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호 > 특집
점거 66일, 본부 안에는 무슨 일이? 10.10 총회에서 현재까지, 점거유지동력을 돌아보다
등록일 2016.12.14 22:27l최종 업데이트 2016.12.15 12:56l 박민규 기자(m26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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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 오후 세 시, 기자가 찾아간 본부(60동)는 고요했다. 현재 학생들에게 점거된 본부 1층은 각종 현수막, 깃발, 돗자리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2층과 3층은 공사 중으로 진입할 수 없었고, 주요 활동공간으로 사용되는 4층의 몇몇 방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각 방에는 단대별 방명록, 내규, 자보 등이 붙어 있었고, 침구류와 과자 등이 흩어져 있었다. 지난 66일(12월 14일 기준)동안 본부 안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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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잠금장치를 제거하고 본부(60동) 1층을 점거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다소 어지러웠던 점거의 시작


  지난 10.10 학생총회에서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와 ‘본부점거투쟁’안이 과반의 득표를 얻어 채택됐다. 총회의 결정에 따라 곧이어 행정관이 점거됐지만, 점거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적·물질적 자원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10.10 학생총회가 끝날 때까지 본부점거는 총회 의결의 한 선택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3일 공과대학 학생대표자회의가 공개적으로 10.10 학생총회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상황에서, 중앙 총회기획단은 본부점거를 대비할 수 없었다. 김보미(아동가족 12) 전 총학생회장은 “총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학생회 역량이 필요해 그 이후의 대응까지 긴밀하게 대비할 수는 없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점거 성사 소식을 들은 제53대 총운영위원회 위원(2011년 활동했던 총학생회장 및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은 보온롤, 김밥, 물 등을 제공했다. 이후 전국대학노동조합,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일반노동조합,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시간강사, 민주동문회,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등이 난로, 이불, 식량 등을 후원하면서 점거 유지의 물질적 자원이 마련됐다. 후원계좌를 만들고, 10월 14일부터는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와 스누라이프를 통해 학생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면서 재정문제도 점차 해결됐다.


  점거 첫 이틀 동안 학생사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본부점거를 관리할 본부점거본부를 설립했다. 본부점거본부는 총학생회로부터 본부점거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 현재 본부점거본부에는 기획팀, 정책팀, 관리팀, 홍보팀이 있으며, 이들은 청소와 빨래에서부터 시흥캠퍼스 대응전략 구상까지 점거에 관한 모든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본부점거본부 조직이 들어서고 실무담당자들이 정해지면서 본부점거가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점거 3일째까지 약 백 명의 학생들이 점거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점거가 안정된 이후에는 참여자의 수가 늘지 않았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첫 정책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점거 초기에) 대중에게 본부점거를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본부 점거본부 참여자에 따르면 점거 초기 전체회의가 매일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졌다. 그는 회의에서 본부점거본부의 위상 및 기존 의결기구와의 관계가 길게 논의된 반면 시흥캠퍼스 문제 등 점거투쟁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점거의 실무나 체계 마련에 대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두고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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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어쿠스틱 나이트’가 본부에서 개최됐다. 사진제공 = 본부점거본부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여전한 거리감, 해소 필요해


   점거 4일째부터 본부점거본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최했다. 특히 ‘보이는 점거 라디오’는 학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아 현재까지 총 세 차례 방영됐다. 김도경(디자인 13) 본부점거본부 기획팀장은 “주말처럼 학교에 오지 않은 날에도 본부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라디오 방식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보이는 점거 라디오’ 진행자들은 페이스북 라이브캠을 통해 본부 내부의 모습과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시흥캠퍼스와 본부 점거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본부점거본부는 10월 10일부터 20일까지 본부 집들이, 촛불문화제, 애니메이션 상영회, 본부점거투쟁 토론회 ‘시흥캠퍼스, 외 않됀데?’ 등의 새로운 행사를 이틀에 한 번꼴로 진행했다. 사회대가 개최한 ‘어쿠스틱 나이트’와 인문대가 개최한 ‘연극인의 밤’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김도경 기획팀장은 “많은 학생들이 본부점거라는 방식을 어려워하는데, 그런 학생들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에도 불구하고 본부점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늘지 않았다. 학생들이 본부점거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다양한 시도들을 했지만 본부가 우리 모두 함께해야할 공간이라고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이재웅(경제 15) 씨는 점거 첫날에는 참여했지만, 그 이후에는 본부에 가지 않았다. 이 씨는 “갈 사람만 간다는 느낌이 드는 한 많은 학생이 (본부를) 자주 찾으리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거리감이 “본부라는 공간과 점거라는 상황보다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재웅 씨는 이어서 본부점거본부의 사업이 과/반 단위 사업과 연계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 씨는 “본부의 사업 과/반 단위 사업이 연계되면 많은 학생이 자신의 동기들, 선후배들과 갈 수 있으니 마음의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사 회대에서 반마다 돌아가며 본부에 찾아가고, 반 단위 간식 사업을 본부에서 진행한 것을 예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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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취소, 학생회 선거, 시국 대응으로 줄어든 점거 동력, 개선책은?


  지난 10월 27일과 28일에는 ‘본부스탁’ 및 ‘본부점거파티’가 예정돼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 본부스탁 2’에 따르면 본부스탁은 우드스톡(The Woodstock Music and Art Fair)의 저항정신을 본떠 준비한 록페스티벌이다. 본부점거파티 역시 10월 14일 본부점거본부 회의를 통해 총학생회 공식사업으로 의결됐다.


  그러나 본부스탁과 본부점거파티 계획이 알려진 직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등에서 이러한 투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록페스티벌, DJ 파티라는 방식이 시흥캠퍼스 투쟁에서 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행사의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0월 24일에는 JTBC가 최순실 명의의 태블릿PC에서 대통령 연설문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며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급속히 커졌다. 그러자 학생들은 본부스탁과 본부점거파티가 현재 시국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에서 록페스티벌, DJ 파티라는 방식만 강조돼 서울대학생들이 시국에 무관심하다고 외부에 알려질 것”이라는 주장이 스누라이프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본부스탁 기획단은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 본부스탁2’에 ‘본부스탁,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게시글을 두 차례 올려 학생들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본부점거파티 당일인 10월 27일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일부 학생들은 직접 본부로 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결국 행사 당일 밤, 두 주최 측 모두 행사를 취소했다. 김도경 기획팀장은 “본부스탁 및 본부점거파티 기획단에게 가해지는 부담감이 컸다. 기획단의 개인 메시지로 비난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사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본부스탁과 본부점거파티의 취소로 본부점거본부의 활동은 일시적인 공백을 맞이했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본부스탁과 본부점거파티는 2주 내내 준비했던 큰 행사였기 때문에 작은 행사들을 기획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행사 취소로 본부점거본부의 동력이 감소한 데다가 10월 셋째 주부터 시작된 중간고사, ‘최순실 게이트’ 논란 등으로 점거는 더욱 난항을 겪었다.


  본부점거본부의 구성원들이 시국선언, 대학생 대회, 민중총궐기 등으로 ‘최순실 게이트’ 대응에 나서면서 본부가 비어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더구나 10월 28일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선본)들이 발족하고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본부점거본부 구성원들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선본으로 빠져나갔다. 인원 분산으로 동력이 더욱 감소한 본부점거본부는 결국 11월 중반까지 별다른 프로그램들을 개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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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점거에 참여한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일정을 정리했다. ⓒ오선영 사진기자



본부점거의 현주소


  11월 8일 <서울대저널>은 대학본부 내부에서 총학생회에 공개하지 않은 RC 관련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11월 15일에는 교무처장 인수인계 문건에서 의무 RC를 논의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 자료들은 3년 전부터 대학본부가 의무 RC에 대해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일관한 것과 배치된다. 이에 총학생회는 11월 11일 대학본부에 항의방문을 했고 그 결과를 카드뉴스로 공개했다. 지난 22일에는 성낙인 총장이 참여한 ‘시흥캠퍼스 긴급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본부점거에 참여하는 인원은 늘지 않았지만, 시흥캠퍼스 사안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김보미 전 총학생회장은 “(위 보도로) 파생된 주변의 관심과 분노들이 지금 새로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부점거는 66일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11년에 본부점거가 28일에 그친 것을 경신한 수치다. 본부점거본부의 한 참여자는 현재 본부에 평균적으로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가 있다고 밝혔다. 본부점거 참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점거를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본부점거본부는 11월 20일 이후 ‘SNS릴레이’, ‘서울대인 총시위’ 등을 진행하면서 다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곧 찾아올 종강 후에는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임수빈(조소 11)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9일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본부를 임시적인 제2 학생회관으로 꾸며보자는 구상을 했다. 본부에 이동식 거울을 설치해 동아리 연습 공간을 확보하고, 방학 때 세미나를 개최해 문화공간으로 만들려 한다. 본부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 때까지 점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점거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시흥캠퍼스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점거유지동력의 확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학생사회에서는 막 선거가 끝나 새로운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구성됐다. 점거 유지의 새로운 동력이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려고 본부점거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