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호 > 문화 >오감을 유지하자
시대를 앓았던 '한국의 정직한 화공' ‘이중섭, 백년의 신화展'
등록일 2016.11.12 13:30l최종 업데이트 2016.11.17 16:28l 김세영 기자(birdyung@snu.ac.kr)

조회 수:164

  이중섭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6년 한국에 태어나 40년을 살았다. 시대적 상황과 작가의 생애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시 그가 처했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는 분명히 그의 작품에 어떤 흔적을 남겼다. 이중섭은 피해갈 수 없는 역사를 작품 속에 고집스럽게 담아낸 예술가였다. 이중섭이 지금까지도 가장 ‘한국적인’ 작가로 기억되는 이유일 것이다.



중섭.jpg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 포스터 ⓒMMCA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는 그의 일생을 따라간다. 평원에서 도쿄로, 부산에서 제주로, 대구에서 서울로. 뿌리내릴 새 없이 역사의 격동에 휘말려야했던 그의 일생은 꿈과 좌절, 그리움으로 점철돼있다. 전시는 가족, 소 등 이중섭이 다룬 대표적인 소재의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4개의 전시장에 나눠 다루고 있다.


  그의 대표작들과 함께 전시된 은지화와 엽서화, 편지화에서는 인간 이중섭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이중섭은 손바닥만한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며 언젠가 큰 벽에 자신의 그림을 내걸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날을 꿈꾸던 가난한 예술가였다. 동시에 그는 한국전쟁 중 일본으로 떠나보낸 부인과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에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내던 다정다감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의 편지화에는 ‘상황은 열악하지만 어서 만나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절박하지만 행복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중섭의 작품들은 한없이 둥글고 따뜻한 동시에 한없이 거칠고 강렬하다. 발가벗은 채 복숭아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동자 그림과 뼈가 툭툭 불거진 황소 그림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이다. 그러나 작품들은 모두 이중섭이 표현하는 ‘살아감’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 있다. 마치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는 듯한 발가벗은 아이들은 또 다른 생명들, 물고기와 새와 게를 꼭 붙들고 있다. 그림 속에서 아이와 물고기와 새와 게는 마치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듯 이어져 있다.


  그러나 비슷한 작품들을 계속 보다보면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은 건지, 붙들어 맨 건지, 서로에게 묶여 있는 건지 애매해진다. 게는 그 집게로 병든 황소를 괴롭힌다. 새는 늙어서 이빨마저 빠져버린 황소의 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병든 소가 이중섭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들은 생명의 원천인 동시에 작가 스스로가 느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중섭을 대표하는 ‘소’ 그림 속에서 단순한 선 몇 개로 표현된 소는 앙상하게 말랐고 기이하게 비틀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는 강한 힘을 내뿜는다. 그림을 뚫고 나올 듯 정면을 응시하는 소의 강렬한 모습은 이중섭의 친구였던 작가 한묵이 그린 ‘중섭의 상’ 속 고뇌하는 이중섭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중섭은 이 험난한 세상을 도피하기보다는 더 깊게, 더 넓게 그곳에 뿌리내려 어떻게든 살아보려던 예술가였다. 이중섭 자신의 말대로 그는 “한국의 정직한 화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