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호 > 특집
저출산 대공황을 위한 정부의 뉴딜 정책, 제대로 작동중? 직장여성들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 현황과 실태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서연 (hiti8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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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의 양립화가 초점이 된 새로마지 플랜

정부는 지난 9월 10일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인 ‘2차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 시안을 발표했다. ’새로마지 플랜’이라고 불리는 위 기본계획은 ‘새로움’과 ‘마지막’이 합성된 신조어로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부터 노후의 마지막 생애까지 희망차고 행복하게”라는 인구복지정책의 목표를 담고 있다. 2차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계획은 특히 정책수요가 늘고 있는 ‘일과 가정 양립화’에 초점을 둬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하고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출산장려정책의 첫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육아휴직제도? 육아퇴직제도!
육아휴직제도는 만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는 남녀 구분 없이 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 선에서 출산 전 임금의 40% 임금을 지급받고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사업주는 위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이 아닌 경우에는 거부할 수 없다. 육아휴직을 신청한 경우 사업장은 대체인력을 채용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동료 근로자들이 업무를 분담하여 처리한다.
그러나 2009년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날수록 육아휴직신청자의 직장 복귀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육아휴직 3개월 신청자의 직장 복귀율은 70%이나 10개월 신청자의 직장복귀율은 54%에 불과하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진욱 교수는 “실증연구에 의하면 육아휴직 활용 여부 및 기간은 근로지속성과 부적인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장기간의 육아휴직이 복귀 후 업무를 따라잡기 힘들게 하여 근로 복귀 의욕을 저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는 현재 육아휴직급여의 15%를 적립하였다가 복귀 후 6개월 근속하면 일괄 지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업주 측에서도 육아휴직 신청 근로자가 복귀 후 일정기간 근속해야 대체인력 채용 장려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인력채용장려금이 월30만원에 불과하여 기업에 유인을 제공하기 부족하고, 채용을 현실적으로 강제하는 수단이 부재한다. 대체인력 채용 없이 동료 근로자들이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많고 대체인력이 채용되더라도 숙련도가 낮아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 직장여성이 출산 휴가 신청 후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택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계층이 한정이 되어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 교수는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근로자는 일부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 공무원, 공공부문 근로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주당 15-30 시간으로 단축하여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전일제 육아휴직이 근로자 소득감소 및 경력단절, 기업의 대체인력 채용부담 등으로 활용도가 제한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에도 대체인력을 사용하면 사업주에게 대체인력고용지원금이 지급된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김동현 주무관은 “사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전일제로 쉬게 되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에서는 근로자가 나와서 일하면서 사업주에게 지급되는 돈이 동일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제가 더 활성화될 것(다른 말로)”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난점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육아휴직과 마찬가지로 대체인력을 고용해도 업무 차질을 정상화하기 어렵다. 활용상의 경직성 역시 존재한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는 합산하여 1년을 넘지 않는 선에서 1회 분할해 쓸 수 있다. 게다가 30일 이상 근로시간단축을 신청해야 단축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어 긴급하고 산발적인 육아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역부족이다.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모성보호를 위해서는 ‘계속고용지원금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는 임신 중이나 산전후 휴가 기간 중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를 재계약했을 경우 사업자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업장이라면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위 제도는 비정규직 여성이 아닌 사업주에게 계속 고용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여성이 계속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기는 힘들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 고용률이 채 40%가 안 되고 특수고용노동자는 고용보험 적용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홍보 부족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 주무관은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와 같은 경제단체의 행사를 통하여 위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예산 제약 때문에 대규모 홍보를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보육 프로그램은 초과수요 상태



영유아에 대한 공공보육시스템을 활성화하여 보육기능을 ‘탈가족화’하는 전략 또한 진행 중이다. 직장보육시설설치 지원과 공공형 자율형 어린이집 지원,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이 그 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일정 기준 이상의 사업장에 직장보육시설 설치 및 운영을 의무화하고 지원하고 있다. 사업장이 자사 근로자들을 위해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설치비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2억원에서 5억원 한도로 보전한다. 보육시설 설치를 위해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에는 장기 저리로 융자 지원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사립 어린이집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저렴한 보육비용, 보육교사의 높은 질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여 공공형 어린이집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은 2010년말 기준 2,034개소다. 보건복지부에서 수립한 아이사랑플랜에 따라 2012년까지 2,119개소로 확충할 예정이나 보육수요를 감당하기 부족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은 우수 어린이집 선정기준을 만족하는 민간 어린이집을 지정하여 보육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한편 자율형 어린이집 시범사업은 우수 어린이집을 해당 시도지사가 정하는 보육료 수납한도액의 1.5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과 유미선 주무관은 “공공형 어린이집은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고 가정의 보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자율형 어린이집은 다양한 보육 수요에 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은 시설보육으로는 부모의 야근 등으로 발생하는 긴급하고 일시적인 보육 수요를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간제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관리하고, 전국 232개소의 서비스 제공기관을 두고 있다. 만 65세 이하의 아이돌보미를 양성하여 건강가정지원센터 신청 가정에 파견하고 있으며 서비스 매니저가 월 1회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다.



보육프로그램 활성화 노력에도 난점은 있다.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영유아보육법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 행정절차가 복잡해 관련 전문지식이 없는 기업에서 보육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 또한 설치의무를 위반해도 이를 제재하는 벌칙조항이 없다. 2009년 기준 의무설치사업장 보육시설 설치율은 35.7%에 불과하고 민간 기업으로만 계산할 경우 29.7%이다. 다만 현재 손숙미 의원이 간접적인 제재조치로 직장보육시설 설치의무 미이행 명단을 공표하는 제도를 국회에 입법 발의한 상태다. 정 주무관은 “벌칙조항을 도입할 계획은 없지만 위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의 경우 이용 가정의 만족도는 높지만 보육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 아이돌보미 사업담당 김보라 씨는 “현재 지속적으로 아이돌보미를 양성하고 있지만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과 같은 인구밀집지역의 대기수요가 많아 이를 대부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아이돌보미 서비스 비용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데 여전히 가정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이 계속 근로하도록 유도하기 어렵다. 저임금 노동이 대부분인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책적 역할은 한계가 있어

필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

서강대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진욱 교수는 “육아휴직과 여성 근로지속성의 부적 관계는 정책적 지원이 충분치 못한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하여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여성근로자들이 육아의 대안이 없어 지속적인 근로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여성의 일 가정 양립화를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인식 전환이다. 여성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 복귀 후 제도 밖의 문제는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인사상 불이익, 동료들의 질시 등 육아휴직 신청을 저해하는 요인들은 기업문화와 관련돼 있다. 김 교수는 “이것은 고용 분야, 기업 정신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 전반의 노동 문화다.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야근이 잦은 노동 문화는 그 시간대에 영유아를 맡길 보육시설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김 교수는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는 문화나 근로형태, 노동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고서는 일가족 양립이 요원하다”고 짚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남성의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맞벌이 부부도 가사노동의 90% 이상을 여성이 수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은 남성이 가정에 시간을 투자할 수 없게 하는 기업문화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15개월 중 남성이 반드시 3개월을 쓰도록 하는 부 할당제를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이 제도를 통해 남성들이 출산과 육아 문제를 공감하게 됐고 스웨덴이 가족친화적인 가정, 국가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는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매년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를 운영 중이다.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기업은 조달청, 국방부의 물품구매 적격심사 등에서 신인도 가점을 부여 받는다. 가족친화인증제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를 이미지화, 상품화하여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 김유호 사무관은 “각종 정책을 통한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민간 스스로 가족친화적 경영을 통해 이미지를 제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마인드가 전제되어야 출산장려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지정책의 열쇠는 고용시장에서의 인식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의식 전환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