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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와 이진희 대표를 만나다 이윤이 0원이 될 때까지 고용하는 회사
등록일 2016.06.11 18:50l최종 업데이트 2016.06.12 22:51l 곽성원 기자(sevenkwak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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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대표 ⓒ김서영 사진기자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모아 이르는 말이다. 발달장애는 뇌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신체 및 정신이 해당하는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가 전 인생에 걸쳐서 지속된다. 지적장애인은 지적 능력, 자폐성장애인은 정서적 능력의 발달이 비장애인과 차이가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말하기, 이해하기, 자기관리, 학습, 이동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부터 독립적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함이 있는 사람까지 매우 다양하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고용률이 가장 낮다. ‘베어베터(Bear Better)’는 이러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회사다. 베어(bear)는 느리지만 성실하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하려고 하는 발달장애인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이윤이 0원이 될 때까지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bear makes the world better.)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현재 160여명의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베어베터는 작년 연매출 30억 원을 냈고,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직접 해결해보자


  이진희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졸업한 후 이 대표가 처음 취직한 곳은 경제연구소였고, 그곳에서 경제분석업무를 하다가 증권애널리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를 낳았고 이내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둘째 아이가 30개월이 됐을 때 아이에게 자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둘째 아이를 키우며 처음 자폐성 장애를 알게 됐고, 장애인과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특히 남다른 감각 문제와 특이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자폐성장애인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포용하지 못하고 차별하는 시선이 가시나 다름없었다. 이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남과 다름에 대한 포용도가 높은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런 아이들을 위한 사회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자 이 대표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 글로벌 인사 컨설팅 회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후 7년 동안 인사컨설팅을 했고 고객으로 인연을 맺은 NHN에 이직해 김정호 대표를 만났다. 네이버 창업 멤버인 김정호 대표는 당시 이진희 대표의 상사였다. 김정호 대표는 이 대표가 본래의 꿈을 위해 퇴사를 고민할 때 이 대표의 큰 지원군이 돼 줬다. 2010년 이진희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일을 도우며 발달장애인을 위해 정확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 김정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이진희 대표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은 35%인 반면 자폐성장애인의 평균 고용률은 1-2%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된 이들마저도 상용근로자 월 평균임금의 13%에 불과한 매우 열악한 일자리였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은 그들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직접 해결해보자고 했다. 이진희 대표의 꿈은 그렇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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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 쿠키 ⓒ베어베터





이윤극대화가 아닌 고용극대화


  베어베터는 연계고용부담금감면제도(연계고용제도)’라는 중증장애인 고용 장려를 위한 제도를 활용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시 50인 이상 민간기업들은 근로자 총수의 2.7%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할 의무가 있다. 만약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을 경우 회사는 정부에게 부담금을 지불해야한다. 이때 회사가 장애인표준사업장과 거래를 하면 거래금액의 최대 50%까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 이것이 연계고용제도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한 회사들은 베어베터와의 거래를 통해 고품질의 명함, , 제본, 커피원두 등을 낮은 가격에 구매하고 부담금도 줄일 수 있다.


  베어베터는 이들과의 거래를 통해 창출한 이윤으로 고용을 늘린다. 베어베터가 추구하는 것은 이윤극대화가 아닌 고용극대화. 매출이 늘어나면 이익이 0이 될 때까지 고용을 늘린다. 이는 장애인들을 고용하겠다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지도 하지만, 베어베터와 거래하는 기업들에게 고용부담금 감면액을 일정하게 유지해주기 위해서기도 하다. 거래기업이 고용부담금을 감면받는 금액은 정확히 다음 식으로 계산된다.


 

기업의 고용부담금 월감면액 = ( (기업의) 베어베터와의 거래액 / 베어베터 연간 매출액) * 베어베터 장애인고용인원 * 부담기초액



  베어베터의 매출액이 늘어나면 기업의 고용부담금 감면액이 줄어들고, 베어베터의 장애인고용인원이 늘어나면 기업의 고용부담금 감면액이 늘어나는 형태다. 베어베터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에 비례해 고용인원을 늘리지 않으면 거래기업이 감면받는 고용부담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베어베터는 매출에 비례해 고용을 늘리며 비전도 실현하고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작년에는 재계약률 100%를 달성했고,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사람에 맞춰 일을 바꾼다


  혹자는 발달장애인들이 제대로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진희 대표는 지적장애인은 학습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직에서 경쟁적인 조건으로 일을 하라는 것은 사실 일을 제대로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자폐성장애인은 특히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어베터에서 모든 업무의 기본은 장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쉬운 직무 설계.


  베어베터는 20%의 비장애사원과 80%의 장애사원으로 이뤄져있다. 비장애사원 중 특히 직무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이해하여, 그들의 특성에 맞게 업무를 분할하고 설계한다. 예를 들어, 베어베터가 화환을 제작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비장애인은 화환 제작을 할 때 예술적 감각에 주로 의존하지만, 베어베터에서는 꽃을 감각이 아니라 규칙으로 배치한다. 직무전문가들은 장애사원들이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열을 지어 배열하는 꽃의 개수와 배치 간격, 그리고 사용할 꽃의 둘레 등을 설계하는 최대한 간단한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완벽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숙달되기까지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반복을 힘들어하지 않는 특성에 힘입어 결국 해냈다. 그들은 비장애인보다 느리지만 더 끈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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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베터 작업장 모습 ⓒ뉴스핌



일하는 일과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독일에 다녀왔다. 그는 독일에는 베어베터 같은 회사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랐다. 독일에는 직업재활시설이 충분히 확보돼있어서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의사만 있으면 아무리 중증의 장애인들이라도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그의 기억에 남는 모습은 일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발달장애인들이 보조교사들과 11로 짝을 지어 일하는 것이었다. 가장 단순한 업무이지만 지속적인 개입이 없으면 일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었다.


  보조교사와 장애인들에게 높은 인건비를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수익이 남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이윤보다 사람을 일하게 한다는 가치가 더 우선이었다. 이진희 대표는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일하는 일과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건강성을 유지하는 방법임을 재확인했다. 독일은 선진화된 사회복지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시설 수용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번 고용된 사람은 3년 이상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베어베터 초기에는 이런 재활시설에 다니다 온 장애인들이 여기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다. 정년이 되어 퇴직하기 전까지 계속 다닐 수 있다는 말에 눈물을 글썽이던 직원도 있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발달장애인 고용을 확산하려 한다면 일반기업 관리자들에게 체계적인 발달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 고용을 높이기 위해 해왔던 노력은 발달장애인을 바꾸는 접근이었다. 직업교육과 직업훈련 위주로 발달장애인을 정상성의 틀에 맞춰왔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아무리 교육받아도 바뀌지 않는 장애의 특성이 있다. 고유의 특이성으로 인해 생기는 낯섦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물론 발달장애인들은 일할 준비를 갖추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과 비장애인도 이 친구들에게 친숙해지기 위해 지금과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는 베어베터에서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 이상의 더 큰 목표도 있다. 베어베터에서의 경험을 통해 기업적 환경에 적응하고 공동생활에 익숙해진 장애사원들을 비장애인이 더 많은 일반기업으로 이직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사회로 내보내는 엄마처럼, 베어베터는 준비된 발달장애인들을 일반기업으로 내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작년 7월 대웅제약으로 3명이 이직했고, 올해 4월부터는 NHN에서 10명이 일하고 있다. 베어베터는 장애이해가 준비된 관리자를 파견해 장애사원들에게 새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고, 한편으로는 그 회사의 비장애직원들의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베어베터에서 간 사원들은 보란 듯이 두 달 만에 완벽히 적응해냈다.


  일한다는 것은 곧 존재의 의미를 찾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정상성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다름을 낯설어하는 게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베어베터가 꿈꾸는 사회다. “장애인의 노력, 장애인 직업훈련만큼이나 이제는 장애를 이해하는 관리자, 비장애인의 장애인 이해노력이 필요합니다.” 베어베터와 이 대표는 그러한 사회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들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