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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김윤주 기자 (naoco91@snu.ac.kr), 이지연 기자 (leejy37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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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첨지. 새침하게 흐린 품이 비가 올 것 같더니, 추적추적 처량하게 비가 내렸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향했다. 주인집 아줌마가 월세를 내라고 닦달하기 전에 훌쩍 뛰어 나왔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모으려면 오늘도 편의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한다. 우라질, 대학만 들어가면 네 인생은 탄탄대로라던 어른들의 말은 시궁창에 처박으라지.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이 먹고 싶다. 마침 내일 식단에 3,000원 짜리 설렁탕이 있다. 왠지 예감이 좋다.
편의점에 도착해서 앞 타임에 알바를 하는 치삼이와 교대했다. 치삼이는 좀 전에 진상 손님이 다녀갔다며 반항이라도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치삼이와 나는 최저임금에 딱 맞춘 4,320원을 받고 일한다. 적어도 1,000시간은 일해야 한 학기 맘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친구들은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커피를 마신다는데, 나는 400원짜리 자판기커피를 뽑을 때도 통장 잔고가 눈앞에 어른어른 거린다. 잠시 후 높은 하이힐을 신고 딱딱 소리를 내며 예쁜 여대생 한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프랑스깡패 카푸치노 하나를 골랐다. “1+1상품입니다, 고객님. 하나 더 가져오세요.” “바쁜데 귀치않게!” 톡 쏘아붙이며 쌩 하고 나가버린다. 그래도 공짜로 카페인 섭취를 하게 됐다. 오늘따라 운수가 좋다.
잠시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허기를 채운다. 평소에는 잘 남지 않던 삼각김밥이 2개나 남았다. 더구나 이건 내가 좋아하는 30% 조밥 삼각김밥. 게다가 바나나 우유까지. 오늘은 운수 대통했다. 이건 꼭 먹어야 한다. 급한 마음에 볼이 비어지도록 쑤셔 넣었다. 하나는 저녁에 먹기 위해 남겨뒀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드디어 퇴근할 시간이 다가왔다. 내일 과제가 있는데 하나도 못했다. 그 때 친구들에게 문자가 왔다. 중도에서 과제를 마치고 한잔 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편지 한 통이 와있다. 방안은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고요한 바다같아, 편지를 뜯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다름 아닌 등록금 고지서. 등록금이 반값이 된다더니 오히려 저번보다 훨씬 올랐다. 이럴 수가. 삼각김밥을 먹다말고 목이 메여왔다. 좋아하는 삼각김밥을 뜯었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오늘은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