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호 > 특집
가려진 생협의 노동환경, 사라진 노동자의 복지 생협 직원들의 임금과 노동환경을 돌아보다
등록일 2017.03.10 14:39l최종 업데이트 2017.03.10 20:33l 박민규(m266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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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협동조합(생협)’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출자해 만든 자치조직으로, 학내 구성원들은 조합원으로서 이사회, 학생위원회 등 생협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일하는 생협 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은 구성원들의 관심사에서 비껴나 있었다.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그 위에 쌓인 생협의 재정구조를 돌아봤다.



대학노조 가입 후 대두된 생협의 노동문제


  생협노조는 2016년 12월 22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학교지부(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하며 그동안 눌러왔던 목소리를 냈다. 기존 생협노조는 일반직(정규직) 직원 87명으로만 조직된 소규모 노조였다. 이창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생협노조대표는 “89년에 한국노총에 가입했지만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등 도움을 요청해도 지원이 없어서 2015년 2월에 탈퇴했다”라면서 “임금상승보다 노동현장과 처우의 개선을 바라고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생협 노조의 노조원은 121명으로 늘어났다(2016년 2월 26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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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기본노동법교육에서는 생협 직원들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신일식 기자


 

  2월 9일, 대학노조가 주최한 기본노동법교육에서는 노동자들의 법정휴게시간 미준수와 차별적인 상조특별휴가 등 노동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사례들이 지적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생협 측은 오전과 오후에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된다고 해명했지만, 노동자들은 “현장이 매우 바쁘기 때문에 휴게시간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차별적인 상조특별휴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교육에 참석한 한 노동자는 “동료 직원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특별휴가가 없어서 연차를 사용했고, 출근 때문에 장례식장을 끝까지 못 지켰다”라고 말했다. 이웅기 총무팀장은 “6개월 미만으로 근무한 직원에게는 상조특별휴가가 없고, 6개월 이상 24개월 미만 근무한 직원에겐 부조금 10만 원이 지급된다”라면서 “내부 규정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여태껏 생협에서 노동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한 배경에는 노동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의사결정기구의 구조가 있다. 생협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조합원총회지만 모든 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여건 때문에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사업계획 등 주요 안건이 결정된다. 현재 생협의 대의원은 교수 25명, 대학 직원 25명, 학부생 30명, 대학원생 20명이고 생협 직원은 10명에 불과하다. 이동현(자유전공 13) 학생이사는 “생협에 대한 대의원의 관심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2015년에는 대의원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진행 도중 폐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다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는 노동자의 참여가 불가능하다. 이사회는 교수 6명, 직원 3명, 학부생 4명, 대학원생 2명으로 구성돼있지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임원은 해당 조합의 직원을 겸직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 몫으로 법인직원이 참여한다. 생협의 부이사장인 이준호 학생처장은 “이사회는 생협의 노동문제를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노동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저임금에 계약직, 높은 노동 강도까지


  노동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낮은 임금이다. 《생활협동조합 대의원총회 회의 자료(2016)》에 따르면 전체 식당 직원은 215명이고, 그 중 150명이 무기계약직(정규직과 처우에 차이가 있으나 고용은 보장된 노동자) 또는 계약직이다. 이창수 대표는 “식당부서 계약직의 월 임금이 150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보다 20만 원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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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과부서 계약직 직원의 임금은 월 147만 원에 불과했다. ⓒ최한종 사진기자



  생협의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생협노조가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한 후, 9급 1호봉 (기본급 75만 원)~4호봉(기본급 83만 원)에 해당하는 일반직 직원들의 기본급이 일괄적으로 오르고, 일반직으로 전환된 연도에 따라 50만 원에서 70만 원까지 추가수당이 지급됐다. 이웅기 경영지원실 총무팀장은 “(추가로 지급된 수당이) 최저임금 미달분이 아니라 계산착오로 인해 누락된 임금이 지급된 것”이라고 답했지만 임금이 잘못 계산된 이유와 계산착오를 발견한 계기를 설명하지 못했다.


  기본급 기준으로 이뤄지는 임금인상 관행이 저임금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수 대표는 생협의 임금인상률이 법인직원의 임금인상률과 비슷한 3, 4%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법인직원은 임금 총액(수당이나 정기 상여금 등을 포함한 금액)이 기준이지만, 생협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임금이 인상됐다”라고 지적했다. 10년 동안 근무한 9급 직원의 기본급은 100만 원 미만이다. 기본급이 낮기 때문에 임금 인상폭 역시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는 “나중에야 법인직원의 임금인상이 총액 대비라는 것을 알았다”라고 언급했다.


  낮은 임금에 더해 높은 노동 강도 역시 노동자들의 고충 중 하나다. 이창수 대표에 의하면  영양사와 판매원을 포함해 총 19명의 직원이 일하는 감골 식당의 점심시간 식수는 1300인분 이상이다(2015년 기준). 또한 학생회관 식당에는 약 서른 명의 직원이 6000인 분의 식수를 준비한다. 이 대표는 “직영 식당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속하시는 분들은 무릎, 팔꿈치, 팔목 등이 아파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서 일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원활한 인력수급이 어렵다. 작년에는 인력부족과 적자를 이유로 학생회관 스낵코너가 문을 닫기도 했다.(<서울대저널> 136호, ‘학생회관 스낵코너 폐점, 그 뒷이야
기’)  2015년 9월에 조리원 1명을 채용하는 공고가 올라왔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보름 간격으로 두 차례 재공고가 있었다. 2015년 12월에는 조리사 2명, 2016년 1월과 2월에는 조리사 1명의 채용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창수 대표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근무강도가 높은 편이라 3개월을 못 버티는 분들이 많다. 일주일, 짧게는 하루 만에 그만두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급여에 관한 정보의 공개가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있다. 생협 노동자들의 낮은 기본급은 각종 수당과 성과급으로 보충된다. 하지만 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준도, 개인성과와 부서성과도 공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협의 노동자들은 각 부서마다 서로 다른 성과급을 받는다. 구조적으로 적자가 당연한 식당사업부의 성과급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웅기 경영지원실 총무팀장은 “부서성과를 공개했던 적이 있지만, 부서 간 긍정적인 효과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들이 발생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창수 대표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의 성과급은 200만 원~250만 원이며, 계약직의 성과급은 이보다 낮고, 일반직은 조금 더 높다. 하지만 생협 관리직의 성과급 액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관리직의 성과급 규모를 이사회 또는 대의원총회에 보고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규선 FS(식당 및 카페)사업본부장은 “(전체) 성과급 총액은 보고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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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뿐 아니라 생협 직원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한종 사진기자



원인은 열악한 재정?


  생협 사무처는 추가적인 재원마련 없이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규선 본부장은 “(임금 인상을) 더 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재원 문제가 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웅기 경영지원실 총무팀장은 “생협과 경쟁하는 외부 상업시설이 학내에 많아져 매출이 줄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5년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의하면 서울 소재 48개 대학교에 입점한 외부업체는 총 450개였고, 그 중 서울대학교에는 65개 외부업체가 입점해 그 수가 가장 많았다.


  실제로 외부업체의 증가 등 경쟁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각 대학의 생활협동조합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2014년에는 세종대학교 생협이 대학과의 마찰 및 수익구조 악화로 대학 생협 최초로 문을 닫았고, 부산대학교 생협 역시 학생식당 다섯 곳이 운영중지와 재개를 반복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정보공개청구 자료에서 ‘대학들이 후생 복지시설을 외부업체에 임대해 주는 이유는 임대료 수입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고 분석했다. 대학이 직접 편의시설을 운영하거나 생활협동조합에 운영을 맡기는 것보다, 외부업체를 입점시켜 임대료를 받는 것이 수익이 많고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문제의 원인으로 재정구조를 지목하기는 어렵다. 생협은 2005년 이후 동결된 식대와 식수 감소로 식당사업에서 8억 원이 넘는 적자를 보고 있지만, 다과와 문구 및 기타 매장, 외부업체 위탁운영 수수료 등에서 적자를 만회하는 수익이 발생한다. 생협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8억, 15억, 2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법인화 이후 본부와 외부업체의 직접 계약으로 인해 생협의 위탁운영 수수료가 본부 수입으로 편입될 것이 우려됐지만, 본부 자산운영팀은 “현재 생협에서 관리하고 있는 공간은 큰 변화가 없는 한 생협이 계속 관리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CNN카페’ 등 법인화 이후 입점한 일부 상업 공간은 본부 자산운영팀이 직접 관리하지만, 2015년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위탁운영 수수료가 수익원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2015년 생협은 전체 영업이익 20억 원 중 13억 4천만 원을 ‘(재)서울대학교발전기금(발전기금)’에 출연했다. 남은 영업이익인 7억 5천만 원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계산상의 오차는 영업 외 수익 및 영업 외 비용에 기인) 관행적으로 영업이익은 약 6대4의 비율로 발전기금과 성과급으로 분배된다. 생협이 출연한 발전기금은 학내 시설 개선에 쓰이는 시설기금과 천 원의 식사, 축제,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복지기금으로 사용된다. 학내 구성원의 소비로 발생한 생협의 수익이 다시 학내 구성원을 위해 쓰이는 선순환 구조다.


  그러나 이 구조에서 생협의 노동자들은 배제돼있다. 생협 이사회나 관리직 직원들은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더 분배하거나, 성과급이 아닌 기본급을 올리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아왔다.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증진이라는 역할만이 부각되고, 정작 생협이 지향하는 상생과 협동이라는 가치는 외면됐던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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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생협의 영업이익 분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