠팡은 하던데 다른 회사들은 왜 못하냐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결국 택배산업 전체를 망쳐놓은(spoil)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동진 국장 또한 “쿠팡이 노동 강도를 높여놓고 무한경쟁에 불을 붙였다” 며 “노동시간 규제도 없고 사고가 나도 제도적으로 보호가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 노동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몬 것”이라고 비판했다. 
 
  택배기사의 노동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표준운임제 시행 등을 통한 택배단가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표준운임제란 현행 운임제도인 시장자율운임제와 달리, 운송료 부담을 영세화물업자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매년 운송원가를 반영한 화물차의 최저운송료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심동진 국장은 “화물노동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비용인 기름 값, 도로비, 보험료, 지입료, 수수료, 주차비, 소모품비, 할부금 등을 제대로 반영하고 동시에 적절한 생활수준이 보장될 수 있는 선에서 표준운임이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심 국장은 표준운임제가 강제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화주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최저가입찰을 하고, 택배회사가 그로 인한 손실을 지입 택배기사들에게 전가하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성의 신고운임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표준운임 제정이 다단계 및 중간착취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특수고용직이라는 택배기사의 법적 신분을 노동자로 인정해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2006년 대법원 판례(2004다29736 판결)는 ‘상당한 정도의 노무 종속성’이 있으면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심동진 국장은 “화물노동자는 화물 운송의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으로 노무종속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노동자 개념의 법적 외연을 넓혀 택배기사들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택배기사의 처우 문제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해결책은 택배비용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김용진 교 수는 “우리 사회에서 서비스는 곧 공짜라는 의미”라며 “전체적으로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굉장히 인색”한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배송 서비스가 등장해도 그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어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속배송 서비스 또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 없이 도입될 경 우, 시장 전체가 같은 서비스를 시도하며 차별성이 없어지고 오히려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편리하다, 빠르다, 싸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편리함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조리가 있음을 직시해야 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