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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출생신고, 아동에게 인간의 권리를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김진 변호사
등록일 2016.11.14 01:39l최종 업데이트 2016.11.17 16:24l 이용주 기자(ericca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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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월, 충남 논산에서 한 20대 미혼 여성이 구속됐다. 생후 24개월 미만의 영아 6명을 적게는 4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을 주고 산 혐의였다. 핏덩이 같은 아기를 이 여성에게 팔아넘긴 생모들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 아기들 상당수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게 돼있지만, 이를 하지 않고 낳자마자 매매한 것이다. 만약 출산과 동시에 아기의 출생신고가 자동적으로 이뤄졌다면 이와 같은 영아 매매는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행 출생신고제를 바꾸자는 움직임은 바로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한국에도 ‘보편적 출생신고’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상당수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출생신고는 한마디로 병원 측에 출생신고의 의무를 지게 하는 제도다. 현재 전국 12개 시민사회단체가 보편적 출생신고를 도입하자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저널>에서는 12개 단체 가운데 한 곳인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김진 변호사에게 보편적 출생신고제도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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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변호사가 보편적 출생신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선영 사진기자



보편적 출생신고는 무엇이고, 어떤 권리들을 보장하는가?

  보편적 출생신고란 한 국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체류 자격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출생이 공적으로 등록돼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아동이 출생신고를 받을 권리는 UN 아동권리협약을 포함한 각종 국제협약에 명시돼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 상당수가 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보편적 출생신고는 아동의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채택하고 있는 출생신고제도는 어떤 내용이고, 무슨 문제점이 있는가?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하면 신고 의무자는 혼인관계가 있을 경우 부모, 혼인관계가 없을 때에는 모(母)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구조인데, 부모가 고의로 혹은 태만해서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크게 처벌 받지 않는다. 가족관계등록법은 아동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복리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엔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역시 아동의 존재가 공적으로 증명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동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부모가 난민인 경우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이주민의 자녀는 자국 대사관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지만, 난민의 경우에는 본국의 박해를 피해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국 대사관에 출
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처지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받는 불이익은 무엇이 있는가?

  국내 아동의 경우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의무교육, 필수예방접종 등에서 배제될 수 있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은 아동에게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읍, 면, 동장은 주민등록표를 기준으로 관할구역 내 출생신고가 된 취학연령아동에 대해서만 취학명부를 작성하고 해당 연령이 된 아동에게 취학통지서를 발행한다. 따라서 출생신고가 누락됐을 경우에는 의무교육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 만일 보호자의 고의나 태만으로 인해 아동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을 경우 교육부의 전수조사 등으로도 사태를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으므로, 이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학대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경우 보호조치를 위해 절차상 아동의 주민등록번호의 기재가 필수적인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아동은 아동복지법상 보호를 받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그 외에 사회보장급여 제공 신청 시에도 주민등록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며, 미제출 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보편적 출생신고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 수 있는가?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는 현행 출생신고제도의 대안으로 분만에 관여한 의사나 조산사가 병원에서 1차로 출생 통보를 하고, 이후 부모가 이름이나 자세한 정보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이주민의 경우 본인이 원할 시 한국 국적의 자녀들과 같은 방식으로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특례조항도 만들어 국적이 없더라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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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서 예시



한국은 왜 보편적 출생신고제도를 도입하지 않는가?

  2013년 5월 20일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유엔인권이사회가 4년 6개월에 한 번씩 유엔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상황을 상호 점검하고 개선책을 권고하는 제도)에서 한국 정부는 UN 각국으로부터 자동출생등록제도(보편적 출생신고) 도입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4가지로 요약하자면 ▲민감한 사안이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낙태 등 신생아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미혼모 아동의 출생등록은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보완할 것이다 ▲자동출생등록제도는 속지주의 국가를 위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속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정서상 이 제도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는 사람에 대한 효력범위를 결정하는 법의 태도로, 속인주의는 영토를 불문하고 국적을 기준으로 모든 자국민에 대해 법을 적용하는 반면, 속지주의는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영역을 기준으로 해당 영역 내 모든 사람에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법무부는 자동출생등록제도가 해외 국적 아동에게도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출생신고와 국적 부여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다. 국적을 주라는 것이 아니라,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아동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필수적인 교육,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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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UN 회원국들로부터 총 70개의 권고사항을 받았다. 위의 표는 권고사항 중 일부다. ⓒHuman Rights Communication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질 경우 미혼모가 병원에서의 출산을 기피해 산모와 영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문제는 미혼모라는 편견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6년 11월 30일 시행 예정인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제14조, 제15조에 의해 앞으로는 신분 증명에 필요한 기본증명서에 최소한의 정보만 실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혼모는 신분 노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혼모가 어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병원 출산을 기피하는지부터 함께 고민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미혼모의 권리는 물론 보장돼야한다. 하지만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도 편견 없이 잘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둬야지, 이들이 미혼모라는 신분을 감추는 데 중점을 두면 안 된다.


2015년 8월 ‘전국의사총연합’은 보편적 출생신고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부모의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돌림으로써 원가 이하의 수가로 인해 의료기관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현재의 상태를 가속화시킨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대법원에서 9억 9300만 원의 예산을 마련해 분만 병원에서 직접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 했는데, 이 시스템을 보편적 출생신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면 재정적 지원 등의 보완책을 논의해야 할 것
이다. 실제로 전국의사총연합이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에 소요되는 예산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지 좀 더 알아봐야 하고, 이를 위해 10월 25일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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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출생신고 캠페인'의 문구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시행하고 있는 캠페인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반대 의견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난민의 국적부여와 연결 지어 생각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명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련 영상을 제작해 보편적 출생신고를 홍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한국 국적 아동을 포함해서 실제로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피해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 보편적 출생신고가 이주민 아동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지 국적을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다양한 육아단체나 정부기관의 의견을 참고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과 같이 법 개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고, 10월 25일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정부 부처, 해외 대사관, 국가인권위원회, 대학 교수들과 같이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보편적 출생신고의 의의를 강조하자면?

  보편적 출생신고 관련 활동을 하다 보면 출생신고에 대한 이야기가 부모, 성인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출생신고의 권리를 가진 것은 아이들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스스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왜 출생신고가 안 됐는지도 알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누구나 누려야 할 예방접종과 교육을 받지 못한다. 특히 이주 아동에게 있어서는 ‘출생신고의 실익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데, 출생신고만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출생신고는 모든 권리의 시작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아동의 존재가 증명이 안 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어떤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처럼 출생신고는 아동에게 있어서는 권리고, 부모에게 있어서는 아동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의무다. 또한 국가에 있어서는 관할권 내 모든 아동을 파악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다.

  보편적 출생신고 도입에 대한 논의는 18대 국회, 19대 국회에서도 계속 있었으나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 임기 중에는 출생신고에 대한 국민의 오해도 풀리고 이해도 높아져 꼭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