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호 > 학술 >학술기고
새로운 관측의 수단을 여는 중력파
등록일 2016.05.11 14:35l최종 업데이트 2016.05.11 14:36l 이형목 교수(물리천문학과)

조회 수:326


  지금부터 400여년 전 갈릴레오는 막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조악한 망원경의 성능을 스스로 개선한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면서 과학 혁명의 문을 열었다. 비록 매우 작은 지름의 소형망원경이었지만 그동안 인류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던 달 표면의 모습, 목성의 위성, 금성의 위상 변화 등을 낱낱이 기록하고 보고함으로서 우주에 대한 견해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론과 실험이라는 두 바퀴로 발전하는 현대적 의미의 과학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월 11일 (현지시간) 라이고(LIGO) 실험실 데이비드 라이체 교수는 인류 최초의 중력파 검출소식을 알리면서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처음으로 천문 관측에 활용하게 된 것과 비교하였다. 라이고는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와 워싱턴 주에 각각 한 대씩 설치되어 있는 중력파 관측소 이름이다.

  우주는 자연 법칙에 따라 미시적인 입자가 모여 별이나 은하라 불리는 거시적인 천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케일이 따라 다양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미시 세계에서는 핵자 규모에서만 작용하는 강력과 약력이라는 힘 때문에 다양한 원소가 존재하는 것이고 거시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전자기력과 중력이다. 물질의 본성을 주로 전자기력의 영향을 받는 분자로부터 발현된다고 한다면 중력은 더욱 더 큰 세계인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핵자와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자기력은 중력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지만 전하가 없으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양과 음이 정확히 균형을 이루어 전기적으로 중성인 물질 사이에서는 중력이 지배한다.

  중력파는 중력이 강한 천체가 가속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한 중력을 가지는 천체로는 질량은 크지만 크기는 작아야 한다. 이런 천체의 대표적인 예가 블랙홀이다. 일반적으로 중력은 항상 끌어 당기기만 하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힘이 없으면 물체는 수축하려고 한다. 다행히 별의 내부는 온도가 높아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수축하려는 중력에 대해 버틸 수 있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온도가 높지 않아도 배타원리의 지배를 받는 전자나 핵자들 사이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높은 압력을 유지할 수 있다. 별의 진화 이후에 만들어지는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런 별들도 질량이 너무 커지면 중력을 버티지 못해 한없이 수축할 수 있어 결국 블랙홀로 변하게 된다. 백색왜성과 중성자별의 상한 질량은 각각 태양질량의 1.4배와 2배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별이 진화를 마치고 남기는 잔해별의 질량은 백색왜성의 경우 태양질량의 1.4배 이하, 중성자별은 1.4배에서 2배 사이, 그리고 블랙홀은 2배 이상인 셈이다.


4.jpg

▲ LIGO 검출기가 관측한 중력파. 위에는 관측된 중력파를 재구성한 것과 이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적인 중력파형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두 개의 블랙홀이 점점 가까워지는 나선구도 과정에서 내는 중력파이고 가장 진폭이 큰 순간에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합병된다. 합병이 끝나고는 잠깐동안의 안정화 시기가 있고 곧이어 정지된 블랙홀이 된다.



  결국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가장 강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 천체가 혼자 가만히 있으면 중력파를 낼 수 없다. 다행히 이들 가운데 어떤 것은 서로 궤도를 도는 쌍성을 이루고 있다. 중성자별 가운데 빠르게 회전하면서 매 주기마다 한번씩 규칙적으로 전파를 발생하는 펄서의 형태로 관측되는 것들이 있어 쌍성계에 속해 있을 경우 펄스 주기가 규칙적으로 변하는 것을 통해 궤도를 정확히 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들은 궤도운동을 하면서 중력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시키기 때문에 서서히 궤도 반지름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너무 가깝게 되어 충돌하게 된다. 중력파는 궤도가 작을수록 더 많이 발생해 충돌 직전에는 멀리서도 측정이 가능한 정도의 중력파를 낸다. 실제로 이번에 중력파를 실제로 관측한 검출기는 약 10억 광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중성자별의 충돌 직전부터 충돌 직후까지 나오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블랙홀 역시 쌍으로 궤도 운동을 할 경우 마찬가지 이유로 중력파를 낼 수 있다. 더구나 블랙홀의 질량은 중성자별에 비해 질량이 커서 더 강력한 중력파를 발생시킨다. 다만 블랙홀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혼자 있건 쌍성계를 이루고 있건 그 존재를 알기 매우 어렵다. 다만 블랙홀과 일반 별이 쌍성계를 형성하고 있을 경우 별로부터 나온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온도가 올라가 강력한 X-선을 내는 X-선 쌍성으로 관측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궤도 반지름은 너무 커서 궤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미약한 중력파를 낸다.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는 두 개의 무거운 블랙홀이 궤도 운동을 하다가 충돌하는 과정 0.2초 정도 사이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처음으로 블랙홀 쌍성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되었고 각각의 질량을 가장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중력파 검출기는 다른 수단으로는 알 수 없는 강력한 중력장을 가지는 천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더 많은 검출기가 건설되고 성능이 개선되면서 앞으로 폭발적으로 발생되는 중력파를 자주 관측하게 될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블랙홀의 충돌도 있을 수 있고 아직 관측되지 않은 중성자별의 충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 하나의 블랙홀 쌍성만을 관측하였지만 다양한 질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블랙홀 쌍성의 충돌이 발견될 것이다. 이들로부터 우리는 과거에 먼 은하에 존재했던 별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고 우주의 진화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중력파를 관측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서 과거에 알 수 없었던 우주의 또 다른 측면을 연구할 수 있는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이 과연 400여년전 갈릴레오가 열어낸 새로운 시대와 비견될 수 있는 결과를 가져다 주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5.jpg


이형목 교수(물리천문학과)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이론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이론천체물리 연구소와 부산대학교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한국중력파 연구협력단 단장을 맡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로부터 존 폴라니상, 한국 정부로부터 과학기술 훈장 진보장, 그리고 독일 훔볼트 재단으로부터 훔볼트 연구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