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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의 교통을 지키는 사람들 사시사철 정장차림, 황선호 씨를 만나다
등록일 2016.11.12 01:39l최종 업데이트 2016.11.17 16:27l 김종현 기자(toma28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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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파나마모자에 푸른 셔츠, 장갑 낀 손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아저씨. 혼잡한 통학시간 셔 틀을 타면 정문 근처 교차로에서, 또 행정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지나치게 되는 풍경이다. 사계절 내내 정장을 입고 있는 이들은 신호등 없는 학교 안 교통을 지키는 주차유도원이다. 주차유도원은 서울대에 단 8명만 있는 소수정예다. 그 8명 중 한 사람, 경영대로 올라가는 방향 차량차단기 옆에서 근무 중인 황선호(61세) 씨를 만났다.


  4년 차 주차유도원인 황선호 씨는 서울대 주차유도원 중에서도 오래 일한 편이다. 주차유도원들은 대부분 경비원이나 주차관리직을 하던 50~60대 남성들이다. 주차유도원은 정문 인근 차단기 두 곳, 후문 차단기, 행정관 길목, 이렇게 4곳에서 일한다. 주차유도원의 근무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10시간을 넘지만, 그중에 절반이 휴식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한 근무구역마다 주차유도원 2명이 교대하며 1시간 일하고 1시간 쉰다. 황선호 씨는 “사설 건물에서 일할 때보다 서울대가 근무환경도 좋고, (노동에) 시달리게 하지도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94년 이래 최고의 폭염이었던 올 여름에도 틈날 때마다 그늘에서 쉴 수 있었기 때문에 버텼다”고 덧붙였다. 두레문예관의 주차통합관제센터 내 휴게실에는 온돌마루가 있어 주차유도원들이 편히 누워 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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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인 주차유도원 황선호 씨 ⓒ이지원 사진기자



  그러나 주차유도원은 전부 용역업체에 고용된 계약직이다. 학교 측과 계약을 맺고 있는 용역업체들은 다음 해에도 입찰되기 위해 주차유도원들에게 더 많은 노동과 서비스를 요구한다. 고용이 불안정한 주차유도원들은 매년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하기 위해 업체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황선호 씨는 “매년 재계약할 때만 되면 불안해진다”며 “주차유도원이 교통정리까지 하는 까닭도 이런 맥락 때문인 것 같다”고 불안정한 노동 상황을 지적했다. 매연과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있다는 점도 주차유도원으로 일하는 고령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이다.


  관악의 교통지킴이 황선호 씨는 교통정리를 하며 느낀 과속 차량의 위험함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교내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30km지만 택시를 비롯한 과속 차량이 많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황 씨는 “교통정리를 하는 나도 위협을 느낀 적이 여러 번 있다”며 제한속도 준수의 중요성을 거듭 당부했다.


  한눈에 주차유도원을 알아볼 수 있는 흰 모자와 정장차림은 어떻게 생각할까. 황 씨는 “학교를 안내하는 사람인 만큼 멋있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복장을 갖춰야 한다”며 옷차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모자와 셔츠는 일하는 내내 노출되는 자외선을 막아주기도 한다.


  황선호 씨는 일하며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출퇴근하는 교수나 교직원들이 지나가며 “고생하신다, 수고하신다”고 인사해줄 때를 꼽았다. “우리는 학교 안에서 가장 낮은 일 중에 하나를 한다. 나이는 먹었어도, 자존심 다 버리고 인사하며 일하고 있다.” 황 씨는 그런 자신들에게 인사로 답례하면 참 고맙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도로변에서 짧은 인터뷰를 끝내고, 황 씨는 항상 서 있던 차량차단기 옆자리로 돌아가 들어오고 나가는 차를 분주히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