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 기고·칼럼 >편집실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필요한 ‘진짜’ 이유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편집장 정원일 (jwi820@snu.ac.kr)

조회 수:658

요새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자꾸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리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학생자치언론 만큼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매체도 없다. 전체 기자들이 참석하는 기획회의를 통해 일부가 걸러지기는 하지만, 에는 대체로 쓰고 싶은 기사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비록 마감을 닦달하는 편집장은 있을지언정, 기사 내용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외부권력자도, 비판기사를 광고로 막으려는 광고주도 없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기자들은 필요하다면 오히려 제 돈을 써가면서까지 취재에 임하고, 어려운 인터뷰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척척 해낸다. 이러면 안 되지만, 가끔은 수업도 빼먹고 취재처를 여기저기 쏘다니는 이들도 있다.

편집장이 독자들 보라고 쓰는 칼럼에서 기자들을 대놓고 칭찬하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지만, 이번 호에서만큼은 부끄러움을 무릅써야겠다. 이번 호 기획 ‘캠퍼스 안전과 그 적들’을 맡은 기자들은 자료를 끝끝내 주지 않으려는 대학본부와 경찰서, 소방서에 맞서 힘든 나날을 보낸 끝에 용케 고급정보를 물어왔다. 특집 ‘탈북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를 담당한 기자들은 수소문 끝에 탈북자들을 실제로 만나 인터뷰했고,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만나러 직접 국회에 찾아가기까지 했다. 복잡한 취재라 할지라도 웬만하면 전화 한 통화로 끝내버리고 마는 기성언론의 기자들보다야 훨씬 낫다. 그런가 하면 기륭전자 투쟁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직접 동조단식에 참여한 기자도 있고,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다룬 기사를 위해 전문가를 열 명 이상 인터뷰한 기자도 있다.

물론 에도 부족한 점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로부터 쓴 소리를 듣고자 모니터요원 제도도 만들었다. 독자좌담회를 듣다 보면 기사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말랑말랑한 기사들이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정반대로 말하는 사람도 봤다. 종이의 질이나 디자인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수도 없이 들어온 터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는 확실히 약속드릴 수 있다. 은 적어도 없는 말을 함부로 지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듣자하니 월급 받고 일하는 학내 모 학보사 기자들이 이따금 취재원을 조작한다기에 한 소리 적어 본다. 자세한 이야기는 석 장만 넘기시면 알게 되겠지만, 만난 적도 없는 취재원의 멘트를 그것도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져다 쓴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전직 기자인지라 기사가 분풀이로 비쳐질까 두려워 보도를 다소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학보사에 무단으로 명의를 도용당하고도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라길래 이번 호에 화끈하게 폭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되는 그 학보사의 기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윗선의 눈치를 봐 가며 쓰기 싫은 기사도 억지로 쓰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 개학을 이틀 남기고 밀린 한 달치 일기를 쓰기 위해 하지도 않은 컴퓨터 오락과 친구집 방문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머리를 싸맸던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이 학보사의 편집국은 총장이 임명하는 주간교수와 간사단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고, 발행재정을 전액 대학본부에 의존한다.

마음껏 기사 쓸 자유가 없고, 편집권조차 온전히 독립되지 않은 언론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덕분에 잘 배웠다. 이번 호에 인터뷰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일관되게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외치는 이유를 내 이제야 진심으로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