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호 > 특집
차기 총장 이런 사람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금규 기자 (jse1014@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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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달 정도 지나면 총장실은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23일 총장후보선정위원회가 꾸려졌으며, 현재 10명의 총장후보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 중 5명은 최종 후보로 정해져 교수 투표를 거친 후 '서울대총장'이라는 직위가 주어지게 된다. 앞으로 차기 총장은 '교수 직선 총장 조기 사퇴'라는 징크스와 앞으로 떠 안아야할 여러 부담을 등지고 총장직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이기준 전 총장 재임 시 드러났던 많은 문제점들이 이러한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향후 5년간 서울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서울대학교 총장의 바람직한 상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화가 필요해...
앞서 이기준 전 총장을 평가함에 있어 최악의 평가가 나왔던 부분은 중요한 학내 사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여론수렵과 합의에 관한 것이었다. 총장평가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 전 총장의 독선적인 행정 운영에 대한 비판을 들을 수 있었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대화하는 방법을 잘 터득하고 있어야 한다.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하며, 다음 총장은 항상 '열려 있는'자세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학의 민주화는 총장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에 해당된다"고 말로 거듭 이를 강조했다.
학생을 대학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인정하고 항상 대화할 수 있는 자세가 새 총장에게 요구된다. 최근 총장실 점거까지 네 차례의 본부 점거를 돌이켜보았을 때, 항상 총장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총학생회장 구정모(법학 4)씨는 "학생들의 의견이 대학 운영에 반영될 때 학내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말하며 학생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의 확립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 '대화와 타협'의 자세는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다. '대화'와 '타협'이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수단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 확보가 시급
교수 신문에서 전국 국·공·사립대 총장 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재원 부족'(52%)을 꼽은 총장이 가장 많았다. 이는 대학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총장에게 CEO적인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현재 서울대의 재정은 일반회계, 기성회계, 발전기금의 3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국고 지원금에 의한 일반회계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 회계의 경우 자체적인 예산 편성권이 없기 때문에 교육부에 의한 재정 종속이 심각하다. 사회대의 모 교수는 "BK21사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교육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되었으며 많이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BK21사업과 관련해서 교수협의회의 총장중간평가를 통해 이기준 전 총장이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에 의한 재정 종속은 곧 대학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을 침해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교수계약제, 연봉제, 모집단위 광역화 등에 있어서 교육부의 입김이 거세게 작용하고 있으며, 대학 구조조정에 있어서 효율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경영대의 한 교수는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며, 자율적인 통제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종합해보면 차기 총장은 자원동원능력과 대학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소신이 있는 인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요구된 두 가지 역할은 어쩌면 갈등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회대 한 교수 "자원동원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교육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정체성 바로 세우기
서울대는 그 동안 한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가장 앞서가는 연구를 통해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해왔으며, 한국 사회 민주화의 산실로 대중 운동의 중심이 되어왔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를 졸업한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특권 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민족의 대학'이라는 서울대의 정체성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정체성 확립'이라는 거대담론은 총장 혼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행정운영과 의사 결정에 최종적 위치에 있는 총장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는 출세 지향적인 정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며 우리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민족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대가 가지는 기득권을 방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차기 총장은 기득권을 방출할 수 있는 개혁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 자치 단위에서도 정체성 문제와 관련된 총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21세기진보학생연합 대학개혁위원회 위원장 윤강석(기계항공 4)씨는 "서울대의 특권은 한국의 교육제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이 같은 학벌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총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학의 역할이 교육, 연구, 사회환원에 있다면 사회환원의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장 구정모씨도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대의 정체성'이라는 거대담론은 철저히 구성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공공 교육기관으로서의 서울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발전 방향에 대해 내부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중심적인 역할을 총장이 맡아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총장의 상은?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은 변함없는 진리로 우리에게 다고 온다. 교육자도 마찬가지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교육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서울대 총장이라는 자리가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서울대 총장이'교육자의 마음'이 결여된 경영자여서도 안 된다.'서울대학교 총장'은 총장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교육자다. 차기 총장은 진정한 '교육 철학'이 갖추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