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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가 지켜주지 않는 권리 이주노조 위원장에게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묻다
등록일 2017.06.27 01:21l최종 업데이트 2017.06.27 01:21l 이재은 기자(ssje1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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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주민을 향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는 전 세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이 미국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수차례 보도되며 한국사회의 분노와 비판도 거세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 분노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한국 내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차별과 배제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취업할 수 있게 된 역사는 1991년 제정된 산업연수생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제도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대우하며 최저임금법,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중 어느 것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산업연수 기업에서 도망쳤고,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불법 체류자가 됐다.

  오랜 비판 끝에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를 대체하는 고용허가제가 제정됐다. 이로써 이주노동자는 내국인과 동등하게 노동3권과 산업재해보험, 건강보험을 보장받고 취업기간 동안 사업장을 3번까지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와 이주노동자의 위계적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조항들 때문에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가령 이주노동자의 취업기간인 3년이 만료된 후에 취업기간을 연장하거나 사업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이 조항은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불법적 노동조건을 제공해도 이주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없게 만든다.

  현재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주노조)’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다야 라이 씨는 2005년 이주노동자로서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노동현장에서의 차별을 공론화하고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이주노조를 결성했다. 2015년 이주노조 설립이 합법화되기 전까지 이주노조의 주요 목표는 노동조합 구성권을 인정받는 것이었다. 이후 노조는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기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고 고용허가제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이주노동자가 직면한 현실은 무엇이고, 현 제도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지 우다야 라이 씨를 만나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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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조 위원장 우다야 라이씨 ⓒ유경연 사진기자



합법화 이후 이주노조의 활동과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어떻게 변했나?

  합법화 이후 조합원이 늘어 현재 약 1,200명이 됐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도 노동조합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생겨서 전국적으로 조합원이 늘었다. 이주노조가 다루는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 차별금지,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 문제 등으로 노조가 합법화되기 전과 같다. 특히 고용허가제, 숙식비 관련 지침 등의 제도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주노조가 합법화됐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직면한 노동현실은 여전하다. 그들은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처지에 있고 노동권과 기본권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숙식비 공제 방식과 숙박시설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규정상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경우 임금에서 숙박비를 사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지난 2월 정부는 숙식비 관련 규정을 수정하여 발표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숙식비가 최고 20%까지 임금에서 사전 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 할 수 있다. 게다가 냉난방, 세면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도 합법적인 숙소로 분류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제공하는 열악한 주거시설을 문제 삼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월세로 주거지를 구하더라도 보증금을 받는데, 목돈이 없어 보증금을 내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거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업주가 노동자와 계약을 맺기 전에 숙식비와 숙소환경을 자세히 공지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사업주들은 임금을 최저임금 아래로 깎을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해줘야 할 ‘외국인 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은 오히려 이주노동자에게 명백한 갑인 사업주와 합의를 통해 숙식비와 숙소환경을 조율하라는 현실적이지 못한 내용만 제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열악한 환경에도 이주노조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주노동자들이 공식적으로 노동권과 기본권을 배울 기회가 없다. 본국에서 고용허가제를 소개할 때도, 한국에 와서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정부 기관에서 교육받을 때도 고용허가제의 장점만 강조된다. 가령 교육기관은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3번까지 옮겨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 부각하고 이를 위해선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시위나 투쟁은 하면 안 되고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도, 버티기 힘든 노동환경에서도 사업주한테 잘 보여야한다고 가르친다.

  이에 더해 이주노동자들은 부당한 피해를 받았을 때 대처할 방법도 배우지 못한다. 이주노동자를 도울 책임이 있는 이주노동자센터와 일부 경찰부터가 노동자에게 무턱대고 사업주와 화해하라고 설득한다.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폭행, 욕설과 같은 명백한 범죄로부터 피해를 받았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90%는 (거시적인 문제인)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문제 상황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주노조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이주노동자 관련 기관들의 활동과 노조의 활동을 비교하며 이주노조 참여에 상대적으로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지역 곳곳에 있는 각종 이주노동자센터들은 한국어 수업을 하거나 무료로 한국여행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체로 이는 노동자들이 한국에 동화하는 과정을 돕고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하며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면 이주노조는 5천 원의 조합비를 걷으면서도 투쟁과 시위처럼 거센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센터를 거쳐 온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이주노조를 가까이하기가 어렵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 관련 기관의 활동에 쉽게 참여하게 되지만 노동자로서 서로 연대하고 투쟁하는 것은 어렵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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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인가?

  고용허가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이주노동자를 불법 체류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 사업주의 허락을 통해서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는 고용허가제의 규정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임금도 올라가지 않고 근로조건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들은 3년간 묶어놓고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으니 그들의 불만이나 건의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보다 불법 체류노동자들에게 더 잘해준다는 말도 있다. 그들은 이미 고용허가제를 거치며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라 언제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용허가제하의 노동자는 비자도 있고 합법적으로 고용됐지만 추가수당을 얻을 수 있는 잔업도 덜 주고 임금도 조금 주고 노동현장에서 대우도 좋지 않다.

  이렇다보니 노동자들이 폭행, 폭력, 강압 등을 당해도 신고하기가 어렵다.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경찰 앞에서 이주노동자보다 사업주의 주장이 더 쉽게 받아들여질뿐더러 고발한 후에도 그 사업주 아래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고용기간 3년이 지나면 사업주의 허락이 있어야 1년 10개월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문제제기를 하는 노동자는 연장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뀌어 악용되기도 한다. 본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거나 돌아갈 수 없는데도 사업주가 부당하게 취업기간 연장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도망을 가고 미등록 노동자로 남게 된다. 애초에 고용허가제에서 4년 10개월을 취업기간으로 정해주면 이주노동자들이 도망갈 이유도 상당히 줄어든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제대로 안한다고 생각하면 사업주가 마음대로 이탈신고를 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이탈신고가 허위라는 점을 증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가령 사업주가 오늘 사업장에 나오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을 녹음해야 하고 허위로 이탈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물을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 부당한 해고 혹은 계약 불연장 등에 적법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결국 도망가 미등록 노동자로 남게 된다.


고용허가제의 대안으로 노동허가제를 제시했는데 어떤 제도인가?

  노동허가제는 고용허가제의 장점을 유지하고 그 단점들을 개선하는 대안이다. 우선 과거 산업연수생 제도와는 달리 고용허가제의 선발과정은 매우 투명하고 공정하다. 산업연수생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브로커를 통해야 했기 때문에 거액의 금액이 필요했고 그 선발 과정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의 경우 노동자들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을 통과하면 한국에 취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고용허가제의 선발과정은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전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노동권과 기본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고용허가제에서 규정하는 최저임금, 산업재해보상 보장, 노동법과 건강보험 적용 등이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이를 노동자들이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허가제 조항 중 미등록 노동자를 양산하는 사업장 변경 조건과 한국 체류기간을 다루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사업주의 허락을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도록 조항을 구성해야 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고용기간 연장에 관해서도 사업주는 강력한 권한을 지닌다. 사업주에게 3년 이후 근로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맡기지 않고 국가가 처음부터 최대 고용기간을 4년 10개월로 보장하고 고용계약을 맺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가 보다 정당하게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되고 불법 체류자가 되는 노동자들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이외에도 이주노동자의 가족 동반 입국, 노동3권 보장, 온전한 사회보장제도 적용, 퇴직금 지급 등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들을 보장하도록 하는 조항들도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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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맞아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메이데이 대회'를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그렇다면 노동허가제를 시행하기에 한국 사회가 준비됐다고 생각하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이주노동자를 향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작업장에서 이주노동자를 폭행하거나 모욕하는 한국 노동자도 많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 왔으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악용해 그들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하는 관행이 심각하다. 퇴직금을 주면 미등록 노동자가 된 사람들이 목돈을 갖고 한국에 남을 수 있고 퇴직금을 안 줘야 돈이 없어 본국으로 돌아간다며 퇴직금을 주지 않고 버티는 사업주들이 있다. 국가기관마저 이를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허가제 도입을 위해 인권단체와 민주노총과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정부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별로 없다. 오히려 테러방지법 제정과 출입국관리법 개정 이후 이주노동자가 많은 동네에 경찰이 많아지기도 했다. 지하철 입구 등에 서서 아무 이유 없이 이주노동자들을 검문하고 검색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근혜 정권부터 황교안 권한대행 시기에 이르기까지 사업장에 직접 찾아오거나 길거리에서 갑자기 검문하며 단속하는 상황도 많아졌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전면 합법화가 곧바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능해질 때까지 이주노조는 투쟁할 것이다.


이주노조가 한국인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주노동자들과 관련된 기사에는 ‘이주노동자 때문에 한국인이 일자리를 잃는다’, ‘잠재적 범죄자들이다’, ‘차별받기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의 댓글이 많이 달린다. 혹은 ‘한국인들도 노동착취 많이 당하는데 왜 너희만 그러느냐’는 이야기도 많다.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 노동자들이 차별, 비정규직, 저임금에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구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노동자로서 지금의 문제 상황을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이주노동자도 한국인이 필요해서 데려온 동등한 노동자기에 최소한 한국에 있는 동안 차별 없이 기본권을 보장해달라고 투쟁하는 것이다. 누구나 차별 없이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 중에는 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교사, 공무원도 있다. 이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막노동도 감수하며 온다. 비록 이주노동자의 본국 중에는 경제적으로 못 사는 나라가 많지만 그와 관계없이 노동자 개개인은 자신의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 이주노조가 합법화됐다는 점이 바로 그 지점을 증명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노동자라도 권리가 있기에 그 사실을 한국의 법으로 인정해주는 것 아닌가. 그리고 입장을 바꿔서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일할 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한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을 없애기 위해 우리도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싶다. 한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그 어떤 노동자도 부당한 노동관계를 참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함께 연대하고 노력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