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호 > 기고·칼럼 >기자수첩
대학공간에 적합한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등록일 2017.04.29 16:48l최종 업데이트 2017.05.15 14:48l 박민규 기자(m266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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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점거가 해제되고 다음날, 본부는 입장문을 보내 점거해제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입장문을 읽던 중 ‘학생 사회의 리더십 부재’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학생사회 내에 마땅한 리더십이 없어, 점거 문제가 표류했고 대학 행정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비판에 마땅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본부점거는 총학생회 선거, 기말고사, 겨울방학을 지나면서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학생사회는 본부점거를 유지하자는 의견과 본부와 협상해야한다는 의견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사회에 리더십이 부재했다는 말은 어쩐지 거북했다. 그것은 마치 학생대표기구가 여러 의견들을 빠르게 수렴해, 학생사회가 하나의 입장을 가지도록 만들어야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른 학내 구성원들, 특히 본부와 ‘점거 사태’에 대한 논의를 신속하게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점거 사태’를 신속히 해결할 수도 없으니까. 실제로 본부의 기다림은 길지 않았고, 곧 지난 3월 11일 점거 강제해제를 선택했다.
 

  그러나 ‘점거 사태’가 길어진 것이 리더십 부족 때문일까? 학생회 조직은 사실 대의민주주의 조직과 같은 방식으로 기층의 의견을 ‘대표’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어떤 조직에게도 자신이 사는 대학공간에 대한 결정권을 양도하지 않았고 실제로 학생회는 모든 학생들을 결정권자로서 대한다. 학생사회에서 한 학생의 발언이 대표성이 없다고 무시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별 학생들이 모두 총학생회장과 같은 한 명의 결정권자니까. 아마 본부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처음부터 학생사회에 없던 것이 아닐까.
 

  ‘리더십’이라는 말이 주는 위화감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본부는 시흥캠퍼스 논의기구인 대화협의회를 불성실하게 운영한 바 있으며, 실시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학생들과 상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기도 했다. 그 결과 본부는 학내 구성원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153일간 행정관 점거를 겪기까지 했다. 소통의 부재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 적합한 리더십이라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부가 앞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대학이 보다 민주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