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 기고·칼럼 >학술기고
네팔 신재생 에너지 봉사를 통해 기대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적정기술
등록일 2017.04.25 10:38l최종 업데이트 2017.05.01 11:51l 안성훈 교수(기계항공공학부)

조회 수:162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은 주로 국내 취약지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현지의 인력이 현지의 재료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인 경제발전과 생활을 개선하도록 돕는 기술을 말한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타이어같이 생겨 물을 운반하기 쉬운 ‘Q-Drum’, 빨대 모양으로 물을 정수하는 ‘라이프스트로(life straw)’ 등이 적정기술 제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지인에 의해 현지에서 만들어진다’는 적정기술의 정의에 완전히 부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수천 년 전에 우리민족이 발명한 고구려-발해식 쪽구들(온돌)이 적정기술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밥을 짓기 위해 불을 지피는 나무에서 발생하는 열을 천연재료인 흙과 돌로 만든 구들에 저장하여 실내 난방을 하고, 해로운 연기는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인 고래를 지나 굴뚝을 통해 배출한다.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열을 이용하는 온돌은 날씨가 추운 개발도상국에서는 훌륭한 적정기술이 될 수 있다. 

  대표적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도 적정기술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아닌지 논란이 있지만, 개인적 소견으로 적정기술은 재료의 원산지, 기술수준의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지의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효용이 있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가 ‘적정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1.jpg

개발한 백신 냉장고를 사용하여 백신캠프에서 어린 아기에게 백신 접종하는 모습. 

오른쪽은 국제백신연구소(IVI)의 모가살레 비탈 박사 ⓒ안성훈 교수



  나는 2011년 여름 처음 네팔을 간 후 올 2월까지 여섯 번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글로벌 솔라 봉사단(Global Solar Volunteer Corps, 초기에는 네팔 솔라 봉사단이라고 부름)’은 서울대 학교 기계항공공학부의 ‘혁신설계및통합생산 연구실’과 학부 및 대학원의 기독인 모임에서 2011년에 적정기술 봉사를 위해 시작되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네팔의 오지 마을에 태양광, 소수력(small hydro),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며 마을과 가정에 전기와 조명을 설치하는 활동을 해왔다. 지금까지 네팔에 6기의 소규모 발전기(최대 20kW)를 마콴푸르의 팅간, 콜콥, 가디, 만탈리 마을과 랑탕 국립공원의 라마호텔과 림채에 설치하였고, 발전되는 전기를 사용하여 3,000여 명의 산간마을 주민들과 네팔을 방문하는 연간 수천 명의 관광객들 이 LED 조명과, 휴대폰 충전, TV 등 간단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센터장으로 근무했던 서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의 활동으로 카트만두 북부의 느와코트 지역에 지진으로 무너진 초등학교를 신축하면서 소형 태양광 발전으로 조명을 제공하고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사용하여 조리를 하는 부엌, 한국식 비닐하우스를 네팔 농촌에 만들어주며 다양한 적정기술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여러 적정기술 중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물과 함께, 인프라의 역할을 하는 에너지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 전기가 전혀 없던 마을에 우리가 만들어 준 ‘독립전력망(off-grid)’을 통해 전기가 들어가면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된다. 전등 빛으로 밤의 어두움을 이기고, 전기를 사용하는 곡물 가공기 등 간단한 기구들을 사용하게 되면서 소득이 증대된다.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모으는 전기요금은 발전기나 전기줄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사용되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되게 한다. 또 전기를 사용하는 백신 냉장고를 산간 마을의 보건소에 기증하여 주민들이 멀리까지 도시에 가지 않고도 제때에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2.jpg

바그마티 강 앞에 있는 만탈리 소수력 발전소 인도식 ⓒ안성훈 교수



  다양한 최신 기술들이 적정기술로 사용된다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IoT, 센서, AI 등의 기술도 적정기술이 될 수 있는가? 올 2월 솔라 봉사단이 네팔에 설치한 스마트폰과 2G/3G 통신망을 사용한 전기사용량 모니터링 장치, 휴대폰을 사용한 발전소 원격 제어장치 등은 개도국에도 대부분 보급된 무선통신을 사용하면서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특징을 나타내는 적정기술의 예이다. 또 한 예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오토바이의 발전기 전기를 사용하여 백신의 온도를 유지하면서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는 냉장고 내부의 온도를 통신망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는 ‘오토바이 장착 백신 캐리어’는 백신의 콜드체인(coldchain)을 오지까지 확장하는 적정기술이다. 이들 에너지와 통신기술의 조합의 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적정기술들의 조합을 발굴해낸다면, 전통적인 적정기술의 한계를 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적인 적정기술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




3.jpg

안성훈 교수(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는 2003년부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근무하면서 3D프린팅, 스마트 재료, 소프트 로봇, 하이브리드 제조 공정 분야에서 200여 편의 국제학술논문을 발표하였다. 녹색생산기술분야 국제학술지 IJPEM-Green Technology를 2014년 창간하고 초대 편집장으로서 에너지/환경을 고려한 제조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있다. 같은 기간 서울대학교 글로벌 사회공헌단의 센터장으로 적정기술을 사용한 해외봉사활동을 담당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 겸 응용공학과 학과장을 겸임하고 있다. 공학봉사활동을 교육과 연계하여 학기 중 수업에서 도출된 신재생에너지 및 적정기술 아이디어를 개발도상국에 방문하여 실험하고, ‘사회공헌, 창의성, 실습’의 세 가지 요소를 수업에 접목시키는 교육을 하여 2012년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