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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팬클럽 '미라클'이 되어보다 아이돌 팬덤 체험기
등록일 2016.11.11 12:48l최종 업데이트 2016.11.18 23:54l 한민희 기자(obtusefox@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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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전인 1996년, 1세대 아이돌로 불리는 그룹 H.O.T가 데뷔했다. 그 후 20년 동안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결성되고 해체됐다. 매해 생겨나는 아이돌 그룹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Pop 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화되면서 명실상부 한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날로 성장하는 아이돌 산업의 입지와는 달리, 이러한 산업의 주 고객인 팬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철없는 아이들의 취미라는 식이다. 과연 실제 아이돌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돌 팬덤 문화를 직접 체험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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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체험 후 남은 오마이걸 앨범과 포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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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하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체험하기 전에 어느 아이돌의 팬이 될지를 정하기 위해 아이돌을 조사해봤다. 잘 알지 못하고 볼 때는 모두 똑같아 보이던 걸그룹들도 알고 보니 그룹마다 특성이 뚜렷했다. 데뷔한 이래로 음반 차트를 석권하며 인기를 끄는 ‘트와이스’, 최근 유행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결성된 그룹 ‘I.O.I’, 그리고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던 ‘구구단’과 ‘다이아’까지, 저마다 특성을 가진 다양한 걸그룹이 있었다. 기자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걸그룹들의 노래를 들어봤다. 유튜브에는 공식 계정을 통해 업로드된 뮤직비디오, 안무 등의 영상뿐 아니라 팬들이 직접 촬영하거나 제작한 영상 또한 업로드돼있었다. 

  팬들이 주로 ‘입덕’하는 계기는 인터넷이다. 명동에서 만난 중학교 2학년 김모 군과 박모 군도 유튜브를 통해 아이돌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여러 아이돌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다보니 좋아하는 아이돌이 생겼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인터넷을 통해 여러 아이돌을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그룹을 찾았다. 2015년 데뷔한 8인조 걸그룹 ‘오마이걸’이었다. 곡 ‘한 발짝 두 발짝’의 아련한 가사와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다. ‘직캠’ 영상을 찾아보니 노래뿐 아니라 그룹 자체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군대에 있는 동안 입덕을 하기도 한다. 현재 군 복무 중인 경영대 학생 A 씨는 군대에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이 많지 않아 아이돌 팬 활동을 주로 즐긴다고 답했다. 러블리즈의 팬 이시영(23세) 씨도 역시 군복무 중 TV나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다보면 자연스레 아이돌에 관심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전역한 지금도 러블리즈의 팬으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주변에 아이돌의 팬이 많은 경우 자연스레 팬 활동을 접하게 된다. 기자도 지인에게서 오마이걸에 대해 들은 바가 많아 팬 활동이 익숙하게 느껴졌고, 곧 오마이걸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팬 활동의 많은 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팬들은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는 각 아이돌의 ‘갤러리’가 있다. 각 아이돌의 갤러리에 팬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활동을 진행한다. 갤러리를 통해 돈을 모아 아이돌에게 ‘조공’을 하기도 한다. 갤러리보다 공식적인 곳은 ‘공카’다. 공카에서는 회원들 간의 교류가 오가고 행사나 활동에 관한 공지가 이뤄진다. 공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이돌 팬덤은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빅뱅의 팬덤 ‘VIP’, 트와이스의 팬덤 ‘원스’가 있다. 오마이걸 팬덤의 이름은 ‘미라클’이다.

  조공은 대부분 선물, 편지 등이다. 팬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이나 앨범 발매 등을 기념해 멤버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이나 멤버를 상징하는 것들을 보낸다. 조공은 아이돌 멤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엑소’의 팬 권다회(16세) 양은 그룹 멤버들에게 직접 선물을 주기 힘든 경우 주변인에게 조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룹 멤버가 출연한 드라마의 제작 스태프들에게 요깃거리를 제공하는 식이다. 반대로 아이돌이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역조공’도 있다. 오마이걸은 사인회를 찾은 팬들에게 장미를 선물해주거나, 음악방송 녹화장을 찾은 팬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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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플랫폼 '브이앱'



  최근에는 모바일 앱도 팬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팬들은 여러 앱을 통해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표하고 서로 교류한다. 아이돌이 직접 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브이앱’이라 불리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V Live’다. 브이앱에서는 아이돌의 영상이 업로드되거나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아이돌은 이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팬들과 대화를 나눈다. 브이앱의 영상 조회수와 시청자 수는 곧 아이돌의 인기 순위를 나타내기 때문에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돋보이게 하려고 경쟁적으로 앱 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굿즈’를 사다

  기자는 오마이걸 ‘굿즈’를 사기 위해 명동을 방문했다. 명동 주변에는 K-Pop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만큼 아이돌 관련 상품을 파는 곳도 많았다. 지하상가의 한 상점에 들어서자 아이돌의 앨범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앨범뿐만 아니라 아이돌의 사진이 실린 달력, 쿠션, 화보, 응원 도구, 아이돌 이름표, 스티커 등도 많은 굿즈가 눈에 띄었다.

  구매하려 했던 오마이걸의 앨범이 보여 반가웠다. 앨범의 가격은 하나에 1~2만 원 정도였다. 예상과 달리 앨범들은 CD케이스 모양이 아니라 책자나 종이 상자 모양을 하고 있었다. 책자 형태의 앨범을 개봉하니, 앨범의 핵심은 CD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CD는 보호 비닐도 없이 종이 사이에 끼워져 있었고, 책자를 가득 채운 것은 멤버들의 소개문과 사진이었다. 특히 앨범 속에는 멤버 중 한 명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가 포함돼있는데, 포토카드는 임의로 동봉되기 때문에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사는 경우도 있다. 인기가 많은 멤버의 포토카드는 팬들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중고나라’에서 오마이걸의 포토카드의 가격은 3천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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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한 굿즈 가게

  명동에는 ‘SM 팝업 스토어’도 있었다. 대형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관련 상품들을 전시한 임시매장인 이곳에서는 아이돌과 관련된 옷, 식품, 시계 등 다른 매장에 비해 더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엑소 손짜장’과 ‘엑소 손짬뽕’이었다. 아이돌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고 사진 한 장 붙어있지 않은 상품임에도 관심을 보이는 팬들이 여럿 보였다.

  아이돌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익 추구는 필요하지만, 팬 사인회를 미끼로 같은 앨범을 수십장씩 구매하도록 하거나, 아이돌과 전혀 관계없는 상품에 단순히 아이돌 브랜드만 붙여 비싸게 파는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오프’를 뛰다

  아이돌이 출연하는 행사에는 음악방송, 콘서트, 다른 행사의 찬조 공연 등이 있다. 오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행사 일정을 알아봤지만 기사 작성 시점에 참석할 수 있는 행사는 얼마 없었다. 오마이걸의 콘서트는 이미 지난 후였고 입장료도 8만 8천 원으로 비싼 편이었다. 게다가 많은 오프 행사가 지방에서 이뤄져 참여하기 힘들다. 지방 행사의 경우 팬들이 다인승 차량을 대여해 찾아가는 일도 있다.

  아이돌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오프 행사는 팬 사인회다. 그러나 사인회를 가기란 쉽지 않다. 기획사들은 보통 앨범 하나에 한 장씩 들어있는 응모권을 추첨해 사인회 참석권을 부여한다. 그래서 앨범을 많이 살수록 사인회에 참석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인기가 높은 아이돌일수록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돌마다 ‘안정권’에 드는 앨범 구입 수는 다른데, 권다회 씨는 엑소의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앨범을 20장씩 사는 지인도 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오마이걸의 팬 사인회는 보통 앨범 8장 정도를 사면 참석할 수 있다. 물론 앨범을 많이 산다고 해도 참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

  기자는 조사 끝에 ‘구로아시아문화축제 2016’에서 오마이걸의 공연을 보게 됐다. 이 공연에는 트와이스를 비롯한 다른 아이돌도 대거 출연해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였다. 공연 시작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음에도 무대에서 한참 먼 곳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공연 전에 내린 비로 땅은 질퍽했고, 소란을 피우거나 좌석을 임의로 옮기는 등 관람예절을 지키지 않아 눈을 찌푸리게 하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그래서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공연 관람이 다소 불쾌한 경험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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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아시아문화축제2016' 중 오마이걸의 공연. 먼 거리였지만 기자는 행복했다.



  하지만 오마이걸이 등장하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먼 곳에서 작게 볼 수밖에 없었음에도 기자는 행복했다. 특히 우천으로 무대가 미끄러워 넘어진 상황에도 웃으며 일어나 다시 춤을 추는 멤버 ‘아린’을 보고 그 꿋꿋한 의지에 감동했다. 기자는 그날부터 아린의 팬이 됐다. 오마이걸의 다음 순서로 오마이걸보다 더 인기가 많은 트와이스가 등장했지만, 오마이걸을 볼 때만큼 큰 행복을 느끼지는 못했다.


‘오마이걸’을 만난 것은 ‘미라클’

  오마이걸의 곡 ‘B612’에는 ‘네가 날 사랑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인 걸’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오마이걸 팬덤의 이름 ‘미라클’은 이 가사를 따서 지어졌다. 취재를 위해 팬으로 활동하는 동안 오마이걸을 알게 된 것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설레고, 오마이걸의 사진을 보며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힘든 일과 속에서 오마이걸은 큰 위안이 되었다. 기사 작성을 위해 팬이 되고자 했지만, 어느새 기자는 오마이걸의 진짜 팬이 됐다. 물론 만사를 뒤로하고 공연을 찾아다니거나 사인회에 가기 위해 앨범 수십 장을 살 정도의 열혈 팬은 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는 활동은 계속할 생각이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돌 팬들이 ‘철없이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처음 팬 활동을 시작할 때 기자 역시 이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팬 문화를 체험하는 동안 기자는 분명히 팬 문화의 긍정적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열혈 팬이 아니라면 많은 비용 지출 없이도 인터넷을 통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이기도 하다. 아이돌 팬 문화의 긍정적 역할을 볼 때, 팬 문화는 철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다양한 취미 중 하나로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매해 등장하는 수많은 아이돌 중 대부분은 주목받지 못하고 은퇴한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빗물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춤을 추는 아이돌의 모습 뒤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과 눈물이 숨어있다. 기자는 오마이걸을, 그리고 수많은 아이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