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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에 치이고, 일에 묻히고, 연구는 언제하나? 연구중심대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의 열악한 연구 환경
등록일 2016.06.10 00:26l최종 업데이트 2016.06.11 18:15l 김명우 기자(kmo494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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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서울대저널 TV 다큐멘터리 대학원생의 눈물(가제)”의 지면 연계 기사입니다.

다큐멘터리는 8월경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서울대저널> 페이지에 업로드됩니다.


  지난해 7월 세간에 드러난 인분 교수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 교수가 자신의 제자를 수년간 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가혹행위를 자행하고, 심지어는 인분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이는 교수 개인의 악랄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의 권력관계로 인한 문제를 극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사례였다. 2014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2,354명의 응답자 중 45.5%가 교수로부터의 인권 침해, 폭력, 저작권 편취 등을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생들이 경험하는 이와 같은 인권침해는 서울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서울대 인권센터가 발간한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인권실태 및 제도개선 조사보고서(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따르면, 전체 응답자 1,488명 중 27.3%가 자신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중 4% 정도는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오수 전 교수(경영학과)와 강석진 전 교수(수리과학부)는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고발되기도 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수십 명의피해자가 더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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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들은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서 노골적인 차별이나 폭력행위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권력 관계로인한 문제점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자연대 대학원생 A씨는 과거에는 직접적인 구타행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났었다. (요즘에는) 물리적인 가혹행위는 사라졌지만, 대학원생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일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한 대학원생이 어머님 임종이 가까워져 어머님 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더니 교수가 어머니는 편히 보내드리고 할 일을 하라고 말해 모욕감을 느끼고 학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고백했다. 교수와 대학원생 사이에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교수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직접 항의하거나제도적으로 대응한다는 응답은 각각 전체의 1.8%0.7%에 불과했다. 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유로는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원활하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므로’, ‘학업이나 진로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교수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까봐등이 있었다. 교수로부터 여러 물리적·정신적 폭력에 노출돼있지만, 교수와 학생이라는 사회·경제적 권력관계로 인해 적절한 대응을 펼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다.

 

 

  대학원생 35.5%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 중단 고려

 

  대학원생들이 겪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연구 환경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특히나 경제적 어려움은 대다수의대학원생이 겪는 핵심적인 문제다. 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 중 35.5%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 중단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응답자 중 62.6%는 수혜 중인 장학금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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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장학금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학비지원 및 면제 장학금, 강의·연구지원 장학금, 발전기금장학금 등 장학금의 종류는 많지만, 정작수혜 정원이 적고 액수도 부족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센터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평균 장학금은 2015년 기준 약665만원이다. 그러나 대학원의 1년 등록금이 평균 778만원임을 감안했을 때, 이는 등록금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낮은 수준이다. 통상 한 학기 200-400만 원가량 드는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대학원생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실효성 없는 장학금 제도로 인해 많은 대학원생들이 직접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주로 교내 노동을 통한 방법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은 이마저도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 대학원생에 비해 사정이 더 어렵다.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거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의 경우 교내 노동을 통해 등록금을 충원하는 비율이27.1%, 36.7%인 자연계열이나 공학계열에 비해 약 10%p가량 낮았다. 서울대 대학원생 총학생회 이우창 고등교육정책국장(영문학과 박사과정)인문대의 경우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학외에서 일하거나 가족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고 밝혔다


  결국 많은 대학원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 교외 노동을 하게 된다. 김일환 사회학과 대학원 자치회장(사회학과 박사과정)사회학과 자체 조사 결과, 생각보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교외에서 노동하고 있었다많은 학생들이 교외 노동을 하는 이유로 학내에서 일할 기회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고 말했다. 장학금을 받더라도 여기에 추가적인 노동을 더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김 자치회장은 성적우수 장학금이나 강의·연구지원 장학금에는 조교 노동이 전제되고 있다이때 노동을 한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임금을 받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이우창 국장은 원래 장학금은 추가적인 노동 없이 학생들에게 학업을 장려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데, 서울대 학교가 조교 인건비를 줄이려다 보니 장학금에 노동이 전제되는 기형적인 일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임금은 적고, 노동시간은 천차만별인 대학원생 조교

 

  교내 노동 자체에도 근로 계약의 부재 적은 임금 업무 과중이라는 문제가 있다. 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29.4%는 노동 조건을 서면이나 구두로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고, 40.4%는 구두로만 들었다고 밝혔다


  노동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노동 시간이나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명시된 노동시간이 160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은 6.9%에 불과했으나, 실제로 160시간 이상 노동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달했다. 또한 업무량 대비 임금 수준이 미흡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48.8%,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연구실에 출퇴근하는 연구원들의 경우 교수의 지시에 따라 업무시간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교수가 저녁에 업무를 맡기기라도 하면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TA(수업조교)의 경우, 담당교수와 수업에 따라 업무량이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이우창 고등정책국장은“TA의 경우 수업난이도, 교수의 인격 등에 따라 업무량이 좌우된다과제나 시험이 늘어날수록 채점을 담당하는 조교들의 부담은 훨씬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조교 충원의 조건이 까다로워 조교 한 명당 학생 100여 명을 담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업무 부담의 원인이다. 이처럼 조교로 활동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다보니 학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수업조교 및 연구조교 업무가 학업에 지장을 준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다. 김일환 자치회장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조교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당연히 연구나 학업에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무도 연구도 교수 마음대로연구권 침해 심각


  이공계 연구실에 출퇴근하는 대학원생의 경우 일반적인 연구 업무에 더해 행정 업무, 행사 준비 등으로 이중, 삼중 고를 겪는다. 특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연구실에서는 대개 회계나 행정잡무를 모두 대학원생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이는 큰 업무 부담을 초래한다. 공대 대학원생 B씨는 우리나라는 대학원생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잡다한 일을 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연구비를 10원 단위로 맞춰 계산하는 것까지 모두 대학원생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또한 B씨는 지도 교수님이 창업이나, 컨퍼런스, 연구실 주최 공모전 같은 행사를 준비한다면 대학원생들의 업무부담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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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까지 업무중인 대학원생. ⓒ박나은 사진기자


  엄청난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은 적절한 임금은커녕, 받고 있는 장학금마저 빼앗기고 있다. B씨는“BK21 재단으로부터 매달 65만 원 정도 받고 있지만, 연구실이 BK과제를 딴 이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장학금을 매달 20만원씩 반납하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연구원들의 월급이나 장학금을 연구실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석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월급은 180만원이지만실제로 지급받는 것은 80만원뿐이다. 나머지는 연구실 운영비로 사용된다고덧붙였다. 연구실이 본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연구실 임대료, 사무용품 구입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의 위치에 있는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가장먼저 희생하는 것이다.


   연구실 단위에 속한 대학원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실이 맡는 프로젝트에 따라 연구원 개인의 커리어가 상당히 좌우된다. 물론 개인적인 연구도 진행되지만 큰 프로젝트의 흐름을 따라가는 한에서다.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 조사에 따르면 공학계열과 자연계열 대학원생 중 12%가 연구주제 및 지도교수 선정에 대한 결정을 강요받았다고 응답했다.


   대학원생들이 겪는 이와 같은 연구권 침해는, 대학원 진학 시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에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얻을 수 있을 뿐이고 연구실의 연구 분야가 자신의 관심사와 맞지 않더라도 중도에 연구실을 옮기는 것은 거의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학업을 진행하거나, 학업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


  정보접근성의 문제는 연구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자연계, 공학계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도 정보접근성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학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학과는 매우 드물다. 때문에 학생들은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정보를 얻게 되는데, 대부분이 인맥에 의존하기 때문에 공신력이 부족하고 부분적인 정보일 수밖에 없다.


  인권센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응답자 중 48.3%가 연구 및 휴게공간이 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간 부족은 특히 인문·사회계열에서 두드러진다. 실험공간을 제외하고 대학원생 1인당 연구공간이 2.16인 이공계와 달리 인문·사회계열에서는 모든 대학원생들에게 책상과 의자를 놓을 공간조차 제공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부에서 관정도서관 캐럴 등을 통해 대학원생 공간 마련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등 문제점이 지적됐다.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심지어는 돈을 모아 학과 밖에 공간을 만들고 대학원생 개인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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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동에 위치한 철학과 대학원생 연구실. ⓒ김대현 사진기자

 

 

  인식과 제도 개선 등 다양한 해결책 필요해

 

  최근에 와서 대학원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등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선언됐고, 대통령 직속 청년 위원회가 전국 13개 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원생 권리장전 표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도 지난 20157월 인권센터 조사보고서를 통해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학업연구근무지침 권고안이 발표됐으며,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올해 교수와 본부, 대학원생이 합의하는 권리장전의 체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우창 고등교육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교수와 대학원생이 위계적인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가 적절한 선을 넘지 않게 하고,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원생들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한노력도 필요하다. 사회학과 대학원에는 오랫동안 자치회의 전통이 남아있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학과 의사결정에 제도적으로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김일환 사회학과 대학원 자치회장은 자치회를 통해 학과전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논의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자치회 활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다보니 사회학과의 경우 다른 과에 비해 연구 환경이 나은 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