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 특집
좌담회 톺아보기 군대에 대한 표상과 의무적 징병제에 대한 비판
등록일 2016.12.14 21:14l최종 업데이트 2016.12.15 13:06l 이기우 기자(rna23@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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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저널>이 진행한 좌담회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론적으로는 의무 징병제를 본질적인 문제로 지목하는 시각이 많았다. 좌담회 결과를 주제별로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군대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다수의 패널들이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20대의 2년이라는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거나, 나아가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권위주의가 집약된 곳이라는 강한 비판도 존재했다. 하지만 군 생활이 반드시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니며, 개인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 역시 없지 않았다.

  한편 사회에서 군대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군필 여부를 “남성들이 거쳐야 하는 성인식”이거나 “온전한 남성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과 같이 개인이 ‘진짜 남자’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 의례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사회적으로 가기 싫은 곳”이라거나 “다녀오면 꼰대가 된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했다. 군대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역자들은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연상하는 반면, 군대를 가지 않는 패널들은 한국 사회에서 군대가 어떤 의미로 통용되는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시했다.


군대로 인한 배제의 경험

  군대가 사회에서 배제 또는 차별의 기제로 작동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 전역자들은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군대라는 집단 안에서 보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배제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2년간 군대 밖에서 할 수 있던 활동으로부터 배제되는 동시에, 전역 후 학내 활동에 있어서도 자신의 나이로 인해 스스로의 참여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군대를 가지 않는 패널들에게서는 군대에 대한 대화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군대 관련 대화에서 스스로 발언권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이러한 발언권의 제한이 단순히 군대에 관한 대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사회생활’이라고 불리는 조직 내 활동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몇몇 패널은 집단 내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을 언급했다.

  군필 여부가 일종의 배타적 자격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군 경험 여부와 관련 없이 패널들의 생각이 엇갈렸다. 군 전역자와 비전역자를 같다고는 할 수 없다거나 정계 입문 등을 위해선 군필이 필수 요건인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군필 여부가 직접적인 차이를 낳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군필 여부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제를 통해 은연중에 드러난다거나, 전역자들이 군대에서의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사회적으로 군필자에게 무형적인 지위를 부여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편 이에 대해 집단지향적인 한국 사회에 군필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응을 더 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군대가 일종의 자격으로 작동한다고 답한 패널들은 그 이유로 군대에서의 경험에 대한 보상심리를 제시했다. 군 복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역자들은 군대에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심적 보상을 추구하게 되고, 이것이 곧 사회적 자격 부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패널은 “가정에서의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가 군 생활을 무협지수준으로 묘사하는 것에는 군대에서의 힘들었던 경험을 항시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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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입소식을 치르고 있는 청년들 ⓒ중앙일보



군대에서의 경험과 보상심리

  이야기는 군대 안에서의 경험으로 이어졌다. 전역자들은 군대에서 직, 간접적으로 경험한 육체적 괴로움과 인권 유린 등을 언급했다. 군대에서 한국 조직 사회의 좋지 못한 단면을 보게 됐다는 회의감을 언급한 패널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가 ‘한 번은 다녀올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통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2년을 그냥 날렸다고 생각하기 싫어서”라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군대에서 2년간 배웠던 것은 사실 한 달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군대 안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이 보상심리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패널은 사회의 문제들이 군대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며, 의무 징집을 하지 않는 다른 국가에서도 상하 관계나 차별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대가 사회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더라도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서 이러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군대에서의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패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후적인 보상을 논의하기에 앞서 군대에서의 생활을 개선하고 폐쇄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한편, 군 입대 자체가 의무인 시점에서 그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는 것이 ‘의무’라는 성격과 충돌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제의 근원은 징병제?

  의무화된 병역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는 의견에 많은 패널들이 동의하면서,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징병 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다만 이를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모병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휴전 중이라는 한국의 상황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여성들의 입대를 통해 자신들만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남성들의 피해의식을 경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패널도 있었지만, 여성이 남성과 동일하게 병영 생활을 하는 게 해답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처럼 엇갈린 의견에도, 대부분의 패널은 국민 중 특정 집단을 선별해 군 복무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현행 병역 제도를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좌담회에서 제시된 두 가지 대안인 여성의 입대와 모병제로의 이행은 국민 모두에게 국방의 의무를 함께 지게 하거나, 군 복무를 의무에서 선택의 대상으로 바꾼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전제하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은 쉽지 않기에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해두고, 우선 군대 안에서의 생활환경을 최대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군대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