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호 > 사회
메갈리아가 "여자 일베"라구?! 저항과 혐오 사이에 선 메갈리안
등록일 2016.03.13 00:47l최종 업데이트 2018.03.29 00:23l 김세영 기자(birdyung@snu.ac.kr)

조회 수:4511


  메갈리아는 어떻게 탄생했나

  한국에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퍼지던 2015년 6월, 홍콩에서 메르스 증상을 보인 한국인 여성들이 격리 조치를 거부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는 이들 ‘김치녀’를 질타하는 여성혐오성 발언들이 쏟아졌다. 2011년 중반 등장한 신조어 ‘김치녀’는 ‘몰상식한 한국 여성’을 뜻하는 단어로, 온라인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여성 비하 표현이었다. 메르스 갤러리의 여성들은 ‘김치남’·‘된장남’을 비난하며 이 일상적인 온라인 여성혐오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이나 하지”, “역시 술은 남자가 따라줘야 제맛이다” 등 성차별 발언의 패러디도 등장했다. 메르스 갤러리는 순식간에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고발하는 폭로의 장이 됐다. 디시인사이드는 ‘김치남’ 표현을 규제하는 등 제재를 가했고, 이들은 ‘탄압’을 피해 다른 여러 갤러리를 전전하다가 ‘메갈리아’ 사이트를 만들어 정착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 갤러리의 합성어인 ‘메갈리안’이라고 지칭했다. 

noname01.jpg
  ▲ 로고 안의 손동작은 평등의 부등호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미러링을 의미한다. ⓒ메갈리안 사이트

  메갈리아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들에 의한 폭력적인 목소리’는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오랫동안 거리낌 없이 쓰인 ‘김치녀’·‘된장녀’ 등의 혐오발언에 지친 많은 여성들이 메갈리아의 반격을 환영했다. 혐오표현 연구자 유민석 씨는 메갈리아의 미러링 스피치(Mirroring Speech)를 ‘되받아쳐말하기’, 즉 ‘스피킹 백(speaking back)’으로 해석했다. 여성들은 미러링 스피치를 통해 과거에 남성들이 썼던 혐오표현을 그대로 전시하는 방식으로 저항한다. 우리가 ‘김치녀’라면 너희는 ‘씹치남’이고, 여자가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한다)’ 이라면 남자는 ‘숨쉴한(숨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한다)’이라는 식이다.

  여성들에 의해 재사용되는 혐오발언은 그것이 사용됐던 과거의 맥락으로부터 이탈하면서 저항의 도구가 된다. ‘혐오에 꼭 혐오로 대응해야하느냐’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미러링 스피치의 폭력성과 자극성은 대중이 여성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미러링 잡지 <사심>의 밍국(필명) 편집장은 미러링의 효과를 언급하며 영화 ‘서프레제트’의 대사를 인용했다. 영화 속에서 창문을 깨고 방화를 하며 폭력적인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치는 여성운동가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 남자들이 들어주는 유일한 말이니까요.”
 
 
  젠더 불평등을 드러낸 대중적 목소리


  메갈리안은 여성혐오와 여성차별을 폭로하고 고발하며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했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이 아니’라며 선을 긋는 사람들도 있지만, 메갈리아가 여성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의 손희정 연구원은 메갈리아에 대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인식하고 저항하게 했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자 계기”라고 말했다. 남성 중심적인 온라인 문화에서 스스로의 언어를 갖지 못한 여성들은 말하는 주체인 대신 말해지고 규정되는 객체였다. 메갈리아의 등장은 오랫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미러링 스피치’라는 방식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낸 최초의 대중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ㅁ.jpgㄱ.jpg


  ▲ 코르셋 깨우기 프로젝트 ⓒ메갈리아4 페이스북 사이트


  그동안 여성들은 자신들을 향한 혐오표현에 의해 ‘김치녀’가 아닌 ‘개념녀’가 되도록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검열해왔다. 하지만 메갈리아가 확산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부당한 것임을 깨달았고, 서로간에 연대하여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됐다. 메갈리아 사이트의 ‘메념글(추천을 많이 받은 글)’ 게시판에서는 메갈리아를 통해 “내가 불만을 가졌던 게 당연하고 정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메갈리아가 주도한 대중적인 인식 전환은 사회적 변화로도 이어졌다. ‘소라넷 폐지운동’, ‘몰카 방지 운동’, ‘코르셋 깨우기 프로젝트’ 등 온라인을 넘어선 실천들은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전환은 역동적인 대중페미니즘으로서 메갈리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페미니즘 팟캐스트 <이프>의 조박선영 작가는 “페미니즘의 활동이 존재하지만 가시화되고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메갈리아가 보여준 “급진성과 대중에의 파급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미러링 스피치는 그 발화의 맥락이 함께 이해되지 않으면 단순한 혐오발언으로 인식될 수 있다. 지나치게 폭력적인 표현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발언이 알려지면서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 ‘여자일베’ 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혐오표현에 혐오표현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또 다른 혐오를 양산할 뿐”이라는 비판과 함께, “메갈리아는 처음부터 남성 혐오 사이트였다”며 메갈리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많은 미디어가 메갈리아의 폭력적인 언어에만 주목하면서 메갈리아를 또 다른 혐오표현의 생산자로 규정하고 있다.

ㅇ.jpg

ⓒJtbc


  하지만 메갈리아를 우리 사회의 ‘또다른 문제아’ 정도로만 치부해버리면 메갈리아가 보여주는 젠더 불평등의 문제까지도 외면하게 될 수 있다. 메갈리아를 비판하기에 앞서 그것이 등장한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여전히 여성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한국 사회에서 메갈리아는 단순한 ‘남성혐오’ 집단일 수 없다. 미러링은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그대로 되돌려줌으로써 이를 인식하게 하자’는 역지사지의 전략이다. 밍국 <사심> 편집장은 “(미러링이 나타난) 사회적 맥락을 보지 못한 채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미러링에만 반응”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이나라 씨는 “‘(여성들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것은 부당하다”며 ‘남성 혐오’라는 표현을 경계했다. 손희정 연구원은 메갈리아에 대해 “단순하게 한 가지 면만 부각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너무 게으른 분석”이라고 말하며 “높이 살 것은 높이 사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이중전략을 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약자를 향해 돌아선 칼날, 혐오로 탈바꿈한 저항

  그렇지만 혐오표현의 형태를 띤 메갈리아의 발화는 효과적인 만큼 위험하다. 폭력적인 언어는 의도와 맥락을 잃는 순간 고삐 풀린 말처럼 폭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희문화는 대중페미니즘으로서 메갈리아의 가능성인 동시에 위험성이다. 메갈리아는 인터넷 특유의 유희적인 언어를 사용했기에 대중적 파급력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손희정 연구원은 “온라인의 쾌락을 좇는 문화가 서로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고방식을 넘어선 사회 체질 개선의 페미니즘을 지향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우려는 이내 현실이 됐다. 메갈리아는 여성차별, 여성비하 논란이 있었던 연예인이나 웹툰 작가, 인터넷 강사에 대해 집단적인 언어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유희를 추구하는 폭력적 언어가 본래의 목적을 잃고 다른 소수자를 향했을 때, 메갈리아는 그 스스로가 경험한 사회적 억압을 다른 소수자에게 가하는 가해자가 됐다. 메갈리아에서 게이들의 여성혐오를 비난하며 등장한 ‘똥꼬충’, ‘에이즈충’ 등의 단어와 혐오발언은 더 이상 ‘저항의 도구’가 아니다. 이전까지 메갈리아의 발화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이 남성을 향해 내는 ‘권력관계를 뒤집는 목소리’였다면, ‘에이즈충’ 등의 표현은 그 타겟이 사회적 소수자라는 점에서 미러링의 범주를 벗어난다.

  메갈리아 운영자가 이러한 단어 사용을 규제하자 일부 메갈리안은 ‘표현의 자유’를 찾아 ‘워마드’라는 새로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의미의 표현의 자유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한다.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씨는 공동저서 《여성혐오가 어쨌다구?》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보편성을 향한 권리”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성들은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쓴 ‘혐오할 자유’를 요구하는 이들의 대표적인 희생자였다. 그러나 자신들의 언어를 얻게 된 지금, 일부 메갈리안은 똑같은 모습으로 그들의 성소수자혐오를 정당화하고 있다. 사회구조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한 채 비난의 칼끝을 사회적 약자에게 돌린다는 점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메갈리아의 혐오와 여성을 향한 일베의 혐오는 닮은꼴이다.
 
KakaoTalk_20160308_001603265.jpg



  분노를 돌려 ‘차별의 구조’를 직시하길
 
  메갈리아의 현재는 지금의 위험하고 배타적인 방식이 지속적인 대중페미니즘의 방법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메갈리아가 소수자를 향한 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억압에 대한 분노를 차별적 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한다. 손희정 연구원은 “‘억압의 교차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개인이 경험하는 억압은 젠더뿐 아니라 계급, 인종, 성적 지향과 신체적인 조건 등 다양한 결들이 중첩되어 구성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억압과 모순 사이에서 여성과 남성이 연대해야할 필요와 가능성이 생겨난다. 억압의 교차성과 불평등한 사회구조 전체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다른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손 연구원은 “메갈리아가 (다른 소수자 운동과) 함께 갈 수 있는 동료였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이성애, 정상, 보편. 페미니즘은 당연시되는 것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각이다. 메갈리아는 남성중심적인 문화에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대중페미니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보편’에 도전하는 또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메갈리안의 과제이자, 메갈리아를 지켜보는 우리 사회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