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호 > 특집
대학원 총학생회, 필요한가?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이유미 기자 (chacone@hanmail.net)

조회 수:958

11월, 관악을 대표하는 학생회 선거가 이제 막 치뤄졌다. 총학생회와 각 단대별 학생회가 새롭게 세워졌고, 이제부터는 각 선본의 공약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관악을 대표한다는 그 대표성 속에 대학원생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총학생회는 학부생만의 것일 뿐, 대학원생은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 기구가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서울대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앞으로 '연구중심대학'이 된다면 서울대학교에서 대학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여름, 정운찬 총장의 대학원생 장학금 지원 강화 발표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연구중심대학'의 상은 본부와 교수 측에서 일방적으로 잡은 것이다. 직접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의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상이 반영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원 총학생회? 글쎄..

photo1

하지만, 정작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총학생회 존재 의미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까지 불편함은 못 느꼈다." 라고 김성철씨(물리학과 석사과정 04)는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학과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보다 사적인 관계이고 연구실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수님께 직접 건의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리학과 석사과정생 ㅊ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대학원 2년차 부터는 소규모의 그룹, 혹은 개인별로 활동할 때가 많고 연구실에서 필요한 연구비도 교수가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중문과 연구생 ㅇ씨 역시 과내 자치회가 있고 대학원생은 개별 활동,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에 큰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 어디에 말하지?

거의 매년, 학부 총학생회는 기성회비 인상에 대해서 본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투쟁을 할 준비도 되어있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은 기성회비 인상에 대해서 불만이 있어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만한 통로가 없다. 강초롱 씨(불문과 박사과정 04)는 연구비 지원 등등을 명분으로 한 기성회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구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견수렴기구가 없으므로 자신이 낸 기성회비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원생들의 복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소소한 문제가 있는 반면, 학교 측에서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대학원생 최숙 씨의 경우(인터넷 대학신문 게시판에서 발췌), 아이를 키우며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현재 서울대 내 직장 보육시설은 인원이 제한되어 있고 교직원이 우선이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또한 자치회가 없으니 정보공유 역시 쉽지 않다. 예컨대 외부 장학금의 경우, 자치회가 있다면 대학원 신문 등을 통해서라도 정보가 공유될 수 있겠지만, 지금 현실에선 사적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소통의 통로가 필요하다

과 내에 자치회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지만, 있어도 그 역할은 제한적이다. 자치회와 회장이 있어도 명목상일 뿐이지 역할은 행사 준비에 그칠 정도가 많다. 학부에 비해서 대학원은 훨씬 사적이고 밀접한 사제 관계가 이루어진다. 문제가 있으면 직접적으로 제안하기도 쉽고, 단발적인 사안은 오히려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식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데에 있다. '등록금 인상', '연구 공간 부족', '대학원생 복지' 등과 같은 문제를 과 내에서, 혹은 연구실 단위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학원 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필요한 것이다.

가능성에 대한 회의

대학원 자치회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는 사람들도 대학원 총학생회의 구성과 역할 범위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학생들 같은 경우 학부 때처럼 학교를 규칙적으로 올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고 교수님들과의 의견 조율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강초롱씨(불문과 박사과정 04)의 말이다. 대학원은 과마다 특징, 연구환경, 사제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결국은 필요성은 있지만 대학원 총학생회의 역할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라?것이다. ㅊ씨(물리학과 석사과정 04) 역시 "단대 별 특성이 워낙 강하고 연구 환경이나 상황이 엄연히 다른데 자치회가 있다고 해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원은 학부와 다르게 각 단대와 과가 독립적인 성격이 강해서 자치회가 있다 하더라도 단대 내 일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원총은 있어야 한다", 연세대

photo2

연세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성훈씨를 만나봤다. 올해가 42대 째인 연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조직과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매년 12월 초에 실시하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회장단과 함께 6개의 국(사무/복지/신문/학술/전산/건강공제회)이 한해 동안 활동하게 된다. '국'을 이끄는 집행부원은 매학기 초 모집을 하는데, 지금은 30여 명의 집행부원이 활동하고 있다. (집행부원들에게는 소정의 장학금을 받는다) 각 과마다 대표자들이 있어 그들을 통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또한 올해는 홈페이지를 개편해서 온라인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시도하고 있다. 한 사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여자 대학원생의 건의로 11월 초 유축실이 개설되었다. 또한 본부도 대체적으로 대학원 총학생회에 우호적이어서 협상 끝에 등록금 인상률을 8.5%에서 5.5%로 내렸다. "사립대같은 경우 등록금이 비싼데, 학생들이 등록금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면 본부 측에선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연구 환경이 열악한 것도 본부에 얘기해야 조금이라도 개선된다. 또, 어떤 건물을 짓는다고 했을 때 대학원생의 공간을 달라고 얘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순위에서 밀린다."고 김성훈씨는 말했다.

대학원 총학생회의 모범 사례, 중앙대

photo3

대학원생들이 회의를 보였던 대학원 자치회의 역할범위의 한계에 대해서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중대 대학원의 경우 8개의 계열 학생회(인문/사회/교육/예술/자연/공과/의약학/생명자원)가 있어서 계열상의 특수성 때문에 총학생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계열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본부측의 협조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서 등록금, 장학금, 조교제 등의 안건은 본부와 총학생회가 협상을 거쳐서 합의되어야만 결정된다. 중앙대 역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데, 재정 관련한 투자가 잘 안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원 총학생회가 계속 요구해야 하고 또, 학교 측에 건의할 수 있는 통로가 언제나 열려 있다고 한다. 수시로 계열 대표 회의를 열고 전체대표자 회의(과대표,계열대표,총학생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하나의 사업이 인준되어야만 총학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매 학기 말 감사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해서 회계 심사를 한다. 이런 식으로 학생 자치회 내에서도 견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일방적이고 행정편의적으로 학교를 운용하기 때문에 학생회가 견제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권리를 찾기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역할을 학생회가 해줄 수 있다"고 대학원 총학생회의 필요성에 대해 장용운씨는 말한다.

대학원생이 현재 시스템에 불만을 느끼건 별 불만을 못 느끼건 간에 본부와의 소통이 가능한 공식적인 통로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 단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나 어려움들이 생겼을 때에 마땅히 말할 곳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부나 교수협의회의 위상에 걸맞는, 대학원생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가 없는 것이다. 즉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와 이익을 주장할 여건이 안 된 상태이다. 대학원 내부에서 대학원 자치회에 대한 논의가 시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