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호 > 사회
나는 네게 내 몸을 구경하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 몰래카메라 이용 성범죄 매해 증가하지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낮아
등록일 2016.06.10 21:52l최종 업데이트 2016.06.11 18:06l 은연지 기자(yeongee247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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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언론을 탄 워터파크 몰래카메라 사건은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안전한 공간이라 여겨졌던 여성탈의실과 샤워실에서 영상이 촬영됐기 때문이었다.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 소라넷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몰래카메라로 촬영된 수많은 여성들의 신체는 사이트의 이용자들에게 성적 희롱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피해의 정도에 비해 제도적, 사법적 처벌은 미약했다. ‘워터파크 동영상을 공유하고 감상한 사람들은 법망을 벗어났으며, 몰래카메라로 사진, 영상을 촬영해 유포해왔던 소라넷의 사용자 대부분은 사법적인 처벌을 면했다.


  해가 지날수록 몰래카메라 범죄 발생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는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노리고 있으며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의 유통 사이트는 법망을 피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진화하는 몰래카메라, 증가하는 피해자 수


  ‘워터파크 동영상을 촬영할 당시 가해자는 핸드폰에 초소형 카메라를 붙여 피해자들이 카메라를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몰래카메라의 성능은 향상됐고 크기는 점차 작아지고 있다. 안경, 손목시계, 볼펜 등 다른 사물에 탑재해 몰래카메라의 존재를 숨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해 신체와 사적인 공간을 함께 촬영한 사건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기기는 인터넷 사이트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범죄에 악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이 집계한 카메라 이용 성범죄는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1,134의 발생 건수를 보였지만 20146,623건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경찰에 검거된 범죄행위의 대부분은 핸드폰을 이용한 경우였다. 기술의 발달로 카메라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경찰이 포착하지 못한 몰래카메라 범죄는 음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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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안경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타인을 몰래 촬영하고 영상을 판매한 가해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청공식블로그

 


신체 부위에 대한 협소한 해석, 처벌 비껴가는 가해자들


  현재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사진과 영상의 촬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의 제14(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로 처벌된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신체에 대해서 대법원은 2008피해자의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 각도,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20087007)”고 판시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을 처벌하는 데 있어 법의 해석은 여전히 협소하다. 2015년 한 고시원 직원이 여성 입주자들의 방에 침입해 속옷을 수백 장 촬영했지만, 속옷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조항에 따라 법원은 그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전신 또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서 제외된다. 2014년 법원은 짧은 하의를 입은 여성의 신체를 32회 촬영한 행위에 대해 전신사진은 제외하고 하반신 촬영만을 유죄로 인정했다(2014고단2013).


  전문가들은 법원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의 촬영을 성범죄 적용의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해석의 문제와 사법적 처벌의 공백을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여성특별위원회 소속의 김현아 변호사는 “(현행법에 따르면) 전신을 촬영한 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로 사회적 합의가 된 가슴, 음부를 확대하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전신 촬영은 무죄가 나온 반면 하반신 촬영이 유죄가 나온 판결에서 입법불비(관련 법률이 없음)가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신혜정 활동가는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는 맥락에 따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를 상황과 별개로 객관적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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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경찰청공식블로그





몰래카메라 영상 유포, 피해자 고통에 비해 처벌 제대로 안 돼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촬영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해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피해자의 얼굴이 촬영물에 그대로 드러난 채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가 된 것을 알기 어렵다. 온라인에 한 번 유통되기 시작한 몰래카메라 영상은 수많은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거치며 빠르게 확산된다. 피해자가 자신이 나온 영상을 뒤늦게 발견해도 이미 확산된 영상을 삭제하기는 불가능하다. 영상의 존재를 인지한 피해자들은 누가 자신의 영상을 봤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김현아 변호사는 영상 유포의 피해자는 지인이 자신의 영상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며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성폭력 처벌법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또한 성폭력 처벌법의 제13(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사진이나 영상을 타인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포행위에 대한 사법적 처벌은 피해자에게 남기는 고통에 비해 미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혜정 활동가는 촬영물이 온라인에서 유포되기 시작하면, 올라온 것을 모두 삭제한다고 해도 다운로드한 누군가가 다시 업로드할 가능성이 있다온라인에 업로드된 영상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201269.7%의 기소율이 20157월 기준 32.1%로 하락했다. 법정에 도달하는 사건도 많은 경우 약식 기소로 끝나며, 가장 심한 처벌도 집행유예에 그친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과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정도에 비해 처벌의 수위가 너무 낮다낮은 처벌로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현행법이 명백하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촬영물 유포만을 처벌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 전반을 규제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는 2015년 제8차 여성가족 포럼에서 여성의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드러난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 촬영된 신체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행위가 처벌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이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신체를 좁게 해석하면서 대부분의 유포행위는 사법적 처벌을 비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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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더불어민주당 남인문 의원 2015년 국정감사 자료



촬영물 유포 막지 못하는 당국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의 삭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담당하고 있다. 방심위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타인의 사생활과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음란으로 취급할 수 있는 정보는 당사자의 신고와 관계없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하거나 링크를 차단한다. 사용자의 유포행위와 유포행위를 제재하지 못한 사이트 운영진에 대한 처벌은 형사 기관이 맡는다. 불법음란물이 발견된 사이트의 운영진은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방심위와 형사 기관이 제재하는 음란의 정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마찬가지로 모든 몰래카메라 촬영물을 처벌하기에는 기준이 높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음란은 인간 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정상인의 성적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몰래카메라 촬영물은 노출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 음란의 정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촬영물은 방심위의 제재에서 벗어나게 된다.


  몰래카메라 촬영물을 유통시키는 사이트와 유포행위를 한 이용자도 쉽게 방심위의 제재를 벗어난다. ‘소라넷에서 발생한 몰래카메라 촬영물 유포 피해자들은 소라넷사이트의 폐쇄를 촉구했지만, ‘소라넷에 대한 사회의 여론이 거세지기 전까지 경찰은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소라넷과 같이 외국 서버의 사이트에 게시한 촬영물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삭제를 요구할수 없으며, 운영자와 외국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게시자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방심위는 국내 사이트 운영자만 규율할 수 있다국가마다 음란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법이 금지하지만 외국에서 허용하는 촬영물의 경우 방심위와 형사 기관이 촬영물 삭제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방심위와 경찰이 이미 시정조치를 취한 음란물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몰래카메라 촬영물은 불법 음란물 사이트의 이용자 사이에서 공유된다. 그러나 경찰은 촬영물의 삭제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방심위는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지만 한 번 시정요구를 한 영상물을 재유포하는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심위 홍보팀 이지연 과장은 대신 한 번 신고가 된 영상은 웹하드 사이트에서 재유통할 수 없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몰래카메라 이용한 성범죄, 처벌 범위 확대하고 형량 강화해야


  김현아 변호사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정도와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며 촬영행위와 유포행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정하고 형량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촬영물을 유통시킨 사이트에 대한 처벌과 사전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방이슬 활동가는 불법 음란물 유통 사이트는 더 많은 범죄를 키우고 있지만 경찰이 이를 가볍게 여기면서 소라넷과 같은 사이트가 장기간 운영됐다유포자뿐만 아니라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를 폭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신혜정 활동가는 촬영 당시의 상황과 촬영한 자의 의도에 비중을 두고 사건을 판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판단의 기준에서 신체를 결정적인 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이슬 활동가는 사람의 얼굴과 속옷 사진을 한 폴더에 저장해둔 것은 당사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길 수 있다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체만을 성범죄 적용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기계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타인의 신체나 사적인 공간을 무단으로 촬영하는 것 전반에 대한 민사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망을 비껴가는 촬영과 유포행위를 규제하기 위함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는 2015년 제8차 여성가족 포럼에서 주거공간과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있는 사람을 촬영하는 행위나, 공개된 장소여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 전반을 사생활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제재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해 증가하는 몰래카메라 성범죄와 인터넷에 넘실되는 몰래카메라 영상은 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낮은 경각심을 방증한다. 이와 같은 범죄의 근절은 행정당국과 형사 기관의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신혜정 활동가는 이와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소유 혹은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야 하며,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에서 몰래카메라 촬영과 유포행위의 근절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계속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