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호 > 학원
“우리는 시흥캠퍼스에 전면 반대한다” 소통 요구에서 전면 반대로,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생 사회 논의를 돌아보다
등록일 2016.09.16 00:38l최종 업데이트 2017.08.01 14:40l 신일식 기자(sis620@snu.ac.kr)

조회 수:1537

  시흥캠퍼스는 법인화 이후 학내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시흥캠퍼스’는 올해 학내 곳곳에 붙은 자보들을 본 새내기들에게도, 2013년 천막농성을 기억하는 고학번들에게도 낯익은 단어다. 2013년 삭발·단식 농성이 있었음에도 2016년 학생들이 다시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 주장을 하게 된 것은 어째서일까.



시흥캠퍼스,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시흥캠퍼스가 처음 언급된 것은 2007년에 기획된 ‘서울대학교 장기 발전계획(2007~2025)’에서였다. 이후 서울대학교의 캠퍼스 조성 공모에 9개 지역자치단체가 참여했고, 이중 가장 유리한 부지 조건을 갖춘 시흥시가 캠퍼스 부지로 선정했다. 2009년과 2010년 서울대·시흥시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대학신문>을 비롯한 일부 언론이 시흥캠퍼스 계획을 ‘국제캠퍼스 조성 계획’을 중심으로 보도했으나 학생사회의 주목을 끌진 못했다.


  시흥캠퍼스가 학생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시기는 2013년이었다. 2013년 시흥캠퍼스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라건설’이 선정되면서 시흥캠퍼스 계획이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시흥에 RC(Residential College)가 세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55대 총학생회는 단식· 삭발 투쟁을 통해 시흥캠퍼스 대화협의체에 학생 참여를 보장받았고, 56대 총학생회는 ‘세움단’ 활동을 통해 시흥캠퍼스 기숙사에 대한 학생사회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민석(정치 14) 부총학생회장은 “시공사가 결정된 것이 2013년이고 2011년까지만 해도 법인화가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에 그 이전에 시흥캠퍼스가 관심을 많이 못 받았던 것 같다” 며 2013년에 학생사회에서 시흥캠퍼스가 논의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총학생회와 대학본부 모두 시흥캠퍼스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제시 하지 않았다. 매달 열리기로 합의된 대화협의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시흥캠퍼스 시공을 위한 필수 단계인 실시협약 일정 역시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본부 관계자가 총학생회에 시흥캠퍼스 추진 계획 일부를 공유해왔다. RC를 포함한 시흥캠퍼스를 기획하고 있지만, 특정 단과대나 학년 이전 없이 희망자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획처 간담회를 통해 6월 중 실시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실시협약은 서울대, 시흥시, 지역특성화사업자(한라 건설을 포함해 시흥캠퍼스 조성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법인)가 참여해 시흥캠퍼스 사업에 법적인 효력을 부여하는 협약서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총학생회는 ▲ 학생들의 자체적 RC 연구를 위한 2000만원 지원 ▲실시협약 이후 만들어지는 ‘추진위원회’ 학생참여 보장 등을 요구했을 뿐, 시흥캠퍼스에 대해 전면 반대하지는 않았다. 본부 기획처 역시 이와 같은 학생회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은 “2015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4월 당시에는 2014년 총학생회 기조에 맞춰 시흥캠퍼스 조성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의견 반영이 아닌 전면 반대로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사회의 의견이 학생 의견 반영에서 전면 반대로 옮겨가기 시작한 기점은 5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였다. 김상연(사회 12) ‘서울대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 모임(공공성 모임)’ 대표는 당시 전학대회에서 ▲본부의 실시협약 중단 요구 ▲ 학생 총의를 모으기 위한 총학생회의 노력 촉구 ▲대학 기업화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현장에서 발의했다. 해당 결의안은 찬성 42표, 반대 19표, 기권 20표로 통과됐다. 김상연 씨는 “2013년 투쟁 결과 본부가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2015년) 실질적으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본부가 실시협약을 맺겠다고 말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결의안 제출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내 통과된 결의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빚어졌다. 결의안 두 번째 항목인 ‘학생 총의를 모으기 위한 노력’에 있어 총학생회와 발의자인 공공성 모임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학생 총의를 모으기 위한 노력을 시흥캠퍼스 찬성, 반대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공공성 모임의 입장은 달랐다. 이에 공공성 모임 참여자들은 총학생회의 총투표 기획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상연 씨는 “결의안의 요구들이 모두 연결돼 있었다”며 “결의안 전문을 보면 실시협약 전면 반대의 맥락에서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뜻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성 모임이 의도한 ‘학생 총의 수렴’은 시흥캠퍼스 찬성, 반대를 묻는 총투표가 아니라, 실시협약 반대 행동을 위한 학생 의견 수렴이었다는 것이다.


사진 2_총투표 거부.jpg

▲총학생회가 제시한 총투표 안에 반대하는 자보 ⓒ한민희 사진기자


  마찰 끝에 실시된 것은 총투표가 아닌 총조사였다. 단과대학 대표들이 모인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는 총학생회의 해석대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50%의 투표율이 필요한 총투표 성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일부 대표자들의 지적에 따라 총조사가 실시됐다. 총조사 관리위원 중 한 명이었던 공대연석회의 홍진우(화학생물공학 14) 부의장은 “총조사는 학생회칙에 없는 방식이지만 카이스트 등의 사례를 참조해 여론 수렴 방식으로 채택했다”고 총조사 실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총조사 안건으로는 ‘공공성 모임’에서 제안한 ‘시흥캠퍼스 계획 전면 철회(전면 반대)’와 총학생회 중앙집행부에서 제안한 ‘추진과정에 학생 참여 및 의견 반영 보장(학생 참여)’이 제시됐다. 김상연 씨는 “공공성 모임 내부에서는 기존부터 대학 공공성 보장을 위해서는 시흥캠퍼스에 대해 전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실시협약 반대가 아닌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를 안건으로 제시한 배경을 밝혔다. 총조사 결과 전면 반대 안이 3093명, 학생 참여 안이 1803명의 선택을 받았다. 2013년 대화협의체 참여 요구에서 시작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마침내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결의안이 현장발의 되면서 단과대 내부에서 논의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결의안 통과 과정에서 학생 사회 전체의 숙의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학대회는 ‘민주집중제’ 방식으로 대표자들이 안건에 대한 단과대별 의견을 미리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전학대회에서 토론한다. 그러나 안건이 현장 발의되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찬성 42표, 반대 및 기권이 39표로 반대와 기권이 많았던 표결 결과는 대표자들끼리의 합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총조사가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강지영(국어교육 12) 사범대 학생회장은 “여러 단체에서 해제를 보내 선지로 삼다 보니 두 해제가 어느 정도 겹쳤다” 며 “학우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한 기관에서 서로 배타적이고 명확한 선지를 짰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총조사에 대해 평가했다. 최우혁(경제 13) 사회대 학생회장은 “실시협약이 눈 앞에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의견 수렴을 위해) 총조사가 필요했다”면서도 “다음에 혹시 이런 상황이 있다면 토론회를 여러 번 하는 방식이 더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3_총조사.png


▲총조사 결과 시흥캠퍼스 전면반대가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전면 반대’를 위한 서로 다른 노력들


  총조사의 투표율이 25%를 넘기고, 전면 반대가 높은 득표율을 얻으면서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대표자들은 시흥캠퍼스에 전면 반대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7월 전학대회는 단과대 대표자들이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이유가 조금씩 다름을 보여줬다.


  가장 큰 쟁점은 산학협력이었다. 시흥캠퍼스 조성 안의 기본 골자는 ‘시흥시-서울대-기업’ 3자 협력 구조이며, 시흥캠퍼스에서는 서울대와 기업들 간 산학협력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사회대, 사범대, 공공성 모임 대표들은 산학협력이 대학과 연구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기에 산학협력 확대를 시흥캠퍼스 반대의 주요 논거 중 하나로 주장했다. 하지만 공대 대표자 등은 산학협력이 이미 관악캠퍼스에서도 진행되고 있고,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강조하며 산학협력 확대가 시흥캠퍼스 반대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공대, 경영대, 농대 과·반·단과대 대표자들이 대거 반대하며 ‘산학협력’ 표현을 포함한 전면 반대 결의안은 전학대회에서 부결됐다. 이후 단과대 대표자들이 모인 총운위에서 ‘산학협력’ 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전면 반대 결의안이 채택됐다. 홍진우 부의장은 “공대 학생들의 총조사 투표 참여율을 근거로 공대가 시흥캠퍼스에 전면 반대한다는 입장은 확실하다”면서도 “산학협력은 반대 이유 중 하나가 아니다”고 밝혔다.


  시흥캠퍼스에 대한 단과대별 대응 역시 조금씩 다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회대, 경영대, 사범대 등은 비교적 활발한 단과대별 시흥캠퍼스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대에서는 ‘시흥캠퍼스까지 걸어가기’를 기획하거나, 자보를 통해 학생들과 시흥캠퍼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경영대 학생회는 ‘아크로폴리스’의 형태로 경영대 학생들끼리 시흥캠퍼스 대응 방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편 인문대, 공대 등은 아직까지 시흥캠퍼스에 대한 뚜렷한 단과대별 대응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실시협약’ 체결 국면 이후 현재까지


  본부는 이러한 학생사회의 움직임에도 4월경 총학생회에 통보한 바와 같이 실시협약 추진을 진행했다. 5월 30일 실시협약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 뒤 8월 22일 총장 승인으로 실시협약이 체결됐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는 시기별 결의안에 따라 실시협약 체결 반대, 시흥캠퍼스 전면반대 등의 의사를 본부에 전달했으나, 실시협약 체결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보미(소비자아동 12) 총학생회장은 “(본부가) 실시협약 체결 이전에 대화협의체를 통해 알려주겠다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며 본부의 소통부재를 지적했다.


  7월 전학대회에서 전면 반대를 채택한 이후 현재 시흥캠퍼스에 대응하는 학생 사회의 공식적인 기구는 ‘시흥캠퍼스 전면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학대위)’다. 학대위는 공공성 모임 대표인 김상연 씨를 위원장으로, 학생사회 여러 단위 대표들과 공공성 모임 구성원 등이 참여했다.


  학대위는 본부가 실시협약을 체결한 직후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협약 무효와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협약 체결 다음날인 8월 23일에는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기획처를 방문해 기획부처장 및 학교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24일에는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학대위 구성원들이 이사회가 열리는 호암교수회관에서 연좌농성을 하며 이사진들에게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외에도 졸업식 등 주요 행사에서 피켓팅을 진행하고, 총장잔디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다. 9월 5일에는 성낙인 총장과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김상연 학대위 위원장이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상연 학대위 위원장은 “9월 중에는 단과대 대표들의 협조를 구해 각 과·반에서 시흥캠퍼스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행동을 준비하고자 한다”며 추후계획을 밝혔다.


사진 4_이사회장 농성.jpg

▲실시협약 체결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사회장을 방문해 연좌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시흥캠퍼스 전면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


  본부는 실시협약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기획할 시흥캠퍼스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규섭 협력부처장은 “실시협약에 구체적인 제약을 담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시흥캠퍼스에 어떤 내용이 채워질지는 서울대학교에 달렸다는 의미”라며 시흥캠퍼스 계획이 시흥시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 해명했다. 8월 23일 있었던 학생 간담회에서 오헌석 기획부처장은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돼왔든 앞으로 시흥캠퍼스 계획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학생 참여를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상연 학대위 위원장은 “실시협약 체결 자체가 실시협약 반대, 시흥캠퍼스 전면 반대라는 학생 사회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본부와 학생사회의 의견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