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 특집
잣대 없는 예술을 꿈꾸다 검열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록일 2017.04.27 17:57l최종 업데이트 2017.05.15 14:48l 김명주 기자(audwn011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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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리스트는 예술인을 분류하고 지원에서 배제하면서 관객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을 제한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블랙리스트는 끊임없이 다른 형태의 검열과 교열로 이어져 예술인의 표현자유를 탄압했다. 예술인은 끊임없이‘자기검열’을 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예술인은 소모되고, 관객들은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없게 됐다. 검열을 경험한 예술인 2명에게 당시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체 이름에 ‘주체’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김장연호 아이공 대표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I-GONG)’은 주로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의 삶을 조명하는 영상을 상영한다. 아이공은 ‘나’를 뜻하는 I와 ‘함께’, ‘비움’을 뜻하는 ‘空/共’이 합쳐진 이름으로 ‘불평등한 관습을 벗고 사회적으로 배제된 차별 없이 인간 존엄성과 평등한 세상을 담는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장연호 아이공 대표는 “주류의 언어로 점철된 영상을 거부하며 비주류의 시선을 담은 대안영상을 상영한다”라고 아이공을 소개했다. 아이공은 작품전을 기획해 다양한 작가들의 영상을 조명해왔다. 특히 아이공은 매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개최해 신인작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작품을 상영한다. 매년 150여 명의 신인작가가 이 자리를 통해 데뷔하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열린 제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문제가 생겼다. 본래 이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에서 ‘시각예술행사지원정책’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데, 지난해 예고도 없이 갑자기 해당 정책이 폐기된 것이다. 사정을 묻는 작가들에게 문예위 측은‘개별 단위 지원사업이 있으니 그쪽으로 신청하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아이공과 같은 예술 단체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사라졌고, 자연스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데에도많은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아이공은 단체 지원받는 것을 포기하고,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출품 예정이던 작품들 각각으로 개인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김장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신인작가에게 개인전을 내라고 하는 것은 성과를 내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원 신청한 작품들 모두가 예선 심사에서 떨어져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장연호 대표는 “이에 의혹을 품던 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아이공의 이름을 명단에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아이공은 ‘아이공이라는 단체명에 ‘주체’라는 뜻 포함. 평등사회 주창, 대안영상을 통한 사회운동 전개’를 이유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김장 대표는 그는 “‘주체’란 사회적 약자가 주체로 설 수 있게끔 한다는 의미지 다른 뜻은 없다”라며 “정부가 해당 표현만 보고 불온하다 치부했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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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공에서 주최한 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홈페이지



블랙리스트는 끝없는 자기검열을 유도한다- 백승우 영화감독


  한편 2013년에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갑자기 영화관에서 상영취소 됐었다. 연출을 맡았던 백승우 감독은 “왜 상영취소 됐는지 이유를 확인하고자 해도 아무도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음에도 배급사 측으로부터 ‘보수 단체의 압박으로 모두 내린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들어야만 했다. 그는 “오히려 관객 수나 손익을 생각했다면 상영취소가 이상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전까지 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자본 문제와는 별개로 정치적 압박을 의심했다”라며 “이후 블랙리스트 명단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독립영화는 상업성이 낮아 기업의 후원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제작단계에서 정부단체의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백 감독은 “정부단체 지원심사에서 시나리오를 먼저 제출하는데, 선정되지 않는 경우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라며“지원이 상업영화에 치우쳐 있어 독립영화 제작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이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없게끔 한다”라고 주장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과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스스로 먼저 판단하는 소위 ‘자기검열’을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창작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품에 충분히 풀어내지 못하게 된다. 백 감독은“천안함 프로젝트 이후 정부단체의 지원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미리 짐작해, 지원신청을 하지 않거나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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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포스터 ⓒ씨네21



정부검열은 예술의 다양성을 해칠 뿐


  많은 예술인들은 박근혜 정권 이래로 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 정도가 심해졌다고 주장한다. 김장연호 대표에 따르면 기초예술분야 예술인이 작품활동을 지원받는 데에 필요한 행정 절차도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예술인은 이전까지 어떤 후원을 받았는지, 후원 담당자는 누구였는지 등 정부지원금과 직결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밝혀야 했다. 김장 대표는 “신원이 불분명한 전화가 걸려와 단체의 활동에 대해 캐묻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장연호 대표와 백승우 감독은 모두“정부가 예술을 간섭하고 통제함으로써 다양성 예술이 위축된다”라고 지적했다. 김장 대표는 “정부의 선별적인 작품 선정과 자의적인 배제는 예술인의 자기 검열을 유도한다”라며 “결국 창작자가 갖고 있는 예술작품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백 감독 역시 “다양하고 의미 있는 영화를 볼 기회가 제한되는 건 관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문화융성을 표방하기에 앞서 예술의 다양성과 검열간 관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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