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다시 한 번, 또 다시 한 번...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금규 기자 (jse1014@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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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저널의 기사는 긴 호흡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지면에서 찾아보기 힘들며, 기자들 개개인도 이러한 지면의 특성을 감안해 기사거리를 사전에 다듬거나 좀 더 깊이 있는 기사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어쩌면 서울대저널이 놓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단신들에 대해 편집장으로서 아쉬움이 남지만 '월간지'로서의 정체성 문제로 일단 돌려놓고자 한다.
이번 '총장실 점거'와 관련된 단신들이 타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SnuNow에 보도되는 점거 관련 속보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신들에 대한 작은 집착은 뒤로하고 서울대저널의 지면에서는 이번 사태를 '권리'의 문제 즉, '자치권'으로 환원시켜 기사 속에 녹여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 곳, 편집실 칼럼에서 14년만의 '총장실 점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왜' 점거여야만 했는가?
점거 이후의 정황을 바라보면서 굳이 점거여야만 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시 필자는 비상총회에 이은 점거가 너무 성급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리력이라는 것은 항상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평화적인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대화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당성'의 차원에서 고려해 볼 때, 그것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의 여지가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이다.
점거라는 방식이 고려되어야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총학생회가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광역화, 등록금' 문제와 관련된 대화의 요구는 이미 오랫동안 학생회의 본부를 상대로 한 외침이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본부는 항상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소극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본부는 학생들을 거의 무시해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점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던 본부와의 대화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11일 남짓한 점거를 끝으로 총학생회는 처음으로 본부와 서면 합의문을 공동으로 작성했다. 그 동안의 성과였음에 박수를 보내지만 합의문의 내용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단순히 학생들로 하여금 점거를 풀게 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합의에 임했다면 본부의 진정으로 각성해야 한다. 더 이상 학생들을 관리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서울대학교를 같이 운영해나가는 하나의 주체로 생각해야 하며, 앞으로 본부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이기준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
총학생회가 본부에 제출했던 3대요구안 중에 등록금과 광역화를 제외한 나머지 하나는 '이기준 총장 퇴진'이었다. 논란이 많았던 사외 이사 겸직 문제가 불거진 이후로 공적자금 유용 의혹과 지나치게 많은 판공비 등...가장 말썽 많은 총장을 꼽으라면 이기준 총장이 0순위에 꼽힐 것이다.아쉬운 것이 있다면 총장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요소들이 보였다는 것이다.고가의 안마기,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골프책,장남의 병역 의혹 등은 문제를 바라보는 데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에도 이기준 총장은 아랑곳하지 않는다.'감히 너희들이 나보고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코웃음 칠지도 모르는 일이다.총장은 서울대 내 최고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이 때까지 우리가 보아왔듯이 서울대는 총장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인다.대학 운영의 최종적인 권력이 총장에게 집중되어 있다.그래서 필자는 '총장 퇴진'이라는 구호를 권력 분산이라는 측면으로 재해석 해본다.교육의 수혜자인 학생에게 대학 권력이 골고루 분산될 때 학생이 대학의 주체로 나설 수 있으며,이것이 곧 민주주의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이다.

문득 민주주의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점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물리력의 동원이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우리는 그 동안 민주적인 서울대학교에서 지내왔는가?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열(심히)공(부만하기)'을 강요당하진 않았는가? 다시 한 번, 또 다시 한 번 '우리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