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호 > 특집
2012 총선과 대선의 최대공약수를 구하시오. 정답: '복지','야권연대','시민사회' 그리고 박근혜??
등록일 [데이터가 없습니다]l최종 업데이트 [데이터가 없습니다]l 강진수 기자 (kangjin02@snu.ac.kr), 박하정 기자 (polly603@snu.ac.kr), 안효성 기자 (ans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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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한국 정치사에서 의미 있는 해가 될 전망이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4월 11일에는 총선이, 12월 19일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력한 대선 주자의 행보는 총선에 영향을 끼치는 복잡한 양상으로 선거전이 치러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에 에서는 조심스럽게 다음 선거의 쟁점을 예측, 분석해봤다.

복지공약,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로 부각돼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상급식은 한나라당의 표퓰리즘 공세 속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서울시의 경우, 민주당은 시의회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과 서울의 25개 구청장 가운데 21개를 가져갔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였다. 6.2 지방선거를 통해 무상급식 등 복지공약이 가지고 있는 힘을 여야 모두 확인한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자 복지정책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학습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복지정책이 힘을 얻고 있는 다른 이유는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적 불안감’ 확산에서 찾을 수 있다. 강원택 교수(정치학과)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중 일어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금융위기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안감과 안보 불안감이 확산됐다”며 한국 사회에서 복지 요구가 증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게 몰린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강 교수는 “사람들이 사는 문제, 취업, 물가, 소득의 배분 문제 등에 있어서는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했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실제적으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미비했다는 설명이다.
복지정책과 관련된 태도의 변화는 한나라당에서 두드러지게 포착된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12월 20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골자로 한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는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을 ‘국가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국민도 평생 생애주기별로 겪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맞춤식 생활보장형 복지국가’라고 소개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표가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 정책을 내세워 한나라당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여당과 야당, ‘누가 누가 더 왼쪽으로 가나’
복지정책을 내세우는 건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은 연일 ‘감세 철회’, ‘반값등록금’ 등의 정책을 제시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재보선 패배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서민정책’의 실패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야당을 따라해선 안된다’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좌클릭’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는 “지금은 한나라당에서 제시한 반값등록금, 추가감세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오지만 연말이 되면 한나라당이 이런 정책을 좀 더 힘 있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전망했다.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복지정책을 좀 더 과감하게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지방선거에서 복지정당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한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6.2 지방선거에서 복지공약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민주당은 기존 무상급식 정책을 확장해 보편적 복지 정책을 들고 나왔다. 보편적 복지정책은 ▲무상급식,▲무상의료, ▲무상보육을 포함하는 ‘무상시리즈’와 반값등록금 정책을 합쳐 ‘3+1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이뤄져 있다. 6.2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공약에서 더 나아가 체계적으로 국민의 삶 전체를 떠받드는 복지정책을 들고 나온 거이다. 김민웅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사회적 안정감이 허물어질 때 오는 위협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제 사람들은 산발적인 복지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 국가로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복지정책의 변화 추세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 사람들은 산발적인 복지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 국가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시민사회, 살아남기 위해 정치주체로 나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과거 시민사회는 정치색을 띠거나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긍정적인 정치 참여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낙선운동과 같이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면 안 된다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며 제도권 정치와는 거리를 두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 운동의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정치계에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진보진영에서 활발히 나타난다.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 ‘진보의 합창’ 등 진보적 시민사회운동은 이미 정치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시민운동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하자, 시민사회 내부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접 정치 주체로 나서야한다’는 각성이 있었다”고 변화의 원인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시민운동은 더 이상 정당과 정당 간의 완충작용을 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데에 핵심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시민사회운동의 진화를 높이 평가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시민사회운동 단체들을 보며 시민사회가 현실 제도권 정치에 지나치게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김민웅 교수는 “정치가 제대로 안되면 시민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시민들이 직접 깨닫게 됐다”며 “서로의 배타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민사회가 정치를 일상적인 것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김 교수는 “시민사회운동은 밑바닥에서부터 정치적인 힘을 모으기 때문에 일반 유권자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9일 에 게재된 “따로 또 같이, 시민 정치 합창”에서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 역시 “시민정치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이라며 “과거의 운동이 중앙집중적이고 단일전선 지향적이었다면, 최근의 운동은 분산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생활정치를 지향하는 ‘확산적 연대’로 바뀌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 야권연대 논의도 급물살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전체를 포괄하는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권 교체’라는 목표 달성에 진보진영을 포함하는 야권이 모두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4․27 재보선에서 야권연대의 힘이 입증된 바 있다. 정권 교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야당들도 범야권을 한데 아우르는 야권연대를 부르짖고 나섰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민주진보대통합당 건설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국민참여당, 진보정당 등 민주 진영이 한데 모여 올해 안에 민주진보대통합당을 발족하자는 계획이다. 민주당 외의 진보 진영에서도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들의 통합 논의는 범야권 전체에 적용된다기보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당 등의 진보 진영 대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민웅 교수는 ‘공동일정 설정’과 ‘정책 합의’를 야권연대의 성공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선거 일정이 정해진 만큼 공동의 일정을 설정해 선거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념과 가치를 추상적인 단계에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각 정당이 어디까지 합의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지난 2월,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연합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민주노동당

그러나 야권연대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총 등 13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들은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진보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3대 세습, 북핵 개발 등 북한 문제와 통합 이후의 운영 방식 등에 대해 각 정당의 입장이 합의되지 않아 통합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4․27 재보선 이전에 한-EU FTA를 반대하기로 합의하고 야권연대를 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이후 한-EU FTA 통과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재보선이 끝나자마자 야권연대의 정책공조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김민웅 교수는 “진보진영이 강경하게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흡수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한-EU FTA 통과 사건은 진보진영의 정치적 결속력과 협상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진보정당의 경우 정책의 진보성을 강조하면 대중성을 잃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려면 정책의 진보성을 양보해야 한다”며 야권연대 속에서 진보진영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선거의 상수이자 변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복지와 야권연대만큼 중요한 변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박 전 대표는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묻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1위 자리를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다. 그만큼 지지층이 안정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를 다음 대선의 ‘상수(常數)’로 두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상수’인 박 전 대표가 변수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잇따라 치러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선이 치러진 직후 진행되는 총선에서는 여당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2007년 말,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받아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총선 다음에 대선이 진행되는 경우는 다르다. 총선이 먼저 있을 경우 야당이 유리하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는 “총선이 먼저 있을 때, 그 총선은 이전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라며 “여당은 평가받는 위치이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의 경우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4.27 재보선에서 확인했듯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그리고 총선 결과는 대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할 경우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 모두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 조선일보

고성국 씨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해 박 전 대표가 총 지휘자로 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의 선거를 다음 대통령이 될 박근혜에 대한 전망적 선거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 전 대표의 활약 여부에 따라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 결과도 갈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결국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서지 못하면 야당은 총선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세론 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해
야권은 박근혜 대세론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찾는 것은 오래된 과제 중 하나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문재인 씨도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고성국 씨는 “박근혜 대세론을 넘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상투적인 홍보나 수사로는 관심을 끌 수 없다”며 “손학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시절에 했던 ‘국민대장정’같이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대세론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앞으로 정치적 토론 등이 벌어지면 박근혜 전 대표는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향후 선거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박근혜 대세론이 힘을 얻은 것은 박 전 대표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주목하는 언론의 지형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이 박근혜 대세론을 넘기 위해서는 언론과 국민의 이목을 끄는 진정성과 화제성이 반드시 필요함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고성국 씨는 “현재의 상황대로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에서는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는 없겠지만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이 제1당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하지만 고성국 씨는 “현재의 상황”을 전제로 하며 변수가 언제든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총선은 앞으로 1년, 대선은 1년 6개월 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