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학원
바뀌지 않는 ‘★’, 타들어 가는 학생들의 마음 매번 늦어지는 성적공개, 해결방향은?
등록일 2016.06.10 12:17l최종 업데이트 2016.06.23 16:43l 신민섭 기자(charliesnoopy@snu.ac.kr)

조회 수:1828

  정치외교학부에 재학 중인 A씨는 2013년 2학기 종강 후 교양 수업 두 개의 성적공개가 늦어지는 바람에 ‘속 타는’ 경험을 했다. 교수 혹은 강사가 성적을 입력했으나 공개는 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검은 별)’이 성적 처리 마감일을 지나 성적 강제 공개일이 되도록 학점(A~F)으로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 공개된 학점을 확인한 후 A씨는 성적정정 요청을 고려했지만, 이미 교수·강사가 성적을 정정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음을 깨닫고 생각을 접었다.


noname012.jpg

▲ 학내 포털사이트 ‘마이스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나의 성적’. 성적 처리가 완료되지 않은 과목은 ‘검은 별’ 또는 ‘흰 별’로 표시된다.


  늦은 성적공개는 매 학기가 종료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다. 별다른 공지 없이 지연되는 성적 처리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경험하게 된다. 경제학부의 학부생 B씨는 “매학기 한 과목 정도는 성적 강제 공개일(종강일로부터 3주 후)이 지나서야 성적확인이 가능했다”며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했기에 성적이 궁금한데, 공지없이 성적공개가 늦어지면 답답해진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반면 사회대 이옥연 교무부학장은 마감일 전까지의 기간에 대해 교수가 재량권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 교무부학장는 “마감일이 넘어가기 전에 성적을 받아보는 것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라면서도 “왜 마감일 이전에 미리 공개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의 사례에서처럼, 성적공개가 늦어질 경우 학생들은 성적정정 요청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종강일로부터 약 2주의 성적 처리 기간 동안 교수는 자체적으로 성적정정을 할 수 있는데, 성적공개가 늦어지면 정정 가능한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지연 사회대 부학생회장(정치외교 13)은 “마감일 이후, 또는 성적이 강제 공개된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하려 해도 교수님의 일정상 대응이 불가하거나 학생들의 질문 자체가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선 교수가 학생의 성적정정 요청 메일에 답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글이 종종 게시된다.



noname011.jpg

▲ 성적 처리 마감이 다가오면 ‘스누라이프’나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늦어지는 성적공개에 관한 글들이 어김없이 올라온다. 사진은 ‘스누라이프’에 게시된 ‘검은 별’ 관련 글들.


  원칙적으로는 성적이 마감되더라도 종강일로부터 4주가 지나기 전까지는 정정 요청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교수는 정정과 관련된 증빙자료(시험지, 출석부, 과제물, 담당교수 사유서)를 첨부해 본부 학사과로 공문 요청을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는 성적 마감 이후 정정 요청이 사실상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검은 별’이 지지 않는 여러 이유들

  늦은 성적공개와 관련해 학생들이 특히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검은 별’, 즉 성적이 입력됐지만 공개는 되지 않은 상태의 지속이다. 지난 겨울 총학생회는 2015년 2학기 종강 후 성적 처리 마감일이 지나도록 성적이 공개되지 않았던 사례를 수합한 바 있다. 그 결과 총 262개 강의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으며, 그 중 229개 강의는 ‘검은 별’이 뜬 후에도 오래도록 학점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였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일부 교수 및 강사들이 성적공개 절차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정치외교 14)은 앞선 조사 결과와 관련해 “제보에서 언급된 교수·강사들 중 (성적공개) 시스템을 잘 몰라서 공개가 늦었다고 설명한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총학생회장에 따르면 한 교수는 성적 입력 후 ‘공개’ 버튼을 누르면 수강생들끼리 서로의 성적이 공개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도 했다. 학사과 김정빈 실무관 역시 “‘하얀 별’, ‘검은 별’ 개념 자체나, 성적 입력 후 ‘공개’ 버튼을 눌러야 공개가 완료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교수·강사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적공개 절차에 대한 이해부족만으로 늦어지는 성적공개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2013년 2학기에 처음 등장한 ‘검은 별’ 제도가 시행된 지도 2년이 지났고, 성적 처리 기간 동안 단과대나 학과 차원에서 강의별로 성적 입력 및 공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학부 행정실 오상진 사무장은 “성적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 교수님들께 연락해 언제까지 공개해주시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대 이준호 교무부학장 역시 “교수들이 잊어버리지 않는 이상 ‘공개’ 버튼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며 “어쩌면 ‘절차를 잘 몰랐다’는 답변은 그냥 둘러대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교수들이 성적공개 절차를 숙지하고 있음에도 성적공개가 늦는 까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본부 유덕웅 학사과장은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외에도 ▲채점 및 성적 산정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 ▲출장이나 학회 참석 등으로 기한을 지킬 수 없는 경우 ▲정정 요구가 많을 것을 우려해 최대한 나중에 공개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성적공개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대 이옥연 교무부학장도 “교수들이 채점을 빨리 마치더라도 성적 분포 등을 재고하고 신중을 기하느라 공개를 늦추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그는 “학기말에 학회가 몰리면 교수들은 마감일이 급한 순서대로 일을 처리하게 되고, 신중을 기해야하는 성적 처리는 늦게 완료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강생의 정정 요구를 우려한 지연공개와 관련해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은 “늦은 성적공개에 대해 한 교수님은 ‘성적 부여는 교수의 권한인데, 성적을 미리 공개했더니 학생들이 클레임을 걸었다. 이게 뭐하자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원활한 소통과 성적정정 기회 보장돼야

  늦어지는 성적공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성적공개와 관련해 교수·강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가령 바쁜 일정으로 인해 성적공개가 부득이하게 늦어질 경우, 교수·강사는 사전에 이를 공지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학부 학부생 B씨는 “교수님들이 언제쯤 성적을 공개할 수 있을 지 기한을 미리 언급해주시면 마냥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생들의 성적정정 요청과 관련해서도 소통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정형(에너지자원공학 12) 씨는 “성적입력 후 클레임 기간이 어느 정도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덕웅 학사과장과 이옥연 사회대 교무부학장은 교수들에게 학생들의 클레임 요청을 외면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안내할 것을 약속했다.


  성적 처리 마감일 전에 미리 성적공개가 이뤄져 학생들의 성적정정 기회를 보장할 순 없을까. 유덕웅 학사과장은 “성적입력 및 공개는 강의 담당 교수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성적공개를 무조건 빨리 하도록 행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강일로부터 3주 후로 설정된 강제 성적공개일을 제도적으로 앞당겨 성적정정을 위한 기간을 마련하자는 총학생회 측의 의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성적입력 및 공개를 할 수 있는 기간은 학사일정상의 종강일로부터 2주간으로 규정돼있어 임의로 앞당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본부 측은 성적공개가 제때 이뤄지도록 교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사과 김정빈 실무관은 “교수님들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바로바로 성적공개를 해달라고 지난 겨울학기 때부터 강력하게 말씀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dd.JPG


  성적공개 문제는 올해 1월 학사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본부는 성적 처리 절차에 대한 교수들의 이해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각 단과대학 부학장들에게 이 절차를 한 번 더 설명했다. 학교와 총학생회는 조만간 실시될 ‘교육환경개선협의회’에서도 성적공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