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 > 특집
학내 편의시설, 누가 운영해야 하나? 입점 및 운영 과정에 구성원들 목소리 적극 반영돼야
등록일 2015.09.13 20:26l최종 업데이트 2015.09.19 03:12l 이서울 기자(seoullee123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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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새로 입점한 관정관 편의시설 7개 업체가 늘어서 있다. ⓒ김대현 사진기자


  서울대학교는 캠퍼스 면적도 넓고 건물 수도 많은 만큼 학내 편의시설의 운영 주체도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생협)’이 있고, 경우에 따라 건물 기부자나 학교가 직접 입점 업체와 임대계약을 맺기도 한다. 그 동안 새로운 편의시설이 들어올 때마다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했던 까닭은 편의시설의 운영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구성원들의 복지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 차가 존재하는 만큼, 학내 편의시설의 바람직한 운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례와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정관 편의시설, 득인가 실인가


  작년 중앙도서관 관정관 준공을 앞두고 새로 입점할 편의시설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관정관에 들어오는 편의시설로 인해 생협의 매출이 하락하면 그 피해가 결과적으로 학내 구성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25년간의 관정관 편의시설 운영권을 가져간 ‘관정이종환교육재단(관정교육재단)’이 한식•일식 전문점을 비롯한 각종 음식점과 커피•빵류 전문점의 입점을 요청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당시 생협은 이로 인한 매출 감소분이 연간 27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음식점이나 커피숍 대신에 도서관 주변의 기존 업체와 업종이 겹치지 않는 사진관이나 출력제본업체 등을 들여올 것을 요구했다. 


  현재 관정관 별관에는 파리바게트와 롯데리아, CU편의점 등의 편의시설이 입점해있다. 애초에 관정교육재단이 백화점 수준의 복합편의시설을 원했던 것을 고려해볼 때 현재의 관정관 편의시설은 많이 축소된 규모다. 학교 자산운영팀의 박기영 선임주무관은 “서울대학교 재산관리위원회에서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애쓴 결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협의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생협 김인옥 경영지원실장은 “아직 관정관 편의시설이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영향 분석은 어렵지만, 도서관 인근의 업체들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은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생협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도서관 본관에 있는 뚜레쥬르는 올해 3월부터 6월까지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7% 감소했고, 도서관 매점의 경우 매출이 10.7% 떨어졌다. 이 두 업체는 관정관에 들어온 파리바게트, CU편의점과 업종이 같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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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협 매출의 하락이 식대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학내 구성원의 복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생협은 식당 부문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과나 문구 부문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메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2014년에는 식당 부문에서 13억여 원의 적자가 났다. 2005년 이후 식대는 동결됐지만 물가는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 식당에서 가격이 4,000원을 웃도는 메뉴가 늘어난 것도 높아진 물가의 영향이다. FS사업본부 김태수 팀장은 “2,500원짜리 메뉴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제공하기가 힘들다”며 “요즘 학생들의 수요와 재료비를 고려해서 4,000원짜리 특식을 종종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간이 갈수록 식당 적자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판매사업부의 매출마저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생협은 식대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김인옥 경영지원실장은 “여러 부문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올해는 버티겠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또다시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관정관 편의시설로 인한 생협 매출의 하락이 학내 구성원의 복지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양한 편의시설이 입점하면서 구성원의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하늬(식품영양 11) 생협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생협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추구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후생복지 증진”이라며 “관정관 편의시설의 입점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학교 자산운영팀의 박기영 선임주무관은 “도서관 증축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재원이 없었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정관 편의시설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교육시설의 제공 및 편의시설의 다양화’라는 측면과 ‘생협의 수익 악화로 인한 구성원의 복지 감소’라는 측면이 서로 충돌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한국대학생협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관정관 편의시설이) 지금은 입에 달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전부 후세대에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시설 운영권 제공을 담보한 기부채납 계약을 맺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내 편의시설의 운영 주체는?
 

  관정관이 준공되고 새로운 업체들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관정관 편의시설 입점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학내에 입점해 있는 수많은 편의시설을 누가,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관한 문제도 함께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학내 편의시설은 생협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인 것은 아니다. 생협이 직접 직원을 고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영매장이 있는 반면, 공개 입찰을 통해 선정한 외부업체로부터 생협이 임대료를 받는 위탁운영 형태가 있다. 학생회관식당과 3식당을 비롯한 여러 단체급식소와 느티나무카페, 도서관매점 등이 직영매장이고, 공대간이식당과 220동 식당 등 일부 단체급식소와 각종 브랜드 매장 등은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관정관과 같이 기부채납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에서 기부자가 편의시설의 운영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인문대와 사회대, 공과대에 각각 있는 신양학술정보관이 대표적이다. 대림국제관의 경우 ‘재단법인 서울대학교발전기금(발전기금)’이 스쿨스토어 및 포베이와 임대계약을 맺고 있다. 글로벌공학교육센터의 일부 편의시설도 발전기금이 운영한다. 관정관과 달리 이들 건물에 편의시설이 입점할 때 큰 논란이 없었던 것은 편의시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들 건물의 편의시설에서 발생한 운영수익이 다시 학내 구성원들에게 환원되기 때문이다. 발전기금으로 귀속되는 운영수익은 서울대의 교육과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며, 신양학술정보관 편의시설의 임대료는 전액 학교에 다시 기부되고 있다. 반면 관정관 편의시설에서 발생한 수익 중 관정관의 유지•보수비로 사용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관정교육재단이 가져가고 있다.

  학교가 직접 외부업체와 임대계약을 맺기도 한다. 국제대학원 건물에 있는 CNN카페나 치의학대학원 건물 매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범대학 12동에 새로 들어올 예정인 편의시설도 학교가 관리한다. 이 외에도 전문 자격이 필요한 약국과 미용실, 안경원 등은 생협이 직접 운영할 수 없어 학교와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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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대학원에 위치한 CNN 카페. CNN카페는 학교 본부와 직접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김대현 사진기자


학교와 생협은 서로 무슨 관계?


  기본적으로 생협은 학교 구성원들의 복지 증진을 목표로 캠퍼스 내부의 편의시설을 운영한다는 점에 있어서 학교와 불가분의 관계다. 원래 학내 편의시설은 대학의 본래 기능인 교육과 연구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지원 시설로서 대학의 본부가 운영할 책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학이라는 행정조직이 전부 감내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대학은 편의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도 갖추고 있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대학이 수익사업에 집중해 캠퍼스가 상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3자에게 위탁하면 편의시설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이 학내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가격이 비싸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경험적으로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운영형태가 바로 협동조합이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원래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생협이 대신하고 있는 형태이므로, 학교는 생협의 사업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학교가 생협에 시설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외부인도 아닌 학교 구성원들이 후생복지 향상을 목표로 설립한 생협이 학교에 시설사용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08년에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등 국공립대 생협으로부터 시설사용료를 받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현재 국공립대 생협은 기획재정부의 지침에 따라 시설사용료를 내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대학에서 외부업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생협에 시설사용료를 물리고 있다. 현재 서울대 생협은 학교 자체의 규칙인 ‘재산관리규칙’에 따라 법인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교에 시설사용료를 내고 있다. 권 사무국장은 “법인화 이후 학교가 자율적으로 재산을 관리하게 된 만큼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동안 생협에 부과하던 시설사용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들어 학내에 입점하는 외부업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부업체와 맺는 임대계약까지 생협이 독점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학내 편의시설을 생협이 운영하게 된 가장 중요한 까닭은 외부업체가 들어올 경우 발생한 수익이 학내 구성원들에게 환원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갈 뿐만 아니라, 생협이 운영할 때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생협이 외부 업체에 편의시설 운영을 위탁하는 것은 생협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 본부 자산운영팀 박기영 선임주무관은 “단체급식소 운영 등에 있어서 생협의 전문성은 인정하지만, 외부업체가 들어와야 한다면 그 계약을 굳이 생협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매년 감사를 받고 있는 학교가 직접 임대계약을 체결할 경우 더 체계적이고 투명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CNN카페나 치의학대학원 매점 등 최근 새로 생긴 편의시설을 학교가 직접 관리하는 데에는 이러한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외부업체도 생협이 관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생협이 관리할 경우 생협 식당 부문의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편의시설 운영에 직접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호(서문 09) 인문대 학생회장은 “현재는 편의시설 입점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고, 학생들이 의견을 낼 통로가 전무하다”며 “지금 건설 중인 14동 건물의 편의시설을 생협에서 맡아서 운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학내에 입점할 편의시설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모두 서울대 재산관리위원회에서 담당한다. 재산관리위원회는 기획부총장과 학생처장 등 7명의 당연직 위원과 6명의 위촉직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에 학생위원은 단 한 명도 없다. 학생처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학생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반면 생협이 계약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단과대학 관계자와 학생처장, 생협 사무국 직원 등으로 이뤄진 선정위원회에 학생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돼 다른 위원들과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학생위원회의 과제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 권종탁 사무국장은 “생협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생들이 생협의 운영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학내 편의시설을 누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느냐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단순히 편의점의 주인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대학 거버넌스의 문제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 캠퍼스 내에 증가한 외부업체로 인해 대학의 상업화가 우려된다고는 하지만, 조금 더 비싼 값을 내더라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구성원들의 수요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모든 학내 편의시설은 예산 확보도, 수익 추구도 아닌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호 인문대 학생회장은 “편의시설의 존재 이유이자 최대 이용자는 바로 학생들”이라며 “학내에 입점하는 편의시설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선정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