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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궁금하다면
등록일 2015.12.16 15:04l최종 업데이트 2015.12.16 15:06l 이광근 교수(컴퓨터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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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광근 | 출판사 인사이트 | 연도 2015


  내 강의(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를 수강하는 <서울대저널> 학생기자였다. 교수님 책을 소개하는 글을 부탁드립니다. 네? 내가 내 책을 소개하는 글을요? 다른 사람이 써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책 소개로 할 말은 책 머리말에 모두 해 놓았어요. 그 외에 할 말은 없는데 어쩌죠. 
  
  그러곤 주말에 한강변을 뛰면서 생각이 스쳤다. 머리말에 밝히지 않은 게 있었구나. 책에 스민 뉘앙스랄까. 그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그래서 쓰게 되었다. 우선 책 머리말의 일부를 반복하면 이렇다.


 “독자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이 책이 내게 어떤 새로운 도움이 될까? 이 책은 두 가지 성격으로 독자들과 만날듯하다. 컴퓨터 세계의 근본이 궁금할 때 누구나 펼쳐볼 수 있는 과학 교양서적으로, 혹은 컴퓨터 전문가의 기본을 준비시켜주는 ‘예과’ 입문서로서. 아래 네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컴퓨터과학에서 나온 원천적인 아이디어들에 집중했다. 컴퓨터과학 고유의 핵심 아이디어들이 펼쳐진다.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 한 숨에 컴퓨터과학이란 분야를 제대로 짚을 순 있는 건지. 멀어지면 숨소리를 놓치고 가까우면 형체를 잃는다는 그런 줄타기였다. 균형추로 삼은 건 컴퓨터과학 고유의 원천 아이디어들이었다.

  의외로 시중에는 그런 아이디어를 모아 소개하는 책은 찾기 어려웠다. 영어권도 마찬가지였다. 단편적이었다. 컴퓨터과학의 풍경 아래에 흐르는 원천 아이디어들. 이것들이 나온 이야기들. 그 연유와 그 의미들. 그래서 그 진폭과 그 주파수로 생각이 진동한다면. 이 책이 독자들에게 그런 진동을 유도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다.

  그런 진동이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형 원천지식을 만들어 낼 토양을 도탑게 할 것이라고 본다. 컴퓨터과학에서 그런 지식이 지금까지 어떤 동기로 어떻게 나왔는지, 겁낼 필요 없는 모습을 소개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편안한 우리말로 컴퓨터과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나섰다. 확인할 수 있어서 즐거웠는데, 독자들도 같은 생각일진 모르겠다.

  사실 따스한 모국어로 깊이 있는 전공서적들이 모인 시리즈를 상상해왔었다. 이 책이 그런 시리즈의 한 권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누구나 쉽게 들어설 수 있는 열린 울타리의 비옥한 토양, 그 한 귀퉁이를 이 책이 담당한다면 기쁠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누구나의 필수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교육의 목표는 시민들에게 우리를 둘러싼 디지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해주는 것이다. 마치 물리교육이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해 주듯이. 그런데 그 시각이란, 근본을 알아내려고 그 시점이 뒤로 물러날 때 더 넓은 부채꼴을 그리며 많은 것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넓은 시각을 형성해 줄 근본적인 내용을 가능한 한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 이 책이 그런 한 수 이길 바란다.”


  책에 스민 뉘앙스는 다섯 개 정도다. (1) 겁먹지 마세요, (2) 상기해요 우리가 어땠는지, (3) 비밀병기가 보이세요, (4) 불씨가 번지길, (5) 시.


  “겁먹지 마세요.” 원천 아이디어라고 하면 어려운 아이디어일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원조논문은 소문으로만 듣기 십상이고, 그 위에 쌓인 많은 연구가 우리를 불필요하게 질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막연히 원조논문을 겁낸다. 그러나 원조논문이 오히려 쉽더라. 앨런 튜링이라는 소년의 그 논문은 그가 천재여서일까? 전말과 경위를 살피고 읽어보니 아니더라. 주변의 선생들이 잘 가르쳐 준 덕분이더라. 원조는 아주 상식적인 계기로 소박하게 시작한 것이더라. 그래서 우리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더라, 는뉘앙스가 있다.


  “상기해요 우리가 어땠는지.” 컴퓨터 이야기를 하면서 드러난 년도들이 있다. 1854년, 1936년, 1937년, 1948년, 1958년, 1969년 등. 그러면서 우리의 그 때와 살짝 대비했다. 우리는 그 시절 얼마나 답답했던가. 영·정조 이후 순조, 헌종, 철종의 60여년. 결정적인 그 시기에 우리는 어쩌자고 뒷걸음만 쳤을까. 늦은 출발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우리를 가끔 기운 빼고 있지 않던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되새기는 뉘앙스가 있다.


  “비밀병기가 보이세요.” 전문용어를 힘을 뺀 일상의 우리말로 했을 때 얼마나 쉬운가 보셔요. 우리가 즐기는, 일류가 되는, 이길 수 있는 힘이 거기에 있어요. 전문용어들의 개념이 우리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모국어로 표현될 때 얼마나 편하고 쉽게 다가오는지. 우리가 비밀병기로 꾸준히 축적해야 할 신나는 프로젝트가 이런거라오, 라고 속삭이는 뉘앙스가 있다.


  “불씨가 번지기를.” 이렇게 편하게 우리말로 전공을 이야기할 수 있구나. 그래서, 나도 한번 이렇게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기를. 지금은 300년마다 돌아오는 한반도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각자의 세부전공에서도 재주껏 바라는 방향의 내용을 쉽고 편한 우리말로도 써보자는 응원, 그런 바람잡이의 뉘앙스가 있다.


  “시.” 새로운 발견과 즐거움이었다. 전공개념들에 해당하는 것을 시인들은 이미 일상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시인들은 섬세한 개념이나 느낌을 아주 쉬운 일상의 단어들로 밀도 있게 표현하는 전문가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지 전문용어에 해당하는 일상어는 시 속에 늘 있었다. 우리가 힘을 빼고 유연하게 표현할 줄 몰랐던 것뿐이더라, 는 각성의 뉘앙스가 있다.


  이렇게 책에 스민 다섯 뉘앙스. 어떤 얼룩으로 독자에게 번질지. 주인공은 물론 책 내용이다. 뉘앙스는 그 배경색에 흐르는 붓질의 무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