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호 > 문화
대학 엠티, 어디까지 왔나 식상하고 문제있는 엠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돋보여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현정 기자 (liked@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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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새내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가는 학기 초엔 구성원 끼리 친해지기 위한 엠티도 많다. 새내기들은 새내기 새로 배움터를 시작으로 대학 문화에 발을 들이고, 3월이 돼서도 학번 동기끼리 가는 학번 엠티, 과 사람들 모두 가는 총 엠티와 동아리 엠티가 이어진다. 수없이 밀려드는 엠티의 바다, 하지만 각각의 엠티가 서로 비슷하다면 아무리 신나는 엠티여도 지루해 지기 십상이다. 오늘날 우리의 엠티는 어디까지 왔을까.

사회 변화와 발맞춰 변화했지만 점차 식상해져
1986년 경희대 합창동아리 엠티의 단체사진이다. 그들과 우리의 엠티는 얼마나 다를까.

현재와 같은 엠티는 언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을까. 80년도에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에 입학해 박사과정까지 마친 청주교대 윤건영 윤리교육과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엠티 문화가 달라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학부생 이었던 80년대 군사정부 시절, 엠티에 술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게임이나 레크리에이션보다 선후배간의 대화가 주를 이뤘다. 특히 엠티는 평소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시국에 대한 토론이나 비판이 이뤄지는 대화의 장으로서 의미를 가졌다. 보통 대화 내용은 대학생·지성인으로서의 자괴감과 반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윤 씨가 윤리교육과 조교로 있던 90년대부터는 엠티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해 현재의 술과 게임 문화가 등장했다고 한다. 윤 씨는 “사회의 분위기와 정치 상황,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변화해 자연히 엠티의 양상도 바뀐 것 같다”며 오늘날 게임과 술로 자리 잡은 대학의 엠티문화를 설명했다.
과거 엠티는 선후배 간의 친목에 집중되어 선후배가 함께 취사를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요즘은 고기를 구워먹는 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자체보다 식사 후의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풍조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주성(인류 07) 씨는 “고기만큼 준비하기 편한 음식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경제적·시간적 효율성 때문에 엠티에서 고기를 자주 찾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음식들은 손이 많이 가 시간을 뺏긴다는 것이다. 이보람(물리 05) 씨는 “엠티의 목적이 친목도모에 있는 만큼 요즘 엠티는 신나게 놀고 마시는 것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엠티가 ‘마시고 토한다’의 약자라는 소리도 있지 않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엠티의 목적과 학생들의 관심사에 발맞춰 변화한 오늘날의 엠티 문화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대학 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엠티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 단대 별로 임의의 학생을 선정하여 인터뷰한 결과 대성리, 강촌 같은 서울 근교나 서울 시내의 레지던스로 엠티를 가는 경우가 많았으며 저녁 식사로는 삼겹살 등 고기류가, 식사 후 프로그램으로는 음주와 게임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특이한 프로그램이나 음식을 제시한 단대는 매우 드물었다. 대학생들의 전형적인 엠티 장소인 대성리 엠티촌 숙박업계 종사자 홍진표 씨는 “대학생들의 엠티는 어느 대학이나 대개 비슷하다. 와서 고기를 구워먹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게 전형인 듯 하다”고 말했다. 오현정(경제 07) 씨는 “요즘에는 어떤 엠티든지 하는 것과 먹는 것이 거의 똑같아 점점 가기 싫어진다”며 이제는 새로운 엠티의 형태를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덧붙였다.
모 대학에서 엠티를 위해 준비한 술. 오늘날 엠티의 목적은 그저 '마시고 토한다'에 불과할까.

오늘날 엠티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많아

오늘날 엠티에는 익숙해져서 의식되지 못하는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취업 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에서 대학 재학생 9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술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생 53.7%중 55.0%가 ‘음주 강요를 받은 상황’으로 엠티를 꼽았다. 그만큼 엠티에서 강권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유학생인 위신잉(사회과학 09) 씨는 “한국 학생들이 엠티에 가서 너무 술을 많이 마셔 적응하기가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은석(사회복지 08) 씨는 “엠티에서는 밤새 술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엠티장소가 고립돼 있어서 더 자연스럽게 강권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평소에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엠티의 술 게임이 부담스러워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벌칙이 ‘벌주 마시기’일 경우가 많아 벌칙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엠티의 분위기를 자신이 깬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엠티에서 발생되는 쓰레기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1박 2일정도의 짧은 일정동안 다수의 사람이 이동하기 때문에 일회용품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단체에서 상습적으로 일회용품을 쓴다면 하루에 배출되는 그 누적양은 문제가 된다. 홍진표 씨는 “학생들이 떠난 후 남는 것은 산더미만한 쓰레기”라며 “일회용품을 쓴다고 해도 한번에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너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준비하고 남기면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상당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안 엠티를 가는 동아리도 있다. 서울대 환경동아리 씨알은 엠티에서 고기를 먹지 않을뿐더러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한다. 씨알의 회장인 정미영(사회 05) 씨는 “일회용 컵이나 그릇, 일회용 수저 대신에 각자 집에서 가져온 것을 사용한다”며 습관적으로 대량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엠티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하나씩 실천에 옮기면 쓰레기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엠티’를 떠난다

몇몇 동아리들과 과,반들은 문제 있는 엠티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엠티를 모색하고 있다. 술 게임과 벌주, 강권으로 이어지는 엠티 문화를 바꿔 ‘강권 없는 엠티’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다. 서울대 커피동아리인 ‘카페인’은 동아리의 성격을 살려 엠티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깔루아밀크 등의 칵테일을 마신다. 나보미(기악과 08) 씨는 “여학생이 많은 과의 특성상 술을 안 마시는 친구들이 많은데, 게임의 벌칙으로 물 한 컵을 쉬지 않고 마시는 것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대 경제 C반은 총 엠티에서 ‘술 없는 방’을 마련해 술을 마시기 싫은 사람들을 배려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총 엠티에 참가한 김채린(정치 08) 씨는 “술 안마시는 새내기들이 꽤 있어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환경동아리 씨알과 고려대학교의 생활협동조합의 엠티는 ‘에코 엠티’의 형식을 갖는다. ‘에코 엠티’는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을 줄이려 노력하는 친환경적 엠티로, 과도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엠티의 대안적 성격을 갖는다. 음식물 쓰레기 제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의 자치 규약을 만들어 컵과 수저를 준비해오고 음식도 각자 먹을 만큼을 싸오는 형식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체도 있다. 농생대 원예과학전공에서는 지난 봄 한강 텐트에서 야영을 하는 엠티를 다녀왔고, 지난 여름 태안의 갯벌에서 조개를 함께 캐서 먹는 엠티를 다녀왔다. 농생대 식물생산과학부 산업 인력개발학전공 학생들은 엠티에 소규모 운동회를 접목시켜 단합을 다졌다. 이연숙(산업인력개발학 07) 씨는 “다른 엠티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서로 부딪히며 친밀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며 “더 신나는 엠티였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 밖에도 정치학과에서는 밤에 술자리 게임 대신 담력게임을 한다. 담력 게임의 코스를 개발하고 팀을 짜서 게임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친목을 다진다는 취지다.
둘러앉아 수건 돌리기를 하고 있는 화학부 09학번 학생들.

대표적인 엠티촌보다 보성이나 강릉, 원주로 관광의 형태를 띤 엠티를 가는 단체도 있다. 이보람 씨는 “다른 지역을 친구들과 함께 관광지를 구경한 후 숙소에 들어가는 것이 그냥 저녁 먹고 술을 마시는 것 보다 추억을 만들고 친목을 쌓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광 엠티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비수기와 단체 할인, 이벤트 등을 이용하면 기존의 엠티비용과 비슷한 비용으로 갔다 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대학교 클래식 기타동아리인 화현회는 저녁으로 고기 대신 요리 경연대회를 열어 승자를 가린 뒤 나눠먹는다.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와 현란한 음식 소개가 엠티의 재미요소 중 하나이다.

엠티가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원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것인 만큼 엠티에는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사고도 많다. 과도한 음주로 엠티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도 부지기수다. 권은주(사회 08) 씨는 “놀이문화가 변변치 못한 대학생들에게 엠티는 에너지의 표출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동시에 “그만큼 위험하거나 좋지 못한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윤영(생명과학 09) 씨도 “고등학생 때부터 기대해왔던 대학의 엠티인 만큼 계속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좋은 지적들이 엠티 문화에 반영되어 잘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