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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보장 뒤에 숨겨진 노동개악? 세 달째 평행선 달린 비학생조교와 본부, 교섭은 막다른 길에
등록일 2017.04.26 14:35l최종 업데이트 2017.04.26 15:13l 김종현 기자(akdtkd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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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관 앞에서 시위 중인 신성미 씨(왼쪽)와 전인섭 씨. 
두 사람은 자연과학대학에서  6년째 근무하다 지난 3월 해고됐다.

(*본 기사는 4월 14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점심시간이 한창인 오후 12시 반. 그늘져 쌀쌀한 행정관(60동) 문 앞에 서서 팻말을 든다. 해고되고 한달이 지나도록, 매일같이 조합원 동료들과 자신의 손을 탔던 팻말이다. 3월부터 지금까지 해고 철회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소속 비학생조교들의 이야기다.

  본부가 2월 28일자로 비학생조교 33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뒤, 대학노조 소속 조교들은 해고 철회와 고용 안정을 위해 투쟁 중이다. 작년 12월 본부가 비학생조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양측은 1월 말부터 진행 중인 여섯 차례의 본교섭에서 아직 타협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양측이 비학생조교의 고용자를 총장으로 현행유지할지, 아니면 각 기관장으로 전환할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달이 지나도록 교섭이 정체되면서, 이미 해고된 조교들은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노조 가입부터 첫 투쟁, 그리고 해고까지

  비학생조교의 고용 안정을 둘러싼 갈등은 2016년 1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본부는 약 80명의 비학생조교에게 1년 뒤 임용기간이 만료된다고 통보했다. 2017년에 해당 조교들의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의 재계약이 없을 것이라는 예고였다. 

  법인화 이전까지 비학생조교는 사실상 무기계약직이었다. 서울대의 조교 운영 지침에 따르면 조교의 통산 임용기간은 ▲교육·학사 업무를 지원하는 조교(행정조교) 5년 ▲실험·실습업무를 지원하는 조교(실험조교) 7년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조교들은 관행적으로 근속년수에 제한 없이 매년 학교와 재계약했다. 건설환경공학부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3월 해고된 송혜련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교육부장은 “조교의 임용기간 제한 규정이 있지만, (학교 측이) 사유서를 써서 조교를 제한 연수 이상으로 고용해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2년 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본부는 비학생조교의 통산 임용기간 지침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법인화 원년인 2012년 3월을 기준으로, 조교가 앞으로 5년 혹은 7년 동안 근무하면 더 이상 재계약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조치로 모든 조교들은 학교에서 몇 년을 근무했든, 법인화로부터 5년이 지나는 2017년 3월부터 차례차례 해고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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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히 닥친 해고 위기에 맞서기 위해 비학생조교 127명은 2016년 4월 5일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가입했다. 이들은 조교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적용대상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해 고용된 기간제근로자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곧 비학생조교들의 주장은 조교도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2년 넘게 근무해왔기 때문에 기간제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부 측은 조교는 기간제법의 예외대상이므로 해고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서울대저널> 138호, “일할 때는 직원, 쫓겨날 때는 조교?”)

  2016년 7월부터 조교들은 사무실 밖으로 나와 행동에 나섰다. 정·후문과 행정관 앞에서 팻말을 들었으며,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교내 집회를 열었다. 학과사무실에서 마주하던 조교들의 끊이지 않는 목소리에 학생들도 귀를 기울였다. 12월 13일 학내 비정규직의 권리 개선을 위한 학생모임 ‘빗소리’가 주최한 선언식에는 총 3,270명이 비학생조교 고용 안정 촉구에 연대서명을 보냈다. 결국 본부는 12월 22일 비학생조교의 고용 안정을 언론에 공언했다. 다음날에는 대학노조가 본부 측에게 비학생조교 전원 정년 보장을 구두로 확답 받았다. 대학노조와 연대단체들은 “비학생조교 투쟁 승리”라고 자축했다. 해를 넘긴 2017년 1월부터는 노조와 본부가 단체교섭을 통해 조교 근로조건에 대한 세부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본부와 대학노조는 교섭을 시작하고 세 달째가 되도록 접점을 찾지 못했다. 본부가 약속한 정년 보장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2월 28일 통산 임용기간 5년이 지난 조교들에게 본부가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노조는 교섭 진행 중에 이뤄진 일방적인 해고 통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사교육과 문남기 행정관은 “임용기간 만료가 예정된 조교들을 임시로 계약하는 방안을 노조와 논의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라고 말했다. 

  3월 2일, 대학노조 소속 조교 수십 명은 해고 처리에 항의하기 위해 교무과를 방문하고, 그 자리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8일간 이어진 농성은 본부가 해고된 조교에게 5월까지 특별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끝났다. 동시에 양측은 “성실히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두 차례의 본교섭에서도 유의미한 합의는 없었다. 4월까지 총 35명의 조교가 기간만료로 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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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토) 우정관 5층에서 철야농성 중인 조교들. 

광화문광장에 나가지 못한 대신 촛불 그림을 들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제공



노조, “총장발령은 고용승계에 필수적”

  본부와 대학노조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까닭은 ‘총장발령 유지’라는 조건을 두고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송혜련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교육부장은 “학교와 노조 측 모두 비학생조교 전원을 정년 보장한다는 데에는 동의가 돼있다”라면서 “쟁점은 조교에서 직원으로 전환할 때 어떤 형태로 전환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대학노조는 조교가 현행과 동일하게 총장발령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본부는 조교를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자체직원)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학교 조교 인사 규정’에 따라 현재 모든 조교는 총장이 직접 임용한다. 그러나 서울대에는 총장이 임용하는 법인직원과 조교 외에도, 기관장이 임용하는 자체직원과 용역업체 근로자 등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그중 기관장발령 자체직원은 각 단과대와 연구소 등 기관의 장이 기관 내규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원을 가리킨다. 본부의 계획은 조교들을 각자 재직 중인 단과대 소속 자체직원으로 임용하되, 무기계약을 맺음으로써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본부는 2월 15일 제2차 본교섭에서부터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으로 임용 ▲재직 기관 무기계약직 수준의 임금 지급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노조 측은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을 위해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으로는 부족하고, 총장발령 유지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주장한다. 송혜련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교육부장은 총장발령을 “기존 근로조건의 연장선상에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송 교육부장은 “기관장발령 자체직원은 기관마다 천차만별의 처우를 받는다”라면서 “조교는 법인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낮은 대우를 받는데,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근로조건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열악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체직원 전환은 사학연금을 비롯해 조교들이 현재 보장받는 복지마저 잃게 만들어, 고용승계는커녕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행 총장발령제 아래에서도, 법인직이 26가지의 근로복지를 누리는 데 비해 조교는 단 12가지만을 적용받고 있다. 조교가 법인직과 달리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에는 ▲초과근무수당 ▲교직원주택 입주권 ▲교직원 출근버스 이용권 ▲노동절 휴무 및 30년 재직자에게 부여되는 30일 휴가 ▲학습 동아리 및 외국어교육 지원 등이 있다. 의식주와 직결되는 사안부터 휴가와 자기계발 기회까지, 현재 조교는 법인직보다 다양한 복리후생에서 뒤떨어진다. 그러나 기관장발령 자체직원에게는 이마저도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학노조 측의 설명이다.

  급여는 그보다 나은 실정이지만, 본부 제안대로 자체직원의 급여수준에 맞출 경우 조교의 임금은 법인직 이하로 줄어든다. 5년차 호봉을 기준으로, 현재 조교는 매달 265만 9,400원을 받고, 법인직 8급은 235만 3,100원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노조 측은 대다수 법인직이 채용후 6~7년 내에는 6급까지 승진하기 때문에 조교보다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본부 측 안에 따라 조교 임금을 현행보다 25% 삭감하면, 5년차 조교는 법인직 8급 임금의 85%인 199만 4,550원을 월급으로 받게 된다. 지금과 비교해서 약 66만원을 덜 받는 셈이다. 송혜련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교육부장은 “본부는 기본임금이 감소하는 대신 각 기관별로 추가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는 기관 재정 상태에 따라가변적이므로 조교들이 동등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기관장발령 고수하는 본부, 근거는 어디에

  이러한 비판에도 본부 측 교섭 실무자들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학생조교 교섭 실무협의를 맡고 있는 인사교육과 문남기 행정관은 “본부는 (작년 12월에 공언한) 비학생조교 고용 안정 원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부가 기관장발령 원칙을 고수하는 까닭이나, 추후 교섭 방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 행정관은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성낙인 총장은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 전환 원칙을 강력히 지키려 한다고 알려졌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0일 비학생조교 고용 안정을 촉구하기 위해 성낙인 총장과 면담했다. 유 의원의 보좌관은 성 총장이 “(총장발령이) 원칙적으로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으며, “(비학생조교를 총장발령직으로 유지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여타 무기계약직들에 의해 똑같은 (노동투쟁)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성 총장의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자체직원을 계속 사용하려는 서울대의 고용 관행이 드문 사례일뿐더러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실장은 서울대가 자체직원을 포함한 법인직 외 직원을 운영해 “기관에 인사권과 임금결정권을 위임함으로써 행정을 간소화하고 인건비를 절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저임금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학교가 운영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직원이 법인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쪽 출근 중인 조교들, 남은 건 본부의 결정

  본부와 노조의 입장 대립으로 교섭이장기화되고 있지만 학사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해고된 조교들이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에 해고된 조교 A 씨는 “오전에는 학과사무실에 출근해 메일이나 문자로 들어온 문의사항을 처리한다. (본인의 서울대 포털 계정이 비활성화 됐기 때문에) 다른 직원의 계정을 이용해 일을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해고 조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본부는 공식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지만, 해고 조교들이 자율적으로일하는 것을 막고 있지도 않다. A 씨는 “해고 조교들이 업무에서 손을 떼면 행정상 지장이 생길 것은 분명하지만, 수년 간 봐온 학생들이 불편을 겪게 만들기 싫다”라며 업무를 지속하는 까닭을 말했다.

  해고된 조교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단기로 학생조교를 쓰거나, 법인직원을 지원근무 시키는 단과대도 있다. 농생대 소속의 한 해고 조교는 “농생대에 4월 1일자로 발령된 법인직원이 (원래 조교가 담당하던 업무를 맡아) 지원근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원인력이 없는 기관에서는 기존 직원들이 해고된 조교의 업무를 분담한다. 해고 조교 A 씨는 자신의 업무가 다른 직원들에게 조각조각 나뉘어져 있다면서, “내 일이 없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복직한다 해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놓았다.

  4월 12일 열린 제6차 본교섭에서 대학노조는 최종요구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날 노조는 ▲총장발령과 사학연금을 보장하고, 임금을 법인직 8급의 95%로 하는 1안 ▲기관장발령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사학연금과 임금을 현행유지하며, 법인직에 준하는 복지가 보장되는 2안을 본부에 제출했다. 총장발령을 요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대학노조는 본부가 최종요구안을 모두 수용하지 않는다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때부터는 지노위가 본부와 노조를중재해 합의를 이끈다. 송혜련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교육부장은 “교섭이 결렬되고 지노위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노조에 쟁의권(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권리)이 부여된다”라면서 “그 이후 일은 확실하지 않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